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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다 지났는데 웬 복숭아?'라고 생각하셨다면 오산이다. 이미 여름 내내 질릴 정도로 많이 드셨다고 해도 한 번 더 권하고 싶다. 이맘때면 생각나는 올해의 마지막 복숭아, 바로 양홍장 복숭아다.

시중에는 다양한 품종의 복숭아가 있다. 과육의 색만을 기준으로 백도, 황도로 나눌 수도 있고, 식감에 따라 '딱복(딱딱한 복숭아)'와 '물복(물렁한 복숭아)'으로 나눌 수도 있다. 수확 시기에 따라 6월 말부터 나오기 시작하는 조생종, 7~8월 가장 복숭아가 많이 나오는 시기에 수확되는 중생종, 그리고 9월~10월 초까지 나오는 만생종으로도 구분이 가능하다.

복숭아는 여름철 대표 과일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지만, 만생종 품종 덕분에 우리는 복숭아를 여름뿐 아니라 입추와 추석 명절이 지나서까지 즐길 수 있다. 양홍장 복숭아는 만생종 중에서도 가장 수확이 늦은 '극 만생종'에 해당한다. 그만큼 오랜 시간 햇빛을 받고 자라서 높은 당도를 자랑하는 품종이다.

당도는 물론이거니와 과실이 굵고 단단해서 저장성이 좋아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해도 수급이 가능하다. 코 끝이 시려짐을 느끼고 이제 복숭아는 끝이라는 생각이 들 때 여전히 나를 반겨주는 복숭아가 있다는 사실은 복숭아를 좋아하는 분들에겐 커다란 위안이리라.
 
접시에 담기만 해도 노랑과 빨강의 조화가 아름답다.
 접시에 담기만 해도 노랑과 빨강의 조화가 아름답다.
ⓒ 송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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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도 계열인 양홍장 복숭아는 과육이 진한 노란빛을 띤다. 씨앗과 맞닿았던 부위는 발갛게 물들어 있어 예쁘게 깎은 뒤 정갈하게 접시에 담아 두면 꼭 접시 위에 한 송이 꽃이 핀 것만 같다. 여담이지만 이렇게 입으로 먹기 전에 눈으로도 즐거움을 누리면 실제로 영양분 흡수율도 더 높아진다.

가장 중요한 맛에 대해 논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달다. 새콤달콤하기보다 단맛이 지배적이다. 쫄깃쫄깃한 과육의 식감은 먹는 즐거움을 한껏 높여준다. 쫀쫀한 식감과 달콤한 당도 덕분에 양홍장에게는 종종 '망고 복숭아'라는 별칭이 붙곤 한다. 하지만 나는 이 호칭을 여러 황도 계열 중 오직 양홍장 복숭아에게만 허락하고 싶다. 그만큼 나에게 있어 양홍장 복숭아는 매년 챙겨 먹고 싶은 복숭아로 자리 잡았다.
 
친환경 네트 백에 한가득 담아온 양홍장 복숭아
 친환경 네트 백에 한가득 담아온 양홍장 복숭아
ⓒ 송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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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홍장을 처음 만나게 된 것은 작년 이맘때였다. 동네의 단골 과일 가게에 들렀을 때 올해 마지막 복숭아라며 사장님이 추천해 주시길래, 가는 여름이 못내 아쉬워서 별 기대 없이 덜컥 집으로 데려왔다.

그런데 웬걸, 한 입 먹는 순간 내가 알던 새콤하면서도 달콤한 전형적인 복숭아의 맛과는 사뭇 다른, 내 입안을 한가득 채우는 진한 달콤함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내가 누린 미각세포의 즐거움을 곧바로 애인과 공유했다. 애인 역시 이렇게 맛있는 복숭아는 처음이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두유 요거트에 양홍장 복숭아와 직접 만든 아로니아 베리 잼을 얹었다.
 두유 요거트에 양홍장 복숭아와 직접 만든 아로니아 베리 잼을 얹었다.
ⓒ 송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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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그는 나보다도 더 목이 빠져라 양홍장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고대하던 양홍장을 집으로 모셔왔다. 베이킹소다와 식초를 푼 물에 깨끗이 빡빡 씻어 껍질째 먹기도 하고, 과육의 쫀득한 식감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껍질을 깎아 먹어보기도 한다.

두유로 만든 요거트에 다른 과일과 양홍장을 아낌없이 얹어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우리만의 '요거트 보울(Yogurt Bowl 요거트 위에 과일과 견과류 등의 토핑을 얹어 먹는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양홍장 복숭아가 좋은 이유가 또 하나 있다. 바로 국산 품종이라는 것이다. 2020년 10월 13일 농촌진흥청 국정감사 내용에 따르면 3년 동안 해외에 지급한 종자 사용료 로열티는 총 31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 농가에서 재배된 품목일지라도 종자 자체가 해외에서 가져온 것이기에 그만큼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복숭아 역시 국산 품종의 재배 비율이 낮은 대표 품목 중 하나로서, 2019년 기준 재배되는 복숭아 중 35%만이 국산 품종이다.

양홍장 복숭아는 국산 종자인 '장호원황도'를 개량한 품종으로 국립종자원에는 '대홍장'이라는 명칭으로 등재가 되어 있다. 맛도 좋고, 국산 품종을 재배하는 농가에 힘을 실어주기에도 더할 나위 없는 양홍장 복숭아. 오늘 퇴근길 마트나 시장에서 양홍장 복숭아가 있나 한 번 둘러보심이 어떠할지?

태그:#양홍장복숭아, #양홍장 복숭아, #초가을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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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화랑 단남의 자유롭고 주체적인 삶으로의 여정을 기록합니다. 이따금씩 글을 쓰고 상담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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