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손흥민이 극적인 결승골로 위기에 빠진 대표팀을 구해냈다. 그리고 이 경기에서 황인범의 엄청난 존재감도 느낄 수 있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7일 밤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조별리그 3차전 시리아와의 홈 경기에서 2-1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월드컵 본선 진출의 분수령이 될 수도 있는 10월 2연전(시리아-이란)의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2승째를 거두게 됐다.    
 
 7일 오후 경기도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A조 3차전 대한민국 대 시리아의 경기. 한국 황인범을 골을 넣은 뒤 손흥민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이날 손흥민은 결승골을 넣으며 대한민국의 승리를 이끌었다.

7일 오후 경기도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A조 3차전 대한민국 대 시리아의 경기. 한국 황인범을 골을 넣은 뒤 손흥민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이날 손흥민은 결승골을 넣으며 대한민국의 승리를 이끌었다. ⓒ 연합뉴스

 
위기의 마지막 10분, 팀 구한 손흥민의 한방    

이 경기의 중요성을 인식해서인지 벤투 감독은 공격적인 선수기용으로 경기에 나섰다. 소속팀에서 절정의 골 결정력을 자랑하는 손흥민과 황희찬, 황의조를 비롯해 송민규까지 선발로 내세운 대한민국은 초반부터 공격적인 경기운영을 펼쳤다. 

하지만 마무리가 문제였다. 전반 10분 홍철의 코너킥을 송민규가 헤더슛으로 연결했으나 골대를 맞고 나온 것을 시작으로 전반 21분과 33분, 전반 종료직전에 나온 황희찬의 3차례 결정적인 슈팅은 모두 골대를 넘어가면서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나머지 선수들의 활약도 마찬가지였다. 손흥민은 슈팅기회를 만들지 못하며 날카로움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고, 황의조는 결정적인 기회에서 볼 트래핑이 길게 전개되면서 슈팅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이를 타파한 건 황인범이었다. 전반전부터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비며 장기인 정교한 킥을 바탕으로 전진패스와 날카로운 슈팅으로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후반 2분 페널티박스 바깥쪽 부근에서 왼발 중거리슛을 시도해 득점을 터뜨리면서 리드를 안겨다줬다.    

그러나 한국은 유리함을 살리지 못했다. 위험지역에서 상대의 압박에 잦은 패스미스와 볼 소유권을 잃는 등 잔실수가 많았던 대한민국은 선수들의 체력저하가 맞물리면서 후반 20분 이후부턴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이러자 시리아는 후반 19분 마르무르에 이어 후반 34분에는 알 달리를 투입해 총 4명의 공격수로 승부수를 띄웠다.     

그리고 이는 한국의 위기를 몰고 왔다. 후반 38분 대한민국 왼쪽 진영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김민재가 헤딩으로 클리어링 했으나 이것이 시리아 하르핀에게 향했고 하르핀이 지체없이 슈팅을 시도해 득점을 터뜨리면서 위기에 빠지게 됐다.  

이런 위기상황에서 손흥민이 해결사로 나섰다. 후반 43분 오른쪽 측면에서 얻은 프리킥 기회에서 홍철이 올려준 볼을 김민재가 헤딩으로 내주자 이것을 손흥민이 침착하게 득점으로 연결시켜 대한민국에 승리를 선사했다. 손흥민의 시리아전 득점은 지난 2019년 스리랑카와의 월드컵 2차예선전 이후 2년 만에 나온 오픈 플레이 득점이었다.

중원에서 돋보인 황인범, 벤투의 신뢰에 답하다
 
 7일 오후 경기도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A조 3차전 대한민국 대 시리아의 경기. 한국 황인범이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7일 오후 경기도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A조 3차전 대한민국 대 시리아의 경기. 한국 황인범이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 경기의 스포트라이트는 결승골을 터뜨린 손흥민에게 돌아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벤투 감독은 1대0의 불안한 리드 속에서도 체력적으로 힘겨워 하는 손흥민을 빼지 못했는데 결국 손흥민은 1대1로 맞서던 후반 43분 천금같은 결승골을 터뜨리며 위기에 빠진 대표팀을 구해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경기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황인범이었다. 4-1-3-2 포메이션에서 3자리의 왼쪽 미드필더로 출전한 황인범은 경기초반부터 유연한 몸놀림과 적극적인 2선 침투, 여기에 정교한 킥과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한 전진패스로 대표팀의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이뿐 아니라 기회가 나면 과감한 슈팅을 시도하며 득점에도 욕심을 보였다.

대한민국의 지독한 득점 불운을 깬 것도 황인범이었다. 사실 대한민국은 초반부터 거센 공격을 몰아쳤지만 두 차례의 골대불운속에 전반전 10개의 슈팅을 기록하고도 한 차례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하는 비효율적인 경기를 펼쳤다. 그런 상황에서 후반 2분 황인범의 기습적인 왼발 중거리슛이 득점으로 연결되며 한국에 큰 도움이 됐다. 

황인범의 활약은 기록에서도 나타난다. 1골을 비롯해 이날 정우영에 이어 팀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73개(정우영 76개)의 패스를 성공시켰고 3개의 키 패스를 성공시키며 공격에서 많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수비에서도 적극적인 수비가담과 함께 4번의 볼 경합 성공과 3차례의 태클을 모두 성공시키는 등 공수에서 그의 존재감이 크게 부각되었다.

황인범은 벤투 감독이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2018년 이후 꾸준하게 대표팀에 발탁됐다. 2019 아시안컵에 참가를 시작으로 2019 동아시아 선수권 대회(E-1 컵)에선 2골을 터뜨리는 등 맹활약하며 벤투호의 황태자로 올라섰다. 하지만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에서 활약할 무렵인 2019년 중후반 대표팀에서의 저조한 경기력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었다.

미국에서 한국, 투르크메니스탄, 레바논 등을 오가며 생긴 이동에 따른 피로와 3선에 배치되면서 피지컬의 약점이 도드라진 게 주요 원인이었다. 이로 인해 2019년 11월 열린 레바논과의 월드컵 2차예선 원정경기에선 전반 45분만에 교체되기도 했다. 

아이러니 한 것은 그가 빠졌을 때 존재감이 크게 부각되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유럽원정과 지난 3월 한일전에서 코로나 확진과 차출불가로 황인범이 뛸 수 없게 되자 벤투호의 빌드업 축구도 원활히 작동하지 못했다. 

그리고 지난 9월 2년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황인범은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지난해 여름 러시아 프리미어리그(RPL) 루빈 카잔 이적 이후 기량이 급성장해 팀의 핵심멤버로 올라선 그는 이듬해 9월 열린 이라크-레바논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2경기에 모두 출전해 맹활약하며 자신의 능력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이 기세는 시리아전까지 이어져 시리아전에서도 1골을 비롯 공수에서의 맹활약으로 이어졌다. 

시리아전을 앞두고 인터뷰에서 황인범은 "(내가) 중용되는 것에 불편해 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면서 "매 경기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시리아전에서 종횡무진 맹활약으로 엄청난 존재감을 과시한 황인범은 자신이 '벤투호 황태자'인 이유를 확실히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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