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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글쓰기 그룹 '대체왜하니?'는 초4에서 중3까지 10대 사춘기 아이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엄마 시민기자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편집자말]
간만에 신선한 동영상을 하나 보게 되었다. 한참 화제 선상에 오른 <SNL코리아>의 '인턴기자 주현영'. 보는 내내 짠하기도 하고 웃프기도 했던, 내게 오만가지 감정을 안겨준 '인턴기자 주현영'을 보면서 그녀의 어깨를 토닥거려주고 싶은 엄마 마음까지 들었다. '현실 인턴'이라는 20대 사회 초년생의 모습을 개그 소재로 사용하였지만 개그라기보다는 웃픈 동영상에 가까웠다.

이 웃픈 동영상을 아이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 중3 딸아이와는 주로 학원에 데려다 주는 차 안에서 대화를 나누는데 내가 먼저 말을 시작하지 않으면 침묵 상태로 학원과 집을 오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턴기자 주현영'이라면 간만에 제대로 웃길 수 있겠다 싶어 자신만만하게 동영상을 틀었다.

웃으라고 보여준 '인턴기자 주현영'
 

그런데 아이의 반응은 의외였다. 웃어넘길 줄 알았던 짧은 동영상을 보더니 아이는 대뜸 안타까운 목소리로 "아, 어떡해... (주현영 인턴기자) 울어..."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추석을 전후로 시행되는 방역 완화 조치가 어떤 근거에서 이뤄진 것인지 따져 묻는, 안영미 앵커의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질문에 주현영 인턴기자가 당황해 결국 눈물을 보인 것을 보고 난 후였다. 나에게는 그저 웃픈 동영상이 아이에게는 슬픈 동영상이 되다니. 무슨 이런 일이.

"엄마, 우리 학교에서도 맨날 수행평가하잖아. 발표 시간에 발표하는 애들 중에 이런 애들 많아. 잘해야 하는데 앞에 나가면 떨리니까. 게다가 선생님은 체크리스트랑 볼펜 들고 교실 뒤에서 쳐다보고 있고. 자세, 목소리 다 평가 항목에 있다고 하니까 완전 긴장되거든. 그런데 진짜 다른 애들 질문에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답하면 감점되거든. 그러니까 무슨 말이라도 해야 돼. 아... 그런데 엄마, 나도 이랬을 것 같아."

그러고 보니, 아이가 발표 연습을 할 때가 기억이 났다. 평소 안 하던 '다나까' 형 말투 탓에 목소리가 목으로 감겨 들어가는 발성이 상당히 어색하고 웃기게 들렸던 기억이 있다. 그렇다고 대놓고 웃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잘했다고 칭찬해 주었는데, 아이는 '인턴기자 주현영'을 보고 그때의 교실 모습을 떠올린 거였다. 
 
  아이들의 눈에 비친 '인턴기자 주현영'은 개그가 아닌 현실이었다.
  아이들의 눈에 비친 "인턴기자 주현영"은 개그가 아닌 현실이었다.
ⓒ 쿠팡플레이 "SNL"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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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가 평가와 직결되는 상황에서 고작 열다섯, 열여섯 살 아이들이 겪어야 했을 긴장이 어느 정도일지 충분히 상상이 가고도 남았다. 수행평가의 원래 목표가 평가 자체에 있지는 않겠지만 아이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평가뿐이니 긴장할 수밖에. 평가 받아야 되고 선택받아야 되는 것에 길들여진 아이들의 눈에는 '인턴기자 주현영'의 모습이 개그가 아닌 현실이었을지도 모른다.

MZ 세대의 특징, '무민'을 이해하게 되다

이제 곧 고등학생이 되는 딸아이를 보면 가끔 안쓰러운 기분이 든다. 현 중3부터 바뀌는 대입 제도에서는 학생부종합평가(학종)가 줄어들고 자소서(자기소개서)도 없어지기 때문에 내신이 지금보다 더 중요해진다고 한다. 내신의 중요성이 커진다고 하니 수행평가의 압박감이 지금보다 더할 텐데 그 생각을 하면 '인턴기자 주현영'을 보는 내 맘도 편히 웃을 수가 없다.

그런데 이 아이들의 창창한 미래가 더 아득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 평가가 고등학교 3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점이 중요한 대학교 4년, 그리고 우리 때와 다르게 이제 취업의 필수 스펙이 되어버린 인턴 과정까지. 이 아이들이 사회에서 자리 잡기까지 앞으로 견뎌내야 할 평가 과정이 이렇게나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참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다.

문득 얼마 전 읽었던 신문기사 한 자락이 기억이 났다. 한자 '없을 무(無)'와 '의미하다'를 뜻하는 영어 '민(mean)'의 합성어라는 '무민'. 남들이 보기에 무의미한 일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이라는 뜻이라는 이 '무민 세대'가 이 MZ 세대의 특징이라길래, 'MZ 세대'에 별 걸 다 갖다 붙인다며 웃고 말았는데, 지금은 그 의미가 이해가 간다.

돌과 조개껍데기를 모으면서 즐겁고 행복한 캐릭터 무민처럼 타인의 시선에 상관없이 자신의 기준대로 삶을 선택하기를 원하는 청춘이라니. '잘하고 싶다'가 아닌 '잘해야 한다'라는 목표로 경쟁에 지친 아이들이 세상에 나가 선택하게 된 것이, 타인의 시선으로부터의 자유로움이라고 생각하니 학원과 학교, 그리고 세상을 탓하기에 앞서 엄마로서 조금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그 어떤 세대보다 즐거워야 할 20, 30대 젊은이들이 의미 없는 것에 몰두하는 무민 세대가 되어 버린다는 시대를 살며, '인턴기자 주현영'을 계기로 엄마인 나도, 평가의 주체들인 기성세대들도 자신을 돌아보는 자성의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끝으로 정말 너무나도 훌륭한 연기를 해주신 주현영 배우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group대체왜하니 http://omn.kr/group/teen_why
초4에서 중3까지 10대 사춘기 아이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엄마 시민기자들의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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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고 글쓰는 일을 좋아합니다. 따뜻한 사회가 되는 일에 관심이 많고 따뜻한 소통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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