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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에 선출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수락연설을 마친 뒤 밖에서 기다리던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에 선출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수락연설을 마친 뒤 밖에서 기다리던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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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대선 경선 패배를 아쉬워하는 지지자들 앞에 이재명 후보가 섰다.

"끝이 아니다. 우리가 앞으로 10배, 100배, 1000배 힘을 합쳐서, 지금까지 노력에 10배, 100배, 1000배를 더해서 다음에는 반드시 이기자."

4년 뒤인 2021년 10월 10일, 그는 마침내 더불어민주당 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로 선출됐다. 득표율 50.29%, 아슬아슬한 승리였다. 

상황도 녹록지 않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40%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정권교체론은 50%를 넘고 있다. 10월 1주차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선후보를 아직 정하지 않은 '의견유보층'은 26%,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층'은 23%에 달한다. 여야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내년 대선에서 승기를 잡으려면, 이들을 설득해내야 한다. 

[+] '현역 경기도지사' 이점, 노무현 연상시키는 돌파력

이재명 후보의 첫 번째 무기는 '현직 경기도지사' 신분이다. 경기도는 지난해 총선 기준 유권자 수가 1106만1850명(25.2%)에 달하는 곳이다. 그런데 역대 민선 경기도지사들은 번번이 대권주자로 부상했다가 번번이 가라앉곤 했다. 이인제 전 도지사가 1997년과 2007년 대선에 출마하긴 했지만 경선 불복 후 탈당하거나 창당한 터라 명분도, 정당성도 약했다. 

'민선 7기 이재명 지사'는 사실상 최초로 '경기도지사=대선주자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지울 기회를 잡았다. 분위기도 썩 나쁘지 않다. 그는 도정평가에서도 줄곧 좋은 점수를 받아왔다.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2018년 3월만 해도 전국 15위였던 경기도민의 생활만족도는 이재명 도지사 취임 후 꾸준히 상위권(올 8~9월 조사에선 4위)을 유지하고 있다. 이 기세를 몰아간다면 '이재명 후보'는 내년 대선에서 경기도의 강력한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이재명 후보의 또 다른 강점은 돌파력과 실천력이다. 그는 성남시장 시절부터 꾸준히 자신의 정책적 소신을 관철해왔다. 청년배당 등 성남시 무상복지정책, 경기도 100% 재난지원금 지급과 계곡 불법시설물 철거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싸우고, 부딪치고, 때로는 깨지면서도 차곡차곡 성과를 쌓았다. 그 결과 지난 5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공약이행률 평가에서 전국 1위(81.37%)도 차지했다.

기득권 세력과 정면으로 맞서는 이재명 후보의 모습은 지지층을 결집할 뿐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는 대방동 개발특혜의혹을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의 이재명 죽이기"로 규정하며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과 대선에서 손을 떼라(9월 14일 국회 기자회견)"고 말했다. 2002년 인천 경선에서 장인의 좌익 논란을 "아내를 버려야겠나"라고 받아치며 "동아·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던 노 대통령과 꼭 닮은 발언이었다.

[-] 여성·중도층 꺼려하는 거친 이미지, '명낙대전' 후유증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에 선출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이낙연 경선 후보와 함께 경선 결과를 듣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에 선출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이낙연 경선 후보와 함께 경선 결과를 듣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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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재명 후보의 거침없는 면모는 양날의 검이다. 스스로도 "나는 직설적이다. 한편으로는 그래서 위험하다(2016년 오마이뉴스 인터뷰 http://omn.kr/k0uy )"고 말한다. 같은 이유로 당 안팎에선 연일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강경발언을 쏟아내는 그를 우려하고 있다. <조선일보>와 대립각을 세우고 국민의힘을 '도적떼'라 일컬으며 민주당 경선을 "포도대장 뽑는 날"에 빗대는 행보가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는커녕 비호감도를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거칠고 날 선 이미지는 여성 표심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오마이뉴스-리얼미터 9월 5주 차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는 남성 응답자 선호도 1위(27.9%, 윤석열 25.9%)였으나 여성 표심에선 윤석열 후보에게 밀렸고(27.3%-30.2%), 이낙연 후보와의 차이도 남성층(21%p)보다 확연히 감소했다(9.8%p). 특히 2030여성은 이재명 후보가 유일하게 이낙연 후보에게 열세인 집단이었다(20대 여성 : 이재명 18.8%-이낙연 29.4%, 30대 여성 : 이재명 17.2%-이낙연 36.8%).

직설화법과 갖은 구설수 탓에 여전히 '이재명 리스크'를 걱정하는 당내 세력을 하나로 만드는 것 또한 핵심 과제다. 이재명 후보는 2017년 대선 경선 당시 일부 친문세력의 강한 반감을 샀다. 2021년에는 이낙연 후보 쪽에서 비슷한 기류가 돌고 있다. 급기야 10일 이낙연 캠프는 중도사퇴한 후보들의 무효표 처리방식에 반발하며 경선 결과에 불복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이재명 후보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는 후보 수락 연설에서 "국민이 요구하는 '변화와 개혁'을 반드시 완수하겠다"며 "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이 자리에 든든한 동지들이 계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낙연·추미애·박용진 후보는 물론 정세균·김두관·최문순·양승조·이광재 후보 모두에게 고맙다며 "4기 민주정부, 이재명 정부 창출의 동지로 끝까지 함께하겠다"라고 했다.

4년 전, 이재명 후보는 저서 <이재명은 합니다>에서 "'성공한 대한민국의 샌더스'가 되려고 한다"며 기득권에 맞서 불평등과 싸우는 정치 노선을 강조했다. 4년 후, 그는 "좌파정책으로 대공황을 이겨낸 루즈벨트에게 배우겠다"고 말한다. 가야 할 길은 명확하지만, 보다 따뜻하며 넓은 정치로 "든든한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이다. 정말 이재명은, 이번에도 할 수 있을까.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에 선출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수락연설을 마친 후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에 선출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수락연설을 마친 후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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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 개요는 다음과 같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리얼미터
- 광역자치단체 평가 : 
① 2018년 3월 30일~4월 4일 전국 성인남녀 8500명 대상 실시, 표본오차 95%수준 ±3.1%p
② 2021년 8월 28일~9월 1일, 9월 25~29일 전국 성인남녀 8500명 대상 실시, 표본오차 95%수준 ±3.1%p
- 9월 5주차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 2021년 9월 27~28일 전국 성인남녀 2043명 대상 실시, 표본오차 95%수준 ±2.2%p

■ 한국갤럽
- 10월 1주차 정례조사 : 2021년 10월 5~7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 대상 실시, 표본오차 95%수준 ±3.1%p


태그:#이재명, #민주당,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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