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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성수동 오매갤러리에서 열리는 <자수살롱>展은 조금 특별한 전시다. 2019년 <자수신세계>展으로 <자수공간> <자수잔치> 그리고 외전격인 <안녕! 바다 씨!>까지 네 번에 걸쳐 꾸준히 변화하고 성장해 현재 2021년 <자수살롱>展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살롱에 참여한 열 명의 작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기자말]
노벨상을 수상했던 물리학자 파인만은 어느날 물었다. "우리는 벽돌의 속을 볼 수 있을까요?" 이를 두 가지 방법쯤으로 실천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벽돌을 깨뜨리고 보는 것이다. 이때 우리는 속을 보는 것인가? 투시를 하는 방법도 있다. 엑스레이 같은 것을 써서 벽돌의 '안'을 들여다볼 수도 있다. 그 이미지는 벽돌의 속인가? 파인만은 '개념'에 대해 말하고 있다.  

"개념은 우리의 이해를 돕는 도구다. 개념은 실체일 수는 없다"는 게 파인만의 정리였다. 우리가 미술 작품을 볼 때도 똑같은 일이 일어난다. 우리는, 작가는, 해석하겠지만 그게 정말 실체인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럴 때 우리의 이해는 깊고 다양해진다. 분당에 있는 그의 작업실 델 피노에서 신승혜 작가를 만났다. 델 피노는 소나무를 뜻하는 스페인어.   

 
두 세계, 이중적인 세계는 신승혜 작가의 주된 탐구 및 표현 대상이다.
▲ 자수살롱 전시장에 선 신승혜 작가 두 세계, 이중적인 세계는 신승혜 작가의 주된 탐구 및 표현 대상이다.
ⓒ 원동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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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는 좋아하고 회화는 동경

신승혜의 작품은 면이 승하다. 선인 실은 촘촘하게 선 옆에 서면서 채워져 면이 된다. 수없이 많은 솔잎들이 어느새 나무가 되고, 그 나무들이 또 그루를 늘리면서 숲이 된다. 채도와 명도를 달리하는 몇 개의 면들은 모여 벽과 지붕이 되고, 그것들이 또 모여 인간의 마을이 된다.

그러면 비교적 선명하게 두 개의 세계가 대척점에 서게 된다. 집과 숲이 그리고 사람의 마을과 자연이. 신승혜 작가는 그 서로 다른 두 요소를 한 곳에 배치하면서 긴장, 풍요로움, 대화, 변화를 생성한다. 자수와 회화를 섞는 것도 신승혜 작가로선 두 세계의 '믹스 앤 매치'다. 이때가 작품에서 감상으로 이어지는 순간, 실체가 개념으로 나아가는 순간이다.  

"자수는 좋아하고 회화는 동경해요. 회화는 서른 작가가 그리면 서른 개의 개성이 보이는데, 자수는 그런 점에서 부족하죠. 전통 자수는 훨씬 더 그렇고요. 다양성이 존재하면 여기서 파워가 생길 것이니까. 우선 저라도 먼저 해보자 했어요.

저는 전시에 자수를 취미든 업이든 하시는 분들이 많이 오셨으면 해요. 같은 종류 실도 어느 나라 실이냐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다르잖아요. 면사도 다양하거든요. 동물적인 느낌이 날 수도 있죠. 6겹의 실에서 2줄이나 3줄을 쓰시는 분들도 있고, 저는 때로 18겹을 쓰고요. 자수는 호랑이는 호랑이답게! 이런 방향이겠지만, 우리는 각기 다른 자기만의 작업을 하고, 전시는 그걸 걸 한번에 보는 곳이니까."


자수살롱에 내건 신승혜의 작품은 Duplicity 시리즈다. home집, organ내장 기관, space 공간, body몸이다. Duplicity는 이중성, 겹침, 표리부동 등으로 해석한다. 신승혜의 관심이 몸으로부터 집, 마을과 더 큰 공간까지 차근차근 확장하고 그 안의 것들은 서로 중첩도 한다. 이런 세계의 구조는 작품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어서 삶에도 그 저(위에서 이야기한) 개념을 적용해 볼 수 있다. 
 
신승혜_Duplicity-organ_천위에실,아크릴릭_32cmx32cm_2021
▲ 신승혜는 이중적인 세계를 작품으로 표현한다. 신승혜_Duplicity-organ_천위에실,아크릴릭_32cmx32cm_2021
ⓒ 신승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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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세계 그리고 끝내 경계를 넘나드는

신승혜는 사북에서 나고 자랐다. 탄광촌이었다. 강물은 맑거나 푸르지 않고, 언제나 회색빛이었다. 하늘도 마치 그런 것 같았다. 광부들은 캄캄한 갱도를 한참이나 들어갔다가 나오면 동네에 즐비한 조명 찬란한 술집과 오락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언제든 죽을 수도 있는, 그러나 돈을 벌 수 있는 세계와 언제든 욕구의 절정까지 채울 수 있는 지상의 소비 공간을 그들은 매일 오갔다. 승혜의 어머니가 그 공간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한 건 이상스러울 것 없는 귀결이었다. 어린 승혜는 강남 방배동으로 이사를 왔다. 터전을 그쪽에 가진 아버지는 그 터를 지켜야했다. 
  
승혜가 1990년 홍대 회화과에 갈 때, 아버지가 반대를 했다. 그 '홍대터란 그저 놀이판'이고, 여자애들이 담배를 피울지도 모른다는 게 이유였다. 승혜는 입학을 하자마자 담배를 피웠다. 당시의 대개 학생들이 그리했던 것처럼 매일 술을 마셨다. 승혜는 옷을 단디 준비하지도 않고, 스키를 메고 알프스의 눈밭을 올랐던 적도 있다.

몰라서 그랬던 것인데, 길을 완전히 잘못 들어 인적은 아무 데도 없는 곳에 다다랐다. 죽을 수도 있었다. 대학 때는 스킨스쿠버를 했다. 선배들은 한 편으로는 안전지침에 매우 엄격했고, 그러면서도 술을 마시고도 다이빙을 했다. 동료 하나를 잃었다. 치기(稚氣)는 어린것들의 전유물은 아니고, 모든 살아있는 것들의 특징이었다. 행위들은 결과를 가져왔다.

"나는 끝간 데 없이 가고, 하고픈 걸 다 해보겠다 했지만, '결정적으로' 용감하진 못했어요. 그리고 그게 나인 걸 알았죠. 20대 때 해부학 책을 끼고 살았어요. 엄마는 예민한 분이었는데 폐암 말기, 나는 개인전이 잡혀있었어요. 엄마 간병을 제가 했죠. 그때는 예쁜 것도 현학적인 것도 하기 어려웠어요.

그 어떤 것보다 본질적으로 먼저인 건 몸과 건강이라고 생각됐어요. '전두환은 살아있는데, 왜 어머니가 이렇게 일찍 돌아가셔야 하는 거야?' 집 가족 친척에서 분리돼 살고 싶었어요. 좋은 기회도 다 덮고, 한국을 떠나게 된 계기고. 여기서 뭘 더 이루고 싶지 않다. 몸과 옷에 대해 천착해보자. 철학적인 거 말고, 시각적인 걸 해보자고…"


경계인, '새세계'를 보여주다 

밀라노에서 처음엔 기술적인 학교에 다녔다. 패션으로 유명한 그곳은 철저하게 셀럽과 돈의 세상이었다. 성적인 부분의 자유가 제도화된 곳이었지만, 저녁 아홉시면 모두가 가족에게로 돌아갔다. 아침엔 커피와 크라상을 먹고, 점심엔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고 집에 가면 끝인 사람들. '멘탈을 바꾸지 않으면 여기선 주류가 될 수 없어!' 그러나 멘탈을 바꿀 수 없는 사람이 승혜였다.

한국에 돌아와 라이프 스타일샵을 차렸다. 열심히도 하고, 잘도 해냈지만, 샵인샵에 입점했는데 본점 샵이 부도를 맞았다. 결제가 안 됐다. 손으로 해내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단가를 맞출 수 없었던 일이었다. 사업은 힘들고 또 어려웠다. 긴 시간의 방황을 툭툭 하고 털어냈다. 그리고 다시 원점으로. 하지만 나선형의 원점으로.
 
자수공방 델 피노에서의 작가
▲ 노트북에선 지난 날의 전시가, 오른편에 <숲과 집> 작품이 보인다 자수공방 델 피노에서의 작가
ⓒ 원동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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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패브릭에 관심이 있었어요. 재미난 창작의 영역에 한계가 어디 있겠어? 그게 재밌겠구나 싶었어요. 열정적으로 하다 보니 배우러 오는 이들도 있고. 공방의 개념이지만, 파인아트처럼 하게 되고.

CR콜렉티브에서 개인전을 열자 할 때, <숲과 집> 작업을 했어요. 저는 끈적끈적하고 두텁고 어두운 숲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숲이 예쁘다' 하시더군요. 나무들이 덜 채워진 거죠. (웃음) 패브릭하우스에선 간 내장 기관들을 전시했어요. 큰 천들을 잘라 잎사귀처럼 만들어 중첩해 썼어요. 관객들 관심도 컸죠."  


행복에 대한 우화 중에는 치르치르 미치르와 파랑새 이야기가 있다. 파랑새 행복이란 찾을 필요가 없고, 언제나 거기 집에 있었다고들 한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 파랑새는 오직 여행을 떠난 본 이만이 볼 수 있다. 찾음 없이는, 찾음이 있을 수 없는 법이다. 

"자유로운 삶을 갈망하면서도 결국 그 선을 넘지 못하고 돌아오게 된 거죠. 여러 개를 건드리지만 선택과 집중은 못하고... 그렇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래서 여러 개를 갖게 되었구나.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그건 언젠가 하나로 합쳐지겠구나. 그게 믹스매치 되면 꽤 재미난 영역이 되겠구나. 그렇게 생각해요."

[관련기사 : 천 위에 펼쳐진 무한한 세계... 이런 자수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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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읽고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사진 찍고, 흙길을 걷는다. 글자 없는 책을 읽고, 모양 없는 형상을 보는 꿈을 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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