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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성수동 오매갤러리에서 열리는 <자수살롱>展은 조금 특별한 전시다. 2019년 <자수신세계>展으로 <자수공간> <자수잔치> 그리고 외전격인 <안녕! 바다 씨!>까지 네 번에 걸쳐 꾸준히 변화하고 성장해 현재 2021년 <자수살롱>展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살롱에 참여한 열 명의 작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기자말]
꽃은 색과 향이 보고 접하기에 아름답다. 꽃은 공격도 방해도 않는다. 그러니 꽃은 축복의 자리에 건네고 꽂혀 삶을 장식한다. 그래서 꽃은 흔하다. 할머니들과 엄마들의 옷은 언제나 꽃이다. 식탁 위 그릇과 접시에, 냉장고에도 꽃은 새겨져 있다. 연꽃 모란은 불화 민화에서도 줄곧 다루어 왔다. 이제 꽃은 개인에게 습관적이고 사회 문화적으로 관습적이다. 작가 최향정도 그러한가?
   
아직 정점이 오지 않았다

 
최향정 작가는 제주 오름과 지리산, 남도의 산에서 보내는 시간이 작업시간보다 더 많다.
▲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완성한 야생화 작품들 옆에서 최향정 작가  최향정 작가는 제주 오름과 지리산, 남도의 산에서 보내는 시간이 작업시간보다 더 많다.
ⓒ 원동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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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향정은 야생화자수 작가로 불린다. 그의 공방에서 가르치는 내용이 그러하다. '다른 건 하지 않나요?' 묻는 수강생에게도 '단호'하다. 향정의 전시 이력이나 발간한 책 목록에 증거가 있다.

2014년에 '우리 야생화자수 이야기' 전이 처음 열렸다. 2016년 우리꽃 자수전시회가, 2019년 <나의 작은 정원전>과 <BLUE FOREST>이, 2020년 <싱그러운 도약 들꽃> 전도 진행됐다. 2021년 자수살롱에 건 대작 납월홍매도 그에겐 야생화의 변주다. 도반 최영란과 함께 작업한 일련의 <우리 야생화 자수> 저작 시리즈에서도 다룬 건 오직 꽃 야생화였다. 왜 향정은 꽃인가?

향정이 딸에게 했던 이야기가 있다. 이제 막 공모전과 개인전을 하기 시작한 딸. 예술가의 길을 가겠다는 걸 말렸지만, 기어이 그 길에 들고만 딸에게 그가 전한 이야기는 하나였다. 그건 자신에게도 늘 되뇌는 이야기일 것이다. 


"중요한 건, 작가는 작업으로 이야기한다는 거야. 니 하고 싶은 대로 해부러.(그에겐 가끔 전라도 사투리가 나온다) 정점을 찍어야 넘어갈 거야. 하고 싶은 거 끝까지 가서 땅을 치고 올라와. 박서보 작가랑 너랑 뭐가 달라. 어떻게든 시간을 만들어서 작업을 해내. 무명의 시절엔 작업만 5년이든 10년이든 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렇다면, 작가 향정의 시작은 언제였을까.

"영천! 작은 동네죠. 거기서 저는 그림 그리는 애였어요. 초등때부터 그림을 그렸고, 여중과 여고의 미술부장을 했는데, 점심시간에도 난 그리고 있었어요. 대학은 도예과. 경주로 분청을 배우러 갔다 6개월, 마당만 쓸다 왔어요. 대학때 파운데이션으로 직조와 염색을 했죠. 타피스트리 작업기가 내게도 있었으니까. 졸업전시회 준비하면서 남편과 불같은 연애를 시작하면서 결혼을 생각보다 빨리 하게 됐어요. 15년여 동안 살림을 했어요."

모르는 사람들은 '살림'을 '집안일' '작은 일'로 생각하겠지만, 그건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에 신경을 쓰고 시간과 몸을 대는 일이다. 날마다 의식주를 위한  제사장처럼 바쁘다. 계절마다 옷과 이불을 바꾸고, 철마다 맞게 음식을 준비하고, 세시풍속을 따라 정해진 문화적 행사를 치르는 관리자로 사는 일. 뿐인가. 아이들이 자라는 변화에 맞추어 양육을 기획하고 집행하고 정산해 가는 일도 있다. 남편과 시댁과 친정의 앞뒤치다꺼리는 또 어떻고.

"손이 가만 있으니 병이 날 것 같죠. 결혼하고 퀼트니 뭐니 손으로 하는 건 다 해본 거 같아요. 그러다 우연히 큰애가 예고에 합격해 서울로 올라오면서, 거기서 야생화자수와 만났어요. 김종희 선생의 첫 제자고 취미랑 다른 세계였어요. 그림 그리는 것과 똑같은데 물감과 달라서 불투명한 하나의 색이 하나의 색깔과 섞이는 게 매력적이었어요. 직접 산에 가서 그림을 그리는 게 너무 좋은 거예요. 한 3년 열심히 배웠죠. 2014년 첫 전시를 했어요. 붉은 여뀌를 걸었어요. 서울숲에 3개월여 동안 여러 번 가서 사진 찍고 스케치하고 도안 만들고…"
 
최향정 작가는 순천에 살고, 여수에 작업실이 있다. 남으로 바다 건너 제주 오름과 북으로 지리산 중간이다. 작업하는 시간 만큼 보다 더 오래 그곳의 들판과 산에 머문다.
최향정_Beginning_염색천에자수_186×103cm_ 2021
▲ 순천 금둔사 여섯 번째 납월홍매 최향정_Beginning_염색천에자수_186×103cm_ 2021
ⓒ 최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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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정의 꽃은 향정이 직접 그 땅으로 가서 만난 '애들'이다. 사진을 찍어오기는 하지만 자리에 오래 머물며 눈과 마음에 담고 새긴다. 그건 새벽 시간일 수도 있고, 늦은 오후일 수도 있다. 꽃봉우리가 열리는 한 순간을 위해, 점차 성장하는 모습을 보려고 여러 번 찾아갈 때도 있다.

"순천 낙안읍성 금둔사에 납월홍매가 펴요. 보러갔죠. 흔한 게 아니니까. 2월달, 아직 춥죠. 추운데 그날 눈도 왔어요. 6번 홍매. 눈은 날리는데 송이송이 조금씩 피어요. 밑둥은 까맣고 못 생겼어요. 거칠고 울퉁불퉁해. 꽃은 얇고 부드럽고…. 그 상반된 이미지가 신비하고 나무의 기운이 너무 좋았어요. 끌어안아도 보고 보기만 하기도 하고, 난리를 한참 친 다음에… 그걸 어떻게 표현할까? 이후에도 여러 번을 갔죠. 그걸 만드는 데는 또 오래 묵혀야 돼요."
 
다룰 만한 기예를, 함께 가는 도반을 

바탕이 되는 천은 홍매를 담은 하늘이 된다. 그 표현을 위해선 염색이라는 큰 세계를 탐색하고 정복해야겠는데…. 하지만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고 애써 절제한다. 대신 그걸 제대로 해낸 분의 작품을 찾는다. 바라던 천 한 필 구해 펼친 뒤, 하늘 한 조각 자른다. 추위로 쨍한 청명한 날의 구름 하나가 거기 있다. 실과 바늘을 고를 때도 선택을 해야 한다. 큰 작품을 하기 위해서 몸도 몸이지만 공간도 허락을 해야 하고. 


"동양자수는 꼰사 푼사 쓰는데, 새것 만들어지는 게 재미있어요. 색은 1번부터 5번까지 있다면 1.5-2 정도 쓰려 해요. 사람들이 예쁘다고 하는 색은 3 정도지만. 한 단계 낮은 걸 써야 완성된 후엔 더 나아요. 홍매화는 밑둥이 거칠잖아요. 그래서 손목 스냅을 이용해 실을 꼬면서 작업해요. 탱탱한 나무가 되는 이유죠. 두터운 나무는 밀도를 올려요. 실을 중첩해서…."

천 바깥의 조건들 역시 고려되어야 하고, 때로 적용 변화한다. 작업 시간을 우선에 놓다보니 향정의 사람들도 재배열 되었다. 기존에 친분있던 이들의 자리를 자수와 연관된 이들이 채웠다. 그들 중엔 자수 작가들이 서로 팬으로 맺은 모임도 있다. 그들이 에르메스 앞에서 팬미팅을 진행했을 때, '천의 한계성'이 지적됐었다.
 
여수는 제주 오름으로 떠나기에, 지리산으로 떠나기에 적합한 곳이다
▲ 여수 최향정 작가의 작업실 전경 여수는 제주 오름으로 떠나기에, 지리산으로 떠나기에 적합한 곳이다
ⓒ 원동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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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정은 '천년이 간다는 한지'에 '얼음 새 꽃'을 작업했고, '풀밭' 작품에는 옻칠을 입혔다. 교육시간을 줄였지만, 한옥에 달 조명등 작업을 하자는 건축가는 시간을 내 만났다. 향정의 다음 변화는 무엇일까?

"숲이라는 큰 테두리를 가져보고 싶고요. 드로잉도 10년 정도는 더 열심히 해야죠. 느끼는 모티브들을 다양하게 넣어보고. 원단 염색에서 한지와 옻칠도 더하고. 재봉틀도 사놨어요. 작가는 10년 전과 10년 후가 달라야 하니까. 고민하고 계속 변해 가겠죠. 정점에 이를 때까지."

<자수살롱>에 걸린 작품들에는 작품의 가격도 적혀있다. 향정 작가의 납월홍매는 한 장. '더 큰 한 장을 쓰셨어야죠!' 귀띔에 작가의 대답. "남편과 똑같은 이야길 하는군요." 그 작품은 마치 마술 걸린 창과 같다. 그 작품 걸면 언제고 순천 그 땅의 하늘 바람 꽃향기 맡을 수 있겠다. 그렇다면 그 '한 장'은 큰 돈일까?  

[관련기사 : 
천 위에 펼쳐진 무한한 세계... 이런 자수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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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읽고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사진 찍고, 흙길을 걷는다. 글자 없는 책을 읽고, 모양 없는 형상을 보는 꿈을 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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