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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의 주목나무처럼 교육 생태계에서 '제2외국어'가 고사해간다. 제4차 산업혁명시대, 소품종 대량생산이 저물고 다품종 소량생산의 시대가 도래한다는데 외국어 교육은 여전히 '외국어=영어'의 길로 돌진 중이다.

우리 사회는 급격하게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는데 교육은 과연 그 다양성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는지, 국가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한 바람직한 길을 가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중국어 교육계는 2022학년도 공립 중등교원 임용시험 중국어 임용 선발 정원 '0명' 쇼크로 뒤숭숭하다. 1997년 중국어 교사 임용 이후 24년만의 일이기 때문이다. 아니 그보다는 이미 오래 전부터 교육현장에서 피부로 느껴지던 위기감을 현실로 직면한 충격 때문이다.

올해 수능부터 제2외국어는 절대평가로 전환되지만 정시에서 제2외국어 성적을 반영하는 대학이 없고, 수시에서도 고교 내신 성적을 반영하는 대학이 작년 11개교에서 4개교(강원대, 성균관대, 전북대, 한국교원대)로 줄었다. 서울대는 제2외국어 미응시 시 감점이 있을 뿐이다. 수능교과지만 반영 대학이 없으니 응시생이 없을 테고, 내신 반영 대학이 4개교에 불과하니 고교 교육과정도 밀도 있게 진행되기 어렵다. 교실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2025년 전면 시행을 목표로 하는 고교학점제가 단계적으로 도입되면서 제2외국어는 많은 진로 선택과목들 중 하나로 학생들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AI, 코딩, 보건 관련 수요가 증가하면서 단위 학교에서 수업시수가 줄면서 제2외국어교사는 점점 두 세 학교를 순회해야 하는 처지가 되고 있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대다수의 나라는 영어와 다른 외국어를 동일한 외국어 그룹으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도 1982년부터 1986년까지 외국어 영역에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중 한 과목을 선택해 시험을 보던 시절이 있었다. 올해 연말 확정하는 2022 교육과정 개정안에서 이런 수준까지는 어렵더라도 최소한 생활교양군 필수이수단위 16단위에서 8단위를 분리해 제2외국어에 배정하는 것은 충분히 검토될 필요가 있다.

외국어를 학습하는 것은 해당 언어에 대한 소통 기능보다 우리와 다른 문화와 언어를 수용하는 포용적 문화관을 형성하는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오징어게임, BTS, K-POP 등의 한류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다면 우리도 세계를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손을 내밀어야 지속가능한 한류도 가능하지 않을까. 영어 편향적 외국어교육에서 벗어나 다원적 가치를 지향하는 외국어교육으로의 방향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미중 무역갈등은 중국의 경제, 과학기술 수준이 미국을 위협할 만큼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G2로 부상한 중국이 조만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될 것이며 국제 질서에서도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임을 의심하는 미래학자는 없다.

경제지표를 들여다보면 중국의 영향력은 더 지대하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중국과의 무역 규모는 2415억 달러로 미국(1316억 달러)과 일본(711억 달러)의 합계보다 많다. 2020년 대중국 수출은 1326억 달러, 수입 1089억 달러, 무역수지 237억 달러 흑자다. 여기에 홍콩에서 거둔 291억 달러 흑자까지 합치면 528억 달러, 우리나라 전체 흑자 456억 달러의 약 116%를 차지한다. 여기에 베트남에서 거둔 무역흑자가 279억 달러나 된다.

코로나 발병, 사드 갈등, 짝퉁 등 중국을 멀리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그러나 우리가 영어를 좋아해서 배우는 것이 아니듯 곁에서 무섭게 성장하는 경제대국 중국과의 교역을 통해 우리 경제를 꾸려가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백년대계를 말하는 교육이 시장 다변화에 따른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다양한 외국어와 문화에 대한 교육 환경을 만드는 것은 당연한 의무다. 다양성을 내면화하지 못하면 편향적인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보기 쉽다. 언어는 의식과 태도로 삼투되기에 그 효율성으로만 재단할 수 없는 힘을 지닌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영어 편향적인 외국어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다양한 외국어 선택권을 보장하여 다원적 가치를 포용하는 글로벌인재 육성을 위한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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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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