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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8일 MBC 백분토론에 출연한 홍준표 의원
 9월 28일 MBC 백분토론에 출연한 홍준표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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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 전술핵 재배치와 핵공유를 주장하였다. 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미국에 전술핵 배치와 핵공유를 요구하겠다"는 지난 공약과 달리 반대의 뜻을 내비쳤다.

한발 물러선 윤석열에 맹공하는 홍준표, 유승민

지난 9월 28일 방영된 MBC 백분토론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홍 후보는 "나토식 핵공유로 북핵 위협을 돌파하고 바이든 대통령과 담판해 핵균형을 이루겠다", 유 후보는 "핵공유, 전술핵 재배치, 북한 지도부 참수 작전 등을 통해 확실한 억제를 실행하겠다"고 각각 답변하면서 미국 국무부의 반대 입장에도 불구하고 전술핵 재배치와 핵공유를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윤 후보의 입장은 달랐다. 윤 후보는 해당 질문에 "핵공유와 전술핵 재배치는 북한이 원하는 것이기에 확장 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며 전술핵 재배치와 핵공유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본인 공약에 대한 미국 국무부의 비판이 알려지면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관련 기사: 윤석열 전술핵 공약에 미 국무부 "무지한 주장, 놀라울뿐").

이러한 윤 후보의 방향 선회에 홍 후보와 유 후보가 맹공을 퍼부었다. 먼저 유 후보는 "22일 공약에는 찬성한다 해놓고 이제는 반대하냐"며 비판했다. 홍 후보 역시 "확장 억제는 지난 30년간 해왔던 것"이라며 "북한의 SLBM이 태평양을 통해 미국 본토를 공격하면 미국이 도와줄 것 같냐"라며 윤 후보를 비판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들이 9월 28일 대선 경선 4차 방송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교안, 유승민, 최재형, 안상수, 하태경, 윤석열, 홍준표, 원희룡 후보.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들이 9월 28일 대선 경선 4차 방송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교안, 유승민, 최재형, 안상수, 하태경, 윤석열, 홍준표, 원희룡 후보.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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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비판에 윤 후보는 각각 "전술핵 배치나 핵공유는 사실상 북한의 핵을 인정하는 꼴로 대북제제를 무력화하는 것", "확장 억제를 통해 북한 핵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훨씬 낫다"이라며 반대 의사를 재표명하였다.

그런데 정말로 전술핵 재배치나 핵공유가 대한민국 안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까.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① 미국이 결정권 지닌 한... 전술핵 재배치, '확장억제' 대안 될 수 없어

현재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확장억제' 하에 있다. '확장억제'란 동맹국이 핵공격을 받을 경우 미국이 공언하고 있는 상호확증파괴의 '억제'전략을 '확장'시켜 적용한다는 의미다. 별칭인 '핵우산'도 자주 쓰인다.

전술핵 재배치와 핵공유를 주장하는 이들은 확장억제의 한계를 지적한다. 홍 후보가 말한대로 유사시에 미국의 핵우산을 어떻게 믿을 수 있냐는 것이다. 하지만 핵우산 하의 핵무기든 전술핵 재배치나 핵공유 하의 핵무기든 모두 미국의 핵무기로, 최종 결정권한은 미국 대통령에게 있다. 홍 후보가 그토록 부르짖는 나토식 핵공유 역시 미국 측의 명령 또는 결정 없이 전술핵무기가 사용될 수 있는 여지를 근본적으로 차단해둔 형태다.

정말로 미국이 한국을 동맹국으로서 보호할 마음이 있다면 현재의 확장억제여도 충분하고, 반대로 보호할 마음이 없다면 전술핵이 배치되고 핵공유가 실행되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이처럼 확장억제가 지닌 한계를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대안으로서의 의미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다르지 않다. 박휘락 국민대 교수가 2020년에 발표한 '한반도 '핵균형(Nuclear Balance)'에 대한 탐색적 검토'라는 논문에 따르면, 전문가 149명을 상대로 한반도의 핵균형을 강화하기 위한 대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결과 현재의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대안으로 나타났다. 

② 군사적 실효성도 미미... 나토식 핵공유는 정치적 상징성이 커

황일도 국립외교원 교수가 지난 2017년 발표한 '나토 핵공유 체제 재론(再論)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논의에 대한 함의'라는 논문에 따르면 전술핵무기는 전략핵 폭격기·ICBM·SLBM이라는 '핵 삼원체제(Nuclear Triad)'가 완성되기 전에 배치된 구시대적인 무기체계로 그 군사적 실효성이 낮다.

실제로 미국의 관련 작전계획 역시 유럽 내 전술핵을 사용해 핵우산을 가동한다는 개념은 이미 오래전에 폐기됐다는 게 정설이며 이미 1970년대부터 미국은 ICBM과 핵잠수함을 활용해 유럽 밖에서 가상 적국에 핵 공격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그럼에도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고 있는 이유는 전술핵이 미국이 나토 동맹국에 대해 제시하는 정치적 의지의 상징물이라는 암묵적인 공감대이기 때문이다. 1999년 4월 전술핵 체계 유지 여부를 검토했던 나토 정상회의는 "핵무기를 동맹국에 배치하는 근본적인 목적은 정치적이다"라 밝힌 것이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③ 당사국 미국의 반대를 뚫을 방도는?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도, 당사국인 미국이 현재 전술핵 재배치와 핵공유를 전면 반대하는 입장이다. 한국이 전술핵 재배치와 핵공유에 나서면 당연히 중국과 러시아가 결사반대할 것인데 미국이 그러한 부담을 무릅쓰고까지 무리할 이유는 없다. 또 전술핵 재배치와 핵공유는 사실상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해야 가능한 일인데 미국이 현재의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를 붕괴시킬 이유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 9월 24일 <미국의 소리(VOA)>가 보도한대로 미국 국무부 관계자 역시 반대하고 있으며 홍준표 의원 역시 2017년 10월, 미국외교협회(CFR)에서 열린 간담회에 방문해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했다가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로부터 전술핵 재배치는 무용하다고 면박을 받은 전적이 있다.

안보 중시하는 보수정당이라면... 적어도 사실관계 파악 뒤 발언해야

이렇듯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이 다소 잘못된 인식으로 안보에 대한 무지를 드러낼 때, 유독 빛을 발한 후보는 바로 원희룡 전 제주지사였다고 본다. 원 후보는 당시 토론에서 "전술핵 배치나 핵균형을 통해, 지금까지 북한의 비핵화에 압박한 것을 일거에 바꾸어서 오히려 한미동맹에 균열을 일으키고 비핵화의 명분을 스스로 없애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전술핵 재배치와 핵공유 문제를 반대했다.
 
국민의힘 원희룡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9월 28일 대선 경선 예비후보자 4차 방송토론회에서 방송 준비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 원희룡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9월 28일 대선 경선 예비후보자 4차 방송토론회에서 방송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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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그는 홍 후보에게 "미국이 전술핵 재배치 등을 못 하겠다고 한다면 자체 핵무장을 할 것인가", "나토의 핵공유도 발사권은 미국 대통령이 갖고 있다", "괌이나 미국 본토에서 핵무기를 발사해도 한반도 상공에 30분이면 도달한다"며 비판을 가했다.

적어도 안보를 중시한다고 주장하는 보수정당의 후보라면 최소한 원희룡 후보만큼의 사실관계정도는 파악을 한 뒤에 공약을 내세워야 할 것 아닌가.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는 본인들의 전술핵 재배치와 핵공유 공약이 정말로 한국 안보를 위한 것인지 재확인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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