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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우리나라의 농촌 인구가 1500여만 명이던 것이 2020년에는 220여만 명으로 85%가 감소하면서 인구 유출과 고령화로 지역경제는 무너지고 마을은 사라질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충남도의 경우 2015년에 15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에 소멸될 가능성이 가장 많은 마을은 부여군으로 281개(행정리)로 나타났으며, 2020년에는 367개 마을로 86개 마을이 늘어가면서 심각한 상황이 되었다. 
 
충남연구원이 2021년 6월 발표한 충남의 행정리별 지방소멸지수에 따른 예상 분포도
▲ 마을별 소멸예상 통계 지수 충남연구원이 2021년 6월 발표한 충남의 행정리별 지방소멸지수에 따른 예상 분포도
ⓒ 충남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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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장들의 노력으로 떠나는 농촌에 조금씩이나마 기업들이 이전 되었지만 본사들은 여전히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있다. 방문객들이 쓴 돈은 비현금 거래로 결재 즉시 지역에서 한 번도 회전하지 못하고 지역 밖으로 빠져 나가면서 지역경제를 어렵게 하고 고령화에 의한 인구절벽으로 기초 지방자치단체들이 역사속으로 사라져 버릴 가능성이 커지게 된 것이다.

201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역외 유출이 심한 지역은 충남이 26.7%, 충북이 21.3%, 울산이 20.1%으로 나타났고, 2019년에도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중에 역외 유출이 가장 심한 지역은 충청남도로 1년 동안 25조 원이 유출된 것으로 파악되었다.

시장경제체제에서 자본의 이출입은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거래된 화폐의 역외유출 속도를 늦추고 지역 내 화폐의 회전을 조금이라도 더 시켜 지역 경제를 살려야 하는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역외 유출을 막기 위한 여러 정책을 검토하고 있는데 주요한 수단 중 하나가 지역화폐다.

외환위기 이후 지역경제 및 공동체 활성화를 목적으로 공동체화폐 운동이 활성화 되었고, 1999년에는 대전광역시가 '한밭레츠'를, 서울 송파구에서는 '품앗이'라는 화폐를 발행하였다. 각 지자체에서 공동체 화폐를 도입한 게 고향사랑 상품권이었고, 지역 내에서는 소상공인이나 전통시장 활성화 등 지역경제의 순환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특히 고향(지역)사랑 또는 온누리 상품권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로 지역 경제 활성화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단체장들이 지역화폐를 공약하였고, 충청남도, 전라남도, 부산시, 경기도 등은 2019년부터 지역화폐 조례 제정을 통해 화폐의 역외 유출 방지와 지역 경계 활성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즉 우리나라의 지역화폐 발행은 2015년 892억 원(30곳)에서 2018년 3714억 원(66곳)으로, 지난 해에는 230개 지자체에서 약 9조 원 규모의 지역 화폐를 발행하고 있다.

그러나 거래되는 통화는 해당 지역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빠져 나가는데다 지역화폐가 한번 사용되고 나면 법정화폐로 바뀌어 유출될 가능성이 커져 버려, 지역화폐가 아니라 지역카드나 지역쿠폰에 머물고 있다는 한계점이 지적된다.

이런 가운데 부여군의 공동체 순환형 지역화폐의 사회적 실험이 화제가 되고 있다.
박정현 부여군수는 2018년 취임하자마자 지역화폐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 전략을 수립하였고, 의회의 발의로 '부여군 지역화폐 발행 및 이용활성화에 관한 조례'를 제정(2019.09)하였다. 박 군수는 "역사의 주체는 주민으로, 주민 참여에 의한 제도 개선을 통해 주민의 삶에 녹아드는 행정이 될 때 지역 공동체가 회복된다"는 철학으로 주민들과 소통을 시작했다.

부여군은 지역 화폐 발행 체계를 구축하고 주민들과 만나면서 세 가지 방향을 설정하였다. 첫째, 어르신들은 미덕은 절약과 저축이지만 주머니를 열게 해야 한다. 둘째, 과거의 1회성 상품권이 아니라 지속적 순환이 되어야 한다. 셋째, 군단위 대부분인 소상공인들을 위한 정책이어야 한다는 점 등이다.

우리나라 지역화폐의 경우는 통상 카드 수수료를 2%내외이고, 신용카드의 경우도 3억 원 이하는 0.8%, 체크카드는 0.5%를 내야 하는 현실을 넘어서는 대안이 필요했다.

그래서 부여군은 기존의 종이화폐를 벗어나 전자통신 강국에 맞는 전자식 지역화폐를 구상하였고, 15개 읍면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주민들을 이해 시켰다. 특히 2019년 당시 지역화폐를 도입하는 다른 시·군처럼 QR코드 결제만으로는 대다수 사용자인 고령층의 사용이 어려울 것으로 분석되어 고령층에게도 익숙한 합성수지식 카드 결제 방법을 고민하였다.

그러면서도 카드 수수료가 없는 비접촉 근거리 통신(NFC, near field communication) 방식을 전략적으로 채택하여 기존 금융권망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화폐를 통용하도록 했다. 
 
2020년 1월 23일(목) 설날을 앞두고 부여군이 발행한 전자식화폐인 굿뜨래 화폐로 결재하며 홍보하는 박정현 군수
 2020년 1월 23일(목) 설날을 앞두고 부여군이 발행한 전자식화폐인 굿뜨래 화폐로 결재하며 홍보하는 박정현 군수
ⓒ 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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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위한 설명회 과정에서 주민 공모를 통해 부여군의 공동체에 맞는 '굿뜨래페이'로 확정됐는데 "좋은 뜰에서 사용하는 화폐"라는 뜻이라고 한다.

부여군은 지역화폐의 조기 정착을 위해 공급을 통한 수요창출이 필요하다는 전략적 판단과 민선 7기에 신설된 (사)농업회의소의 사회적 협의를 통해 '농업・농촌의 환경을 보전하고 식량안보라는 절대적인 공익적 기능에 대한 보상의 필요성과 함께 안정적 식량생산 및 지속발전 가능한 농업을 유지'하기 위해 충청권에서 처음으로 농민수당을, 보편적 재난지원금도 충남도에서 처음 도입하면서 농민수당 75억 원과 보편적 재난지원금 200억 원도 굿뜨래 화폐로의 지급으로 역외 유출 방지와 함께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끌었다.

부여군이 도입한 지역화폐인 굿뜨래는 첫해인 2019년에 91억 원 발행이후 2년 만에 21년 8월까지 총 1770억 원을 발행하여 1750억 원을 이용하였고, 이용액 중 2회 이상 결재한 순환금액이 160억 원으로 9%라는 순환율을 보이면서 지역내의 자금 회전은 지역화폐의 안정적 운영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런 결과로 2021년 10월 현재 굿뜨래 화폐를 이용한 시민은 5만 5836명으로 부여군에 거주하는 인구 중 경제활동인구 모두 1회 이상 이용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충청남도에서 노령 인구가 가장 많은 마을에 종이 화폐가 사라지는 혁명이 일어났고, 역사속으로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던 부여군이 굿뜨래 화폐로 역외 유출을 막고 선순환을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 하고 있는데, 더 중요한 것은 굿뜨래 화폐를 통해 지역주민들의 신뢰와 연대로 공동체를 복원하고 있다는 점이며, 이를 통해 사회신뢰자본이라는 무형의 자본이 다시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부여군의 실험이 성공하길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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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과 정의, 그리고 희망 헌법에 보장된 정의의 실현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실천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노력이 지속될 때 가능하리라 믿는다.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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