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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 서울대공원의 돌고래쇼는 인기있는 볼거리였다. 매진되어 못봐 아쉽다는 사람도 많았다. 아이들이 어렸던 1990년대 말 어느 해 5월, 아이들과 돌고래쇼를 봤다. 그런데 10년 후쯤, 딱 한 번에 불과하지만 돌고래쇼 본 것을 부끄럽게 하는 뉴스 하나를 접했다.

'공중으로 뛰어올라 묘기를 부린 암컷 남방큰돌고래가 자신이 내려야 할 곳에 새끼 고래가 있는 것을 보고 다른 곳으로 내리려고 시도하다 시멘트 바닥에 떨어져 죽었다'는 내용이었다. 실제 조련사로 근무했던 사람이 자신이 겪은 것을 이야기한 <한겨레> 인터뷰 기사였다.

기사를 읽은 후, 한동안 나를 먹먹하게 하던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1988년, 광복절에 고향을 떠나 살던 사람 넷이 인근에 왔다가 친정에 들렀다. 마당에 있던 우리 집 개를 본 그들은 복날을 앞두고 흔히들 하는 부정적인 말을 했다. 그런데 개가 순식간에 사라져 며칠 동안 동네 인근을 다 뒤져도 찾을 수 없었다. 개가 나타난 것은 동네에 일주일 동안 남아 일을 보던 사람까지 동네를 벗어난 직후였다. 개는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을 정도로 바짝 야위어있었다. 

그 개의 행동을 어떻게 이해할까? 내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친정에서는 개를 키운다. 수많은 개와 살아왔다. 모든 개들이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함께 살았던 개들 대부분 저마다만의 방법으로 우리에게 때때로 무언가를 전하거나 보여주곤 했다. 개가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다거나,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거나, 감정이 있다거나 등의 말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결코 이해 못 할 그런 행동들로 말이다.

그래서 그 암컷 돌고래의 모성애에 더욱 울컥했고 오랫동안 기억하게 됐다. 생각하지 못하고 있던 돌고래의 감정에 대해 마음으로 공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너의 바다가 되어>(크루 펴냄)는 2011년 당시 뭉클하고 먹먹하게 접했던 기사 속 큰남방돌고래의 모성애를 역시 남다르게 받아들인 누군가가(고상만) 동화로 창작한 이야기이다.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희생되는 동물들  
 
<너의 바다가 되어> 책표지.
 <너의 바다가 되어> 책표지.
ⓒ 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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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안이는 태어날 때부터 엄마로부터 받은 '유전적 선천성 심장병'으로 학교생활마저 쉽지 않은 열 살 여자 아이다. 아빠와 동물원에서 돌고래쇼를 보게 된 종안이는 그날 돌고래쇼 공연을 했던 어린 돌고래 '아토'의 아픈 사연을 우연히 듣게 된다. 자신 때문에 공연하던 엄마(루나)가 죽고, 그에 항의한 아빠(덴버)가 다른 동물원으로 팔려갔다는 것에 대한 자책과 그리움, 그로 인한 아픔이었다.

그날 이후 종안이는 아토가 바다로 가 맘껏 헤엄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는다. 종안이 아빠는 어찌해줄 수 없는 소원이라며 포기하지만, 루나가 죽던 그때 조련사였던 은정에게 도움을 청한다.

줄거리는 대략 이 정도, 아토와 조련사 은정을 통해 인간들의 그릇된 욕망에 희생되는 돌고래 혹은 동물원 동물들의 현실을 전한다. 그리고 종안이와 아빠 진수를 통해 돌고래들이 바다로 돌려보내져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한다.
 
자신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새끼를 살리고자 거침없이 몸을 비틀어 콘크리트 바닥으로 떨어진 루나. 그리고 숨진 아내 루나의 사체를 옮기기 위해 사람들이 움직이자 남편인 덴버가 울부짖던 그 슬픈 비명을, 다른 사람은 몰라도 조련사 은정은 놓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고통을 가진 덴버와 아토에게 잔인하게도 오늘 당장 사람들의 웃음을 위해 뛰어오르고, 헤엄치고, 물 위에 바로 서라고 요구하는 것이 너무도 잔인하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은정은 처음으로 자신이 선택한 직업이 싫어졌습니다. - <너의 바다가 되어> 125쪽.
 
동화 속 주인공인 남방큰돌고래는 국제보호종으로 국제포경규제협약(ICRW)에 따라 포획이 엄격하게 제한돼 있다. 우리나라 국토해양부 역시 멸종위기인 남방큰돌고래를 보호 대상 해양생물로 지정, 영리 목적의 포획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공연장에서 필요한 돌고래를 외국에서 수입할 경우 최소 3억 이상을 줘야 하고, 또 그렇게 구매를 했다 해도 국내로 운송하는 과정에서 장시간 스트레스를 받은 돌고래가 사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때문에 '불법인 줄 알면서도 어부들이 불법 포획한 돌고래를 사들여 자신들이 산 가격의 수십 배에 해당하는 1억 원 정도에 다시 판매하는 사람들까지(84~85쪽)' 있을 정도로 사실상 공공연히 허용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은? 서울대공원의 돌고래쇼는 2012년 3월 19일 자로 중단되었다. 같은 해 5월, 서울대공원 측은 '제돌이'를 1호로 춘삼이, 삼팔이, 복순이, 금등이 등 쇼나 번식을 위해 존재했던 일곱 마리의 남방큰돌고래들을 바다로 돌려보냈다. 시민단체들이 쇼를 위해 희생되는 돌고래들의 동물권을 요구하며 몇 년간에 걸쳐 자본 논리에 맞서 싸운 덕분이었다.

그 무렵 돌고래쇼나 번식을 위해 존재하던 다른 곳의 돌고래들도 바다로 돌려보내졌다. 하지만 모든 돌고래가 바다로 돌려보내진 것은 아니다. 2021년 9월 24일 현재, '비봉이(27세로 추정, 2005년 비양도에서 불법 포획)'처럼 돌고래쇼나 번식에 동원되는 돌고래가 24마리나 된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그들 중에는 비봉이처럼 공연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고 말이다.

언제나 이들 돌고래들이 또 다른 제돌이 혹은 아토가 되어 바다로 갈 수 있을까? 책 덕분에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돌고래들이 처한 상황에 관해 관심 둘 수 있었다. 

특히 148쪽부터의 내용들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의 바람이 크다. 사람들의 그릇된 호기심과 웃음을 위해 당연한 것처럼 희생되는 돌고래들, 그리고 동물원이라는 테두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현실과 동물권, 동물원의 존재 이유와 바람직한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 예를 들어 동물원의 북극곰이 물속을 들어갔다가 나온 후 온몸을 좌우로 흔드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즐거워 합니다. 또한, 끊임없이 좌우로 움직이는 사육장 내에서의 북극곰을 보면서 그것이 곰의 재롱으로 여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진실은 그것이 아닙니다. 추운 북극에서 살아야 할 곰이 여름철이면 영상 30도가 넘는 우리나라에서 살고 있으니 어찌 정상적인 생태환경이 가능 할까요. 그래서 "재롱을 부리며 곰이 춤을 춘다"라며 즐거워 하는 북극곰의 행위는 사람으로 치자면 자폐증세와 비슷한 이상행동이러고 합니다. 좁은 동물원 공간에서, 자신과 맞지 않은 환경에서 오래 노출되다보니 일어나는 아른바 '정형 행동'인 것입니다.

돌고래는 그나마 동물원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습니다. 돌고래의 공연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바닷물을 수시로 깨끗하게 갈아주기 때문입니다. 안타깝게도 다른 바다동물들에게는 이런 당연한 환경도 못해주는 실정입니다. 바닷물을 공수해 오는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바다에 사는 잔점박이물법의 경우에는 바닷물 대신 지하수로 물을 공급해 안구가 파열될 정도의 심각한 염증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 <너의 바다가 되어> 152~153쪽.

너의 바다가 되어

고상만 (지은이), 크루(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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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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