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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가치가 퇴색하는 세상입니다. 뿐만 아니라 급격한 자동화로 인간의 노동 그 자체가 종말을 고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세상이기도 합니다. 마주했던 노동 현실의 민낯을 보며 현장의 관찰자이자 조율자로서 신입 노무사가 보고 겪고 느낀 것들을 독자와 공유합니다.[기자말]
해고는 그 노동자의 생계에 직접적이고 심대한 타격을 주는 일이므로 근로기준법 등 관계법에 따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사용자로서는 자신의 사업 운영에 중대한 타격이 있을 정도로 낮은 성과를 내는 직원의 고용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코로나19 등으로 경영 여건이 악화하는 가운데 기업은 인건비를 포함하여 몸집을 줄이려고 하고 그 과정에서 저성과자 정리를 검토하게 된다.

물론 사용자는 '수습' 내지 '시용' 제도를 이용하여 신입 직원의 업무능력이나 인성 등을 평가하고 합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 하지만 수습이 성과가 낮다 하더라도 해고를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

업무 수행을 위한 기술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으며 소위 '철밥통'처럼 행동하는 직원들도 분명 있다. 이 때문에 사용자들은 저성과자를 골칫거리로 취급하면서 어떻게든 내보낼 방법을 고민한다. 그러나 무엇이 저성과인지를 판단하는 평가제도를 객관적이고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

이 경우 노무사로서는 해고가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아래 판례에서 소개하듯 우리 법제는 해고의 정당성을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  

[고려사항①]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

해고를 논하기에 앞서, 과연 '저성과'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저성과자 해고 상담을 하다 보면, 막상 객관적인 자료를 들면서 성과가 낮다고 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단순히 관리자들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거나, 소통이 답답하다거나 소위 '얼타는' 직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성과가 낮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대다수며 심지어는 노조를 열심히 한다는 이유만으로 저성과자라고 하는 사례까지 심심치 않게 있다.

물론 인사고과 등 평가제도를 어떻게 설계할지는 사용자의 재량이며(대법 2015. 6. 24. 선고, 2013다22195 판결 등) 여기에는 객관적 성과뿐만 아니라 태도, 성실성 등 주관적인 지표도 함께 고려될 수밖에 없다.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성과만 보면 평균적인 직원이라도, 팀 단위 협업이 필요한 업무에서 동료 직원과 자주 다툰다거나 자기 마음대로만 하려는 직원이라면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 법원은 저성과자임을 판단하려면 적어도 수치로 나타나는 객관적 평가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례로 저성과자와 관련된 대표적인 판례(대법 1991. 3. 27. 선고, 90다카25420 판결)에서 피고 A사는 원고 부장의 부서가 계속 최하위 실적을 기록하자 그를 보직해임하고 일반 영업직으로 발령하였다. 그러나 원고 부장은 이후에도 월평균 영업목표액의 10~20%밖에 달성하지 못하였는데, 이는 하급자인 과장급 직원의 평균 실적의 6% 수준에 불과하였다. 심지어 그 과정에서 다른 사원의 실적을 가로챈 전력도 있어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것도 곤란한 상황이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근무성적 불량의 정도가 추상적이고 자의적인 기준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직위, 보수, 경력, 다른 근로자들의 전반적인 근로성적, 회사의 경영실태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근로자로서의 최소한도의 직무 수행 능력이 결여되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징계해고를 하였더라도 이를 징계권의 남용으로 볼 수 없다"며 영업액수라는 객관적 수치가 성과평가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반면 '상대평가제도'에서 다른 근로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등급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저성과자라고 볼 수는 없다. 구체적으로 시용계약 중 상대평가에 따라 하위등급의 해당자 수가 할당되었고 이에 따라 시용 노동자들의 업무적격성의 우열을 단순히 비교한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업무수행능력이 어느 정도, 어떻게 부족하였는지 또 그로 인하여 업무수행에 어떠한 차질이 있는지 알 수 없으므로" 부당해고라고 판단한 사례가 있다(대법 2006. 2. 24. 선고, 2002다62432 판결).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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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사항②] 개선의 기회 부여

위 판결이 있고 난 이후 하급심 판결에서는 ① 평가 제도의 공정성 ② 평가 과정의 공정성 ③ 저성과자에 대한 재교육이나 직무재배치 등 개선 기회를 부여하였는지 여부 ④ 개선 기회를 부여한 이후 근로자의 개선 의지나 적응능력 등은 어떠했는지 등의 징표(서울고법 2017. 1. 11. 선고, 2016누58064 판결 등)를 통해 저성과자 해고의 당부를 판단해 왔다. 이에 근거하면 저성과자라고 하더라도 곧바로 해고하는 것은 부당하며 대상자에게 성과개선을 위한 교육 등 기회를 부여하여야만 정당성이 인정된다.

여기에 올 초 대법원은 위 법리를 발전시켜 통상해고의 정당성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 대상 사건에서 피고 B사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동안 성과 평가 결과를 기준으로 하위 2%에 해당하는 과장급 이상 직원 65명에게 약 10개월 동안 직무교육을 실시하고 2016년 1월 18일 부서로 재배치했다.

그러나 원고 과장 등은 2016년 상반기 성과평가에서 최저등급을 받았고, B사는 이것이 취업규칙상 해고사유 중 하나인 '근무성적 또는 능력이 현저하게 불량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인정되었을 때'에 해당한다며 원고 과장들을 해고하였다(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8다253680 판결).

특히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 과장들이 직무재배치 이후 부서 공동업무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고 업무능력을 습득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린 회사의 평가가 타당하다고 판단하며, 그 근거로 재배치 전 업무향상계획서의 제출을 거부하였다거나 재배치 이후 다면평가에서 능력부족 등의 평가를 받은 것을 들었다. 이는 쉽게 말해, 회사가 노력하였으나 당해 저성과자들이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것까지도 해고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사용자는 객관적 성과평가, 노동자는 개선 의지

근로기준법상 근로계약은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면 사용자가 그 대가로 임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쌍무계약이므로, 노동자는 업무의 정상적인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가치를 가진 노동력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일상적인 거래에 비유하면 상인이 시장에서 사과를 팔고 돈을 받을 때 '최상 등급의 사과'까지는 제공할 의무가 없더라도 적어도 '먹을 만한 사과'는 팔아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 사과가 과연 '먹을 만한 사과'인지는 판단하는 주체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푸석푸석하다' '과즙이 없다'라는 주관적인 평가만으로는 부족하다. 가장 명확한 방법은 당도 측정기기를 가져와 '이 사과는 평균적인 사과 당도에 얼마만큼 미달한다'고 보여 주면서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에 따라 사용자는 단순히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라는 이유가 아니라 '어떠한 부분이 얼마만큼 부족하다'라는 객관적인 증거를 가지고 성과 평가를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⑴ 평가 항목에 성실성 등 주관적 태도뿐만 아니라 매출과의 연관성, 성과기여도 등 객관적인 지표를 포함하고 ⑵ 1인의 평가자가 아니라 상급자 · 동료 등 다수의 평가자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가지고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제도 도입이 어렵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도 있다.

있던 사람을 고쳐 쓰는 게 사람을 새로 뽑는 것보다 여러모로 효율적이기에 회사는 저성과자의 객관적 성과를 향상할 수 있는 교육 내지 재배치 등을 시행하게 된다. 이때부터 공은 대상 노동자들에게 돌아간다. 자신이 적어도 '먹을 만한 사과'가 되기 위해서 최소한의 노력을 다해야 함은 당연하고, 사용자가 요구하는 성과 수준이 말도 안 되게 높은 경우가 아니라면 의욕적으로 덤벼들어 회사의 기대와 신뢰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만일 이런 과정을 거치며 오랜 기간 기회를 줬는데도 성과가 없다면 그때 회사는 '해고'라는 말을 꺼낼 수 있다. 그러니 사장님은 일 못 하는 직원이 있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충분히 기회를 주고, 노동자들도 주어진 업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을 다하자.

저성과자 해고는 십중팔구 노동위원회나 법원으로 향한다는 점에서 노사가 서로 얼굴을 붉히기 전에 서로 계약상 최소한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 불필요한 다툼을 줄일 최선의 처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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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조은노무법인 책임노무사, HR 책임컨설턴트 // 前 YTN 보도국 영상취재1부 영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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