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가장 중요했던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162번째 경기서 팀에 승리를 안겼지만, 류현진과 토론토 모두 웃을 수 없었다.

류현진은 4일 오전(한국시간 기준)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홈 경기서 등판해 5이닝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7탈삼진 2실점을 기록, 시즌 14승 도전에 성공했다.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서 희망의 끈을 이어간 타자들은 경기 초반부터 볼티모어 마운드를 맹폭했다. 그러나 이들은 자력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불가능한 상태였고, 와일드카드 순위에서 토론토보다 위에 있던 팀들이 나란히 승리를 거두면서 가을야구 무대에 나설 수 없게 됐다.

5이닝 소화하면서 자존심은 지킨 류현진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류현진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류현진 ⓒ 토론토 블루제이스 공식 트위터 계정

 
류현진은 1회초 삼진 두 개를 곁들여 세 명의 타자를 모두 잡아내면서 기분 좋게 출발했다. 2회초에도 선두타자 트레이 맨시니를 삼진으로 묶었고, 페드로 세베리노와 켈빈 구티에레즈까지 루상에 내보내지 않으면서 2이닝 연속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이날 첫 실점이 나온 것은 3회초였다. 선두타자 타일러 네빈이 류현진의 2구(커터)를 받아쳐 솔로포를 만들어내면서 이날 볼티모어의 첫 득점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추가 실점은 없었지만, 뒤이어 팻 발라이카까지 안타로 출루하는 등 경기 초반에 비해 다소 고전하는 모습이었다.

4회초 역시 좋은 흐름이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선두타자 오스틴 헤이스에게 삼진을 솎아내고 나서 맨시니와 세베리노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 순식간에 득점권 위기를 자초했다. 다행히 구티에레즈, 네빈에게 범타를 유도하면서 두 명의 주자 모두 홈을 밟진 못했다.

5회초에는 자칫하면 대량 실점으로 이어질 뻔했다. 1사에서 또 연속 안타 허용으로 1사 1, 2루의 상황을 맞이한 류현진은 후속타자 라이언 마운트캐슬의 땅볼 때 2루수 마커스 시미엔의 송구실책이 나오면서 점수를 내줘야만 했다. 여기에 헤이스와 맨시니가 각각 몸에 맞는 볼, 볼넷으로 걸어나가면서 2사 만루까지 연결됐다.

2사 만루 세베리노와의 승부를 우익수 뜬공으로 마무리하면서 단 1실점으로 5회초를 마무리했다. 이날 77구를 던진 류현진의 2021시즌 마지막 이닝이 됐다. 5이닝 2실점, 결코 만족스러운 기록은 아니었으나 천신만고 끝에 5이닝을 채우면서 자존심을 지켰다.

14승 기록에도 만족할 수 없었던 류현진의 2021시즌

1회말부터 5이닝 연속으로 득점을 기록한 토론토는 볼티모어를 상대로 12-4 대승을 거두었다. 같은 시각에 진행된 탬파베이 레이스와 뉴욕 양키스의 경기에서 양키스가 1-0으로 이겼고, 보스턴 레드삭스는 워싱턴 내셔널스에 7-5로 승리하면서 포스트시즌에 나설 팀들이 모두 결정됐다.

경우의 수를 따졌을 때 최대 4팀까지 타이브레이크까지 치를 수도 있었지만, 결국 1, 2위팀이 그대로 순위를 유지하는 가장 단순한 시나리오가 펼쳐졌다. 토론토와 함께 극적인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은 시애틀 매리너스도 이날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됐다.

류현진 개인의 기록만 본다면 이날 경기까지 14승으로,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개인 한 시즌 최다승을 수확했다. 중요한 순간에서 팀을 승리로 이끄는 경기도 분명 있었다. 그럼에도 류현진의 2021시즌에 100점을 주기에는 어려운 이유가 존재한다.

31경기 동안 169이닝으로, 경기당 6이닝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등판 경기 수에 비해서 이닝이터로서의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LA 다저스에서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9년(29경기 182.2이닝 14승 5패 ERA 2.32)과 비교하면, 초라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특히 지난해 162경기를 치르지 못하면서 12경기밖에 나오지 못했고, 실질적으로 이적 이후에도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검증이 쉽지 않았다. 홈구장인 로저스 센터 마운드를 밟은 것도 올해가 되서야 가능했고, 결과적으로 팀이 기대했던 것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고 볼 수 있다.

구속과 구위의 변화, 보스턴과 양키스 등 류현진을 만나서 펄펄 날았던 팀들 등 2022시즌을 앞두고 생각해봐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찍 시즌을 마감한 류현진이 재정비를 통해 개선된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해진다.

가을야구 진출 팀 결정... 김광현-최지만 출격 대기

6개월간 숨가쁘게 달려왔던 2021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은 10월 4일 경기로 모든 일정을 종료했다. 진출 팀이 많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핸 10개 팀에게만 가을야구 티켓이 주어졌고, 오는 6일 양키스와 보스턴의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으로 포스트시즌의 시작을 알린다.

코리안리거 중에서는 김광현이 속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7일 LA 다저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단판승부를 치르고, 최지만의 소속팀 탬파베이 레이스는 8일부터 양키스-보스턴 승자와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에 돌입한다.

시즌 막바지에 보직을 전환한 김광현의 경우 불펜으로 출격할 가능성이 높고, 최지만은 상황에 따라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수도 있다. 다만 단 한 경기만으로 디비전시리즈 진출팀을 정하게 되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의 특성상 김광현이 포스트시즌 경기에 출전할 기회를 받게 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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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야구 류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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