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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육아를 누군가는 기록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언젠가 막이 내릴 시대이지만 안 그래도 힘든 육아에 이 시국이 무언가로 고통을 주는지 알리고 공유하며 함께 고민해 보고 싶었습니다. 항상 말미에 적는 글이지만 아기를 양육하고 계시는 이 시대의 모든 부모님들께 위로와 응원 너머의 존경을 보내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기자말]
"10월 10일은 임산부의 날입니다. 
풍요와 수확의 달 10월과 임신기간 10개월을 뜻하며,
임산부를 배려하고 축하하는 날입니다. 

임신과 출산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2005년 법정기념일로 제정됐습니다."


출근할 때에 정장을 주로 입는다. 이것이 습관이 돼서 주말에도 간단하게라도 복장을 갖춰 입는 것이 편했다. 그런 이유로 예전에 거리를 나서면 정장을 잘 갖추어 입은 신사들이 먼저 눈에 들어오곤 했다. 하지만 요새는 다르다. 아기들, 어린이들 그리고 임산부만 눈에 들어온다. 특히 임산부가 있다면 임산부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 이유는 이렇다. 아내가 임신을 했을 때 매우 힘들어했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임산부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주위에 임산부가 있으면 지나치지 않는다. 웬만하면 대중교통에서는 백팩도 앞으로 매고 타인에게 영향을 주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임산부석을 사람들이 비켜주지 않을 때는 꼭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

"저기... 임산부가 있네요. 자리 좀 양보해 주시면 안 될까요?"

아내는 채 1년 전, 오늘까지도 임산부였다. 아내에게 임산부 시절의 얘기를 물으면 아내는 고개부터 절레절레한다. 아내의 임산부 시절, 제일 많이 들었던 하소연이 대중교통의 '임산부 배려석'에 관한 이야기였다. 버스가 만원일 때 탔는데 밀리고 끼어 넘어질 뻔하고 배가 눌리는 경험으로 식은땀이 났다든지, 임산부 배려석에 만삭일 때 탔는데 바로 앞에서 양보를 받지 못했다든지... 그 종류는 다양했다.

아내가 버스에서 내릴 수밖에 없던 이유 
 
보시다시피 아기가 태어난 인구보건 복지협회의 산모수첩
▲ 아기의 산모수첩 보시다시피 아기가 태어난 인구보건 복지협회의 산모수첩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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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경우 만삭 때는 10kg의 몸무게가 늘었다. 아기의 몸무게와 양수의 무게라고 한다. 몸무게가 갑자기 늘어나면 여러 가지 불편이 생긴다. 떨어진 물건을 줍지도 못하고 몸을 기울이는 것도 위험한 상태가 되었다. 어찌 보면 제일 위험한 상태다. 그 상태에서 배려받지 못했던 아내의 기억은 큰 상처로 남았다.

게다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면 입덧과 멀미가 평소보다도 더 심해졌단다. 지난 기사에서 언급한 적이 있듯, 아내는 평소에도 입덧이 심해 다 토해내서 토할 것이 더 없어도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어김없이 멀미를 했다. 어쩔 수 없이 중간에서 내리는 일을 반복했다. 

이런 와중에 만원 버스를 타거나, 임산부석을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기면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자리를 비켜 주지 않는 사람들은 대개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었고, 아내는 항상 울며 겨자 먹기로 그냥 참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아기의 검진 시에 촬영한 초음파 사진
▲ 아기의 초음파 사진 아기의 검진 시에 촬영한 초음파 사진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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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황에서도 병원은 정기적으로 가야 한다. 게다가 주말 진료를 받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임산부들이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게 된다. 출산할 병원을 혹여나 멀리 정했다면, 그 먼 길을 임산부는 혼자 가야 한다. 그래서 '사회적 교통약자'인 임산부 배려석과 임산부에 대한 배려를 얘기하고 싶은 거다.

인구보건 복지협회의 2018년의 통계에서 400명의 임산부중 88.5%의 임산부가 대중교통의 사회적 배려석을 이용하는 데 불편을 겪었다는 자료를 본 적이 있다. 무려 400명 중에 354명의 임산부님이 불편을 겪었다는 것이다. 쉽게 지나칠 문제가 아니다. 이 문제를 임산부의 날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겪어봐야만" 아는 문제들 

임산부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양보를 해야 하는 이유는 이렇다. 먼저 '임산부는 환자'다. '심리적, 육체적 안정을 필수로 유지해야 하는 환자'다. 초창기의 임산부는 유산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초반에는 배가 많이 나오지 않아서 임산부임을 타인들이 인식하기에는 쉽지가 않다. 

그렇다고 '나는 임산부입니다'라고 외치고 버스나 지하철에 탑승할 수는 없다. 물론 임산부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임신확인서나 산모수첩, 신분증을 지참하면 보건소와 지하철 역사의 사무실에서 핑크 배지를 발급하여 준다. 하지만 이용해본 바로 핑크 배지는 별로 효과가 없었다. 그렇게 인증까지 받아가며 발급받은 핑크 배지는 바로 아내의 화장대의 서랍에 들어갔다.   

제안이다. 임산부 교통카드를 만들어서 버스에 찍으면 '학생입니다'가 음성이 나오듯 카드를 찍으면 '아기가 뱃속에 있어요'라는 멘트가 나오는 것은 어떨까? 지하철 안에서 안전을 위해 문고리를 잡아야 하니 팔목이 노출이 될 수밖에 없다. 임산부가 원하는 색깔로 팔찌를 만들어주고 채워 드린 다음, '팔찌를 찬 임산부를 배려해 주세요'라는 캠페인의 내용을 배너로 만들어서 배려석 앞에 게시하는 것은 어떨까?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택시 사업의 대상이나 혜택을 늘리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부산에서 시행되고 있는 '마마 콜택시 사업'의 경우 출산 전후 2년까지 최대 65%의 할인율로 2만 원 한도 내에서 4번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하고 있는데, 이는 정기 검진을 받아야 하는 임산부에게는 턱없이 부족하다. 횟수를 늘리고 금액을 확대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0년의 출산율 통계
▲ 통계청의 출산율 자료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0년의 출산율 통계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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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말고도 혹시 불편을 겪으신 분이 있다면 목소리와 아이디어를 내주셨으면 좋겠다. 2020년 가임여성 1명당 합계출산율은 0.837명으로 채 한 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이다. 이 현실을 해결하려면 법령도 법령이지만 문화와 사회적인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다음 세대가 있고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 임산부의 날 모두가 함께 고민해 보는 것과 위의 방법들을 제안한다. 불안한 현 상황에서도 늘어나는 몸을 임부복으로 감싸고 태어날 아기를 기다리며 오늘도 산모수첩을 정성으로 채워가고 계실 모든 임산부들께 위로와 감사 그리고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 

아내가 얼마 전 임신한 지인과 나누었다는 대화를 이 세상에 모든 예비 엄마님들께 전하며 글을 마친다.  

"임신하면 이렇게 힘들 거라고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겪으며 진짜 고생할 거라고 왜 미리 얘기해 주지 않으셨어요?" 

"저도 임신하기 전에는 들어도 몰랐거든요. 겪어 봐야 알게 되더라고요. 미리 힘드실 필요도 없으시고요. 다 그렇지만 임산부가 힘든 것은 저도 많이 들었다고 해도 겪기 전에는 하나도 몰랐거든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추후 기자의 브런치에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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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자영업자님들을 컨설팅하며 요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현재는 콘텐츠 디자이너이기도 합니다. TV에 출연할 정도로 특별한 아기 필립이를 '밀레니얼 라테 파파'를 지향하며 '감성적인 얼리어답터 엄마'와 하필 이 미칠 코로나 시대에 키우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와 관련한 분야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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