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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이 땅에 진주하고 있다(1945. 9.).
 미군이 이 땅에 진주하고 있다(1945. 9.).
ⓒ NARA / 눈빛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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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원주기독병원에서 건강검진이 있는 날이다. 이른 아침 공복으로 병원에 가서 채혈을 한 뒤, 담당 의사에게 검진을 받았다. 그는 모니터에서 검사 결과를 종이에 적어주면서 말했다.

"많이 좋아졌습니다. 4개월 후에 오세요."

의사 검진은 10초 만에 끝났다. 그 10초의 검진을 받고자 새벽부터 부산을 떨며 수 시간 기다렸다. 창구에 수납을 한 뒤 처방전을 들고 중앙시장 들머리 약국으로 가는데 NH농협은행 원주원일로지점 앞 네거리 모퉁이에서 한 정당 관계자들이 "미군 철수 결사반대"라는 펼침 막을 앞세우고 시민들로부터 지지 서명을 받고 있었다.

나는 내 눈이 의심스러워 다시 눈을 크게 뜨고 보자 분명 "미군 철수 결사반대" 펼침 막이었다. 건너편 약국에 가서 처방전을 보이자 약사가 다소 놀랐다.

"아주 센 약입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의사가 나에게 한 말은 환자 기분이 좋으라고 한 말로 새겨졌다. 젊은 날, 노인들이 약 보퉁이 들고 지나는 것을 보고, '나는 결코 저렇게 되진 않아야 할 텐데...'라고 그분들을 안타깝게 바라봤다. 그런데 어느 새 나도 똑같은 길을 걷고 있다.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게 인생"이란 말은 참으로 명언이다.

약 봉투를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중앙시장 네거리 농협은행 어귀에서 본 "미군 철수 결사반대"라는 펼침 막이 내내 눈에 밟혔다.

몇 해 전, 추수하는 들판을 지날 때다. 콤바인을 몰던 한 농사꾼이 정부가 쌀을 북에다가 퍼 준다고 입에 거품을 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6.25 때 원자탄 두어 방을 북쪽에 떨어뜨렸어야 옳았다는 무서운, 끔찍한 말을 서슴없이 뱉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그대로 지나칠 수 없어 그 농사꾼에게 "이쪽에서 떨어뜨리면 그쪽에서도 결코 가만히 맞고만 있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 줄이나 아시고 말씀하세요?"라고 반문했다. 그러자 그는 동문서답 식으로 이제라도 미군들이 원자탄 몇 방으로 선제공격을 해야 한다고 계속 핏대를 세웠다.

백주대낮 사람들이 붐비는 네거리에 "미군 철수 결사반대"라는 펼침 막을 당당히 내걸고 서명을 받는 무리들이 횡행하는 한, 조국통일도, 이 나라 자주 독립도 힘들 것 같다. 오호 애재라 재라!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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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교사생활 후 원주에서 지내고 있다. 장편소설 <허형식 장군> <약속> <용서>, 역사다큐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사진집<지울수 없는 이미지> <한국전쟁 Ⅱ> <일제강점기> <개화기와 대한제국> <미군정 3년사>, 어린이 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 <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 <독립운동가, 청년 안중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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