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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를 일으키는 효자’에서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골칫거리’까지, 다양한 평가 속에 40년 가까이 전기를 생산해온 삼천포화력발전소가 서서히 생명을 다하고 있다. 쓸모를 다한 까닭이다. 그러나 낡은 건축물일지언정 새로운 쓸모는 정녕 없을까? 이런 물음으로 <뉴스사천>과 <고성신문>이 함께 답을 찾아 나선다. 화력발전소가 교육?문화발전소가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기자말]
삼천포화력발전소와 (오른쪽 멀리)고성하이화력발전소. 문 닫는 삼천포화력발전소가 문화발전소로 거듭나길 바라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삼천포화력발전소와 (오른쪽 멀리)고성하이화력발전소. 문 닫는 삼천포화력발전소가 문화발전소로 거듭나길 바라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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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사천=하병주 기자] 국내 최초 대용량 석탄 전소 발전소. 삼천포화력발전소에 따라붙는 꾸밈말이다. 이처럼 삼천포화력발전소는 1983년 1호기가 가동될 때부터 전국에 이름을 떨쳤다. 전기 업계에서 조금이라도 밥을 먹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다녀갔을 법한 곳으로 꼽힌다. 수산업과 항구도시로 알려져 있던 삼천포를 산업도시로 덧칠하는 효과도 불렀다는 게 지역민들의 반응이다.

그 삼천포화력발전소가 이제 중요한 갈림길에 섰다. 발전소의 수명이 다하면서다. 1‧2호기는 올해 4월에 이미 문을 닫았고, 3‧4호기는 2024년까지, 5‧6호기는 2028년까지만 가동될 예정이다.

다만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남동발전㈜(아래 남동발전)은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3‧4호기 대체 발전소를 짓기로 했다. 연료는 액화천연가스(LNG)이다. 장소는 지금의 삼천포화력발전소 안 또는 근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일부 지역민과 환경단체에선 여전히 반대 목소리가 높다.

발전소 신설 문제가 어떤 결론에 이르든, 기존의 발전시설은 시간표에 따라 차례로 문을 닫을 전망이다. 그렇게 남는 시설물은 어떤 운명을 맞을까. 이와 관련해 남동발전은 "3‧4호기 폐지 시 1~4호기를 동시에 철거할 예정"이라며 "기존 건축물의 활용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다"라고 밝혔다. 이대로라면 그냥 철거되는 셈이다.
 
석유비축기지를 문화비축기지로 바꿔 놓은 서울시가 ‘서울 미래 유산’임을 알리고 있다.
 석유비축기지를 문화비축기지로 바꿔 놓은 서울시가 ‘서울 미래 유산’임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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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축기지 건물 전경.
 문화비축기지 건물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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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민의 분노
  
그러나 앞선 몇 번의 기사에서 살핀 것처럼, 산업시설로 쓸모를 다한 건축물들이 새로운 쓸모를 찾아 변신하는 경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문화비축기지로 거듭난 서울 마포 석유비축기지,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한 부천 쓰레기소각장, 도심 속 쉼터로 사랑받는 부산 와이어(철강) 공장, 거대한 빛의 전시관으로 모습을 바꾼 제주 통신 벙커 등이 좋은 예다.

그렇다면 문 닫는 삼천포화력발전소를 문화발전소로 변신시키는 일도 가능하지 않을까? 이런 기대감으로 남동발전과 삼천포발전본부에 질문을 던졌지만, 돌아온 답은 앞서 언급한 대로다. 3‧4호기가 문을 닫으면 그때 함께 철거하겠다는 뜻이다.

지역민들로선 실망스러운 대답이다. 사실 삼천포화력발전소는 가동 시작부터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지역 경제를 떠받친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었으나, 환경오염의 주범이란 평가도 받았다. 2000년대에 들어선 다량의 미세먼지 배출로 사천과 삼천포의 이름을 부끄럽게 한 일이 여러 번이다.

지역민의 격앙된 분위기를 의식한 듯 삼천포발전본부는 한때 '지역사회를 위한 미래 100년의 사회공헌 계획'을 내어놓겠노라 약속하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사라진 약속이다. 그러니 남동발전과 삼천포발전본부를 바라보는 지역사회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지금껏 발전소가 탈 없이 가동한 데 지역민들의 희생이 깔려 있었음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야깁니다.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금요? 그건 생색용이죠. 지역사회 전체가 알게 모르게 입은 피해를 생각하면 가당찮은 금액입니다. 완전히 문을 닫고 떠날 게 아니라면 시대에 맞는, 더 적극적인 사회공헌 사업을 해야 하죠. 그렇게 하도록 요구해야 합니다."

이는 고성하이화력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금의 사용 방안을 심의하는 위원이면서 삼천포 구항 도시재생사업의 주민협의체 대표인 김학록씨의 쓴소리다. 사천남해하동환경운동연합의 강춘석 의장은 한 발 더 나갔다.

"발전소는 틈만 나면 찾아와 '상생'하는데, 도대체 누구와 누구의 상생이죠? 그들 생각에 지역민과 지역사회는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적어도 높은 자리에 앉은 사람 중에는. 최근 들어선 적자 타령도 하는 것 같던데 그럼 잘 나갈 때는? 지긋지긋한 발전소 또 지으려 드는데, 이번엔 시민들이 단단히 마음먹어야 해요."
 
삼천포화력발전소 전경.
 삼천포화력발전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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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삼천포화력을 향한 지역 민심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더 적극적인 사회공헌을 바라는 목소리에서부터 더 이상의 발전 사업을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까지다.

그러나 아직은 국내에서 한번 들어선 발전소가 순순히 물러난 일이 없다. 발전시설만큼이나 중요한 송전시설이 기존 발전소를 중심으로 깔린 탓이다. 정부나 발전기업에선 새로운 발전 용지를 찾기 어렵거니와 시설의 완전 폐쇄를 손실로 여기며 반기지 않는다.

지난 2020년 보령화력 1‧2호기의 용지를 옛 모래사장으로 복원하는 계획이 발표된 것을 빼면, 대부분의 화력발전소는 새로운 발전소로 거듭나고 있다. 다만 연료만 석탄에서 석유 또는 가스로 바뀌는 추세다.

이런 분위기라면 삼천포화력발전소도 기존 발전소를 허물고 새 발전소를 짓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벌써 남동발전은 LNG발전소 건립 계획을 세우고 고성군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차례로 문을 닫는 발전 1‧2‧3‧4호기 자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이라도 사천시와 고성군, 두 지역사회가 똘똘 뭉쳐 남동발전을 향해 강한 목소리를 내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화시설로의 변화
 
한국중부발전㈜에서 운영하는 서울화력발전소가 지하로 들어가고 지상은 공원으로 변한 모습.
 한국중부발전㈜에서 운영하는 서울화력발전소가 지하로 들어가고 지상은 공원으로 변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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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삼천포화력의 폐 발전시설을 다르게 활용한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건 역시 문화시설이다. 높이 솟은 굴뚝 건물이 전시관이 되고 공연장이 된다면 상상만으로도 설렐 일이다. 교육시설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전기가 어떻게 생산되는지 다양한 기술을 집약시켜 체험하게 한다면, 학생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흥미를 끌 전망이다. 발전시설 바깥의 넓은 회처리장은 태양광 발전시설과 함께 푸른 공원으로 꾸며도 좋을 일이다. 체육시설까지 넣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이처럼 즐거운 상상력에 찬물을 끼얹는 이야기도 있다. 첫 번째가 '국가중요시설을 아무에게나 개방할 수 없다'는 논리다. 이는 설득력이 약하다. 발전 1‧2‧3‧4호기의 위치가 서쪽 끝자락에 있어 새로운 진입로를 만들면 그만이다. 사천으로선 옛 향촌농공단지와 향촌제2산단 용지를 지나 발전소로 들어갈 진입로가 생긴다면 더없이 반길 일이다.

찬물을 끼얹는 두 번째 이야기는 '그 돈을 누가 대지?'라는 물음이다. 이 대답은 당연히 남동발전이 먼저 해야 한다. 시설이든 땅이든 모두가 남동발전의 것이기에 그렇다. 남동발전의 투자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남동발전이 모두 책임질 필요는 없다. 지자체와 머리를 맞대면 새로운 길도 열릴 수 있다.

그중 하나가 문화체육관광부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문체부에선 오래전부터 폐 산업시설 등의 유휴시설을 문화시설로 거듭나게 하는 이른바 유휴공간 문화재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과 지자체가 뜻을 모아 신청하면 정부가 국가균형발전 특별회계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부산 F1963, 부천 아트벙커B39 등이 이 방식으로 거듭났다. 이와 조금 다르지만, 서울 도심에 있는 서울화력발전소의 일부 남은 시설도 문체부와 지자체의 의기투합으로 문화시설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통신 벙커에서 미디어아트 공간으로 거듭난 ‘빛의 벙커’(제주 소재)에서 관람객들이 신기한 듯 즐기고 있다.
 통신 벙커에서 미디어아트 공간으로 거듭난 ‘빛의 벙커’(제주 소재)에서 관람객들이 신기한 듯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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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에 따라선 민간 투자도 가능한 일이다. 제주의 한적한 시골에 있던 지하 통신 벙커가 '빛의 벙커'로 탈바꿈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민간업체 ㈜티모넷은 오랫동안 방치된 국가시설을 임대해 훌륭한 문화시설로 바꿔 놓았다.

쓸모를 다한 것에서 새로운 쓸모를 찾아내는 일이 쉬울 리 없다. 그렇다고 그저 불가능하다고 손사래 칠 일만도 아니다. 삼천포화력발전소를 문화발전소로! 여기에 남은 건 결국 의지가 아닐까. '길이 없는 게 아니라 의지가 없어 길을 찾지 못하는 것'이란 옛말을 새삼 떠올려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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