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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음철물에서 '루비마트 식물편의점' 전시가 31일까지 진행된다.
▲ 정음철물 정음철물에서 "루비마트 식물편의점" 전시가 31일까지 진행된다.
ⓒ 이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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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곳곳 갈색 벽돌이 눈에 띄는 연희동. 그곳의 명물 '사러가 마트' 후문을 나오면 종이 봉투를 품에 안은 사람들이 보인다. 그들이 나온 곳은 '정음철물'(구 정음전자). 낡은 철물점 간판 밑, 초록색 식물들이 숨을 쉬고 있다.

건물 앞으로 가까이 다가가면 빨강, 파랑, 초록 등 원색의 알록달록한 포스터가 먼저 보인다. 그와 대비해 쇼윈도에는 소파와 카펫이 눈에 띈다. 빈티지 풍의 인테리어에 식물과 공간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식물로 가득한 정음철물 속 루비마트 전시
 식물로 가득한 정음철물 속 루비마트 전시
ⓒ 이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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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로 한 발짝 발걸음을 옮긴다. 작은 편의점 크기만 한 공간에 소품과 식물이 오밀조밀 모여 있다. 초록색 식물들로 뒤덮인 공간 곳곳에 원색의 종이 화분이 포인트를 준다. 고개를 좌우로 돌리면 정교하게 배치된 작품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루비마트 Ep1.식물편의점'은 정음철물에서 오픈한 팝업스토어 형식의 전시회다. 디자인 회사 '루비'는 9명의 아티스트, 5개의 브랜드와 협업해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이 전시에서는 친환경 종이 소재를 활용한 종이 화분을 비롯해 가드닝 제품, 기르기 쉬운 식물을 볼 수 있다. 지난 9월 25일 이곳을 방문했다.

식물 편의점이라고?
 
루비마트 전시를 보러 온 사람들
 루비마트 전시를 보러 온 사람들
ⓒ 이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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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젊은 사람들은 식물을 키우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 분들이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식물을 쉽게 골라갈 수 있는 콘셉트가 뭐가 있을까 하다가 편의점을 생각하게 됐어요." (하주미 루비 대표)

'젊은 사람도 식물에 쉽게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착안한 이번 기획은 다채롭고 창의적인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편의점처럼 상품을 진열해 가볍게 작품들을 돌아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돌아보는 데는 대략 10~20분 정도 걸린다. 특히 아티스트가 젊은 감각으로 커스텀한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작은 공간에서 개성을 뽐내는 작품은 화분으로 실내를 꾸미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아티스트 마리아 리가 커스텀한 종이 화분이다.
 아티스트 마리아 리가 커스텀한 종이 화분이다.
ⓒ 이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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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순이지가 커스텀한 종이 화분이다. '잘 키우겠다며.."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아티스트 순이지가 커스텀한 종이 화분이다. "잘 키우겠다며.."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 이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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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에 진열된 식물들은 실내에서 키우기 쉬운 것들이 대부분이다. 가격은 5000원에서 7000원 사이다. 홀리페페, 리사호야, 실버레이디, 마리안느 등 주로 햇빛을 많이 보지 않고, 일주일에 한두 번 물을 줘도 되는 소위 '게으르게 키울 수 있는' 식물들을 배치했다.

식물을 사랑하는 아티스트를 총 9명 섭외했다. 주로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작가도 많았다. 펜 드로잉과 유화 물감을 이용해 종이 화분을 꾸미기도 하고, 종이를 찢어 붙이는 콜라주 기법으로 새로운 자연의 이미지를 선보이기도 했다. '잘 키우겠다며...'라는 문구를 화분에 적은 유머러스한 작품도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브랜드가 참여해 디퓨저, 차, 담요 등 식물과 관련한 제품을 전시해놨다. 
 
종이 화분인데 물 줘도 괜찮을까?


식물을 활용한 공간 연출, 그림, 책 등 다양한 볼거리들이 있었지만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종이 화분이었다. 그런데 이 종이 화분, 물 줘도 괜찮을까?

종이는 물에 닿으면 안 된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루비마트 전시회에서 본 종이 화분은 예외였다. 화분 겉면 종이는 방수 코팅을 해 물에 닿아도 젖지 않는다. 내부 물 받침은 돌가루를 활용해 만든 미네랄 종이로 방수 기능이 있다. 이 종이는 생분해되는 친환경 종이다. 찢어지거나 훼손되지 않는 한 장기간 사용할 수 있다.
 
식물이 담긴 종이 화분
 식물이 담긴 종이 화분
ⓒ 이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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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를 보러 온 관람객 중 몇 명은 식물과 함께 종이 화분을 구매하기도 했다. 지속 가능한 환경을 추구하는 전시답게 종이 봉투에 제품을 담아줬다. 무거운 화분에 식물을 심는 것이 아니라 가벼운 종이 화분에 식물을 담아 깨질 위험도 없다.

화분의 크기는 세 가지로 대, 중, 소로 나뉜다. 가격은 각각 1만2000원, 1만 원, 8000원. 아티스트가 커스텀 한 작품은 판매하지 않는다. 일반 화분, 화병, 플랜터(사진 속 네모난 화분) 등 종이 화분 종류도 다양했다.

화분만 따로 구매할 수 있다고 하니 기존에 키우던 식물을 용기에 담아 종이 화분에 넣어도 좋다. 종이 화분을 구매하면 화분 전개도를 포장해주는데 유튜브에 영상이 나와 있어 혼자서도 쉽게 조립할 수 있다.

종이 화분은 친환경 제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플라스틱을 최대한 쓰지 않고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루비마트 전시를 기획한 하주미 루비 대표는 "종이를 접어서 조립하는 방식도 어떻게 보면 테이프를 쓰지 않기 때문에 환경에도 더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친환경 가공 방식도 계속 연구 개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종이 화분을 구매하면 직접 조립할 수 있는 전개도를 포장해준다.
 종이 화분을 구매하면 직접 조립할 수 있는 전개도를 포장해준다.
ⓒ 이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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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화분은 일반 화분과 달리 각진 모양이 매력적이다. 선이 뚜렷하게 살아있어 어느 각도에서 봐도 입체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색깔은 선명한 단색부터 부드러운 파스텔 톤까지 20여 가지가 있다.

실내 분위기에 맞게 색깔을 선택할 수 있어 인테리어용으로 활용해도 좋다. 전시된 커스텀 종이 화분처럼 취향에 맞게 종이 화분을 꾸밀 수도 있다. 아크릴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스티커, 종이 등을 붙여 콜라주를 하면 나만의 종이 화분이 된다.

하 대표는 "관람객들이 지친 일상에서 루비마트 전시를 보며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 식물을 어떻게 활용해 전시했는지 감상하며 재미와 감동을 느꼈으면 좋겠다"며 바람을 전했다.

전시를 보러온 한 관람객은 "작은 공간을 오밀조밀하게 잘 꾸며놨다"며 "알록달록 색감들의 전시 작품들을 보니까 힐링 됐다. 무료라서 더 좋았다. 지나가다 들르기 잘한 것 같다"며 만족했다.

전시는 오는 10월 31일까지 월요일과 화요일을 제외하고 관람 가능하다.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연희동을 지나다 한 번쯤 들러보길 추천한다. 작은 공간 속 다채로운 색감과 싱그러운 식물들이 상쾌함을 가져다줄 것이다.
 
식물을 구매할 수 있다.
 식물을 구매할 수 있다.
ⓒ 이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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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태그:#루비마트, #정음철물, #전시, #식물편의점, #종이화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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