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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입구에 차별금지법에 대한 억측을 담은 현수막을 버젓이 걸어두었다. 뒤로 학교 건물이 보인다.
 학교 입구에 차별금지법에 대한 억측을 담은 현수막을 버젓이 걸어두었다. 뒤로 학교 건물이 보인다.
ⓒ 서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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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등굣길에 요란한 현수막들이 눈에 띄었다. 죄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한다는 내용이었다. 인도와 차도, 건물 벽 할 것 없이 곳곳에 걸려 있어 눈을 감고 걷거나 운전할 게 아니라면 안 보고 지나치기 힘들다. 교문이 코앞이라 곧 학교 안까지 들어올 태세다.

현수막마다 '전남 성시화 운동본부'와 '나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전국연합'이라는 단체 이름을 내세웠다. '성시화'라는 표현으로 미루어 개신교 단체임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짐작하건대 학교 인근에 자리한 대형 교회가 써 붙인 것이 아닐까 싶다.

개신교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한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라 새삼스러울 건 없다. 다만, 아이들의 등하굣길인 교문 근처에 선정적인 내용의 현수막을 내거는 것은 법 위반 여부를 떠나 반교육적 행태다. 아이들에게 혐오를 조장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현수막의 내용은 차마 입에 담기조차 민망하다. "동성애 독재법", "남자 며느리, 여자 사위와 한 가족이 되게 하려는 법", "동성애 옹호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법" 등 온갖 억측과 혐오로 점철돼 있다. 마치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동성애자가 활개 칠 것처럼 호도하는 셈이다.

정작 심각한 문제는 묵인을 넘어 방조하는 듯한 학교 측의 태도다. 현수막으로 도배되다시피 한 곳은 개신교단이 운영하는 중고등학교 입구다. 해당 단체에 연락해 현수막을 당장 철거하라고 요구하는 게 당연한데, 며칠째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학교가 관련되어 있다면, 2012년 제정된 광주광역시 학생 인권 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에 명백히 반하는 행위다. 해당 조례 제3장 제20조 1항에는 학생은 성별, 종교, 민족, 언어, 나이, 성적 지향, 신체 조건, 경제적 여건, 성적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교사가 수업 중에 차별금지법의 내용과 쟁점을 소개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운운하는 건 혐오를 조장하는 셈이 된다. 만약 교실에 성적 지향을 달리하는 아이가 앉아있다면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전 세계적으로 성소수자의 비율은 20명 중 1명꼴로 알려져 있다.

사회적 분위기 속에 대놓고 드러내지 않을 뿐 우리 주위엔 성소수자들이 적지 않다. 그들이 단지 소수이기에 차별이 당연하다고 여긴다면, 장애인도, 이주민도, 나아가 10명 중 1명꼴이라는 왼손잡이의 차별도 정당화될 수 있다. 인권은 차별과 결코 어울릴 수 없는 단어다.

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 신생아 가운데 1.7%가량이 간성(Inter-sex)과 같은 변이된 성적 특징을 갖고 태어난다고 한다.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동성애를 범죄시하고 성소수자의 존재를 부정하는 교육은 억지다. 과연 그곳을 학교라고 할 수 있는가.

기독교단체는 혐오 현수막 내걸고, 기독교단 학교는 수수방관
 
'남자 며느리와 여자 사위'는 개신교단이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는 반대 논리이자 대표적인 혐오 표현이다.
 "남자 며느리와 여자 사위"는 개신교단이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는 반대 논리이자 대표적인 혐오 표현이다.
ⓒ 서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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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개신교를 믿는 교사들은 천연덕스럽게 '동성애는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라고 강조한다. 심지어 성소수자는 '정신적 결함을 지닌 채 태어난 선천성 장애인'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그들 앞에서는 성소수자 문제를 다룬 전 세계 석학들의 그 어떤 연구 결과도 무용지물이다.

차별금지법을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단정한 한 지인은 한술 더 떴다. 그렇다면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수많은 나라의 사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단 1초의 주저함도 없이 이렇게 대답했다. "사탄의 꾐에 빠진 결과이며, 우리나라 개신교가 우월하다는 징표다!"

이쯤 되면 더는 대화를 이어가기 힘들다. 그들이 수업 중에 만나는 아이 중에 성소수자는 한 명도 없다는 확언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하긴 설령 있다고 해도, 예배 시간 설교를 통해 치료될 수 있다고 하는 마당이니 그들에겐 성소수자의 존재 여부가 그리 중요하진 않을 듯하다. 

재학 중인 성소수자 아이들에게 미칠 해악을 고려할 때, 법적 조치 외엔 달리 방법이 없다. 앞서 언급한 광주광역시 학생 인권 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를 들먹일 필요도 없다. 학교보건법에 따라 성소수자 혐오를 조장하는 현수막을 철거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학교보건법에는 학교 환경 위생 정화구역 내에 교육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하거나 영업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유흥주점이나 피시방, 노래방, 당구장 등이 해당하는데, 법 제정의 취지를 고려할 때 혐오를 조장하는 현수막도 포함되어야 마땅하다.

학교보건법 제정과 운영의 근본적인 목적은 아이들의 탈선과 비행을 막아 건전하고 조화로운 인격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데에 있다. 아이들의 올바른 인격 형성에 유해업소만 해가 되는 건 아닐 것이다. 본질을 왜곡한 '동성애 독재'나 '남자 며느리와 여자 사위' 따위의 낯뜨거운 표현이 아이들의 정서 함양에 훨씬 더 해롭다. 

천만다행으로 등하굣길에 현수막을 본 아이들의 반응은 대체로 무덤덤하다. 전혀 동의하진 않지만, 교회니까 당연히 그럴 수 있다거나 저렇게 생각하는 것도 자유라며 심드렁하게 답했다. 우리 사회의 다른 차별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으면서, 유독 성소수자 문제만 발끈하는지 모르겠다는 아이도 있었다. 

반대 의견을 표명하는 것과는 별개로 학교 주변에 포위하듯 현수막을 내건 건 잘못이라는 지적에는 대부분 콧방귀를 뀌었다. 해당 중학교를 졸업했다는 한 아이는 종교 수업 시간 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이야기라고 했다. 당시 성소수자라면 학교 다니기가 힘들겠다는 생각도 들었단다. 

"교회 권력의 마지막 몸부림이 아닐까요?"
 
중학교 두 곳과 고등학교 두 곳, 장애인이 다니는 특수학교 한 곳이 밀집되어 있는 등굣길에 도배하다시피 차별금지법 반대 현수막을 내걸어두었다.
 중학교 두 곳과 고등학교 두 곳, 장애인이 다니는 특수학교 한 곳이 밀집되어 있는 등굣길에 도배하다시피 차별금지법 반대 현수막을 내걸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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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교회에 나간다는 독실한 개신교 신자 아이들조차 현수막의 내용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 아이는 예배 시간 동성애도 감염된다는 목사님의 설교에 웃음을 참느라 혼났다는 경험담을 들려주기도 했다. 그는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며 한마디를 얹었다.

"유럽 등 서양에서는 동성애자가 총리도 되고 장관도 하잖아요. 서양인 중에 동성애자가 유독 많을 리도 없는데, 머지않아 우리나라도 성소수자가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 않는 때가 오리라고 봐요. 성소수자를 마귀 취급하는 교회 권력의 마지막 몸부림이라고나 할까요?"

현수막을 내건 개신교 단체에 바라진 않는다. 부디 학교만이라도 교육의 본령에 충실하길 바란다. 아무리 개신교단이 운영하는 곳이라도 국가공무원법상 종교 중립의 의무를 헌신짝처럼 버려서야 되겠는가. 거듭 강조하건대, 혐오를 조장하는 건 교사의 소명을 내팽개치는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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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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