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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식구들 매달려 만든 산골 마을 탑, 타래미

임길택이 쓴 <산골아이 20‧옥수수 타래미>는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가을이 깊어 가자 /집 앞마다 /옥수수 타래미들 만들어졌다 //달덩이보다 더 살진/ 누런 옥수수 타래미들 //온 식구들 매달려 만든/ 산골 마을 탑 (뒤 줄임)
임길택은 전남 무안에서 태어나 목포교대에서 공부했다.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 군대분교에 첫 발령을 받아 열다섯 해 동안 강원도 탄광 마을과 산골 마을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시를 썼다.
나는 누가 울 때, 왜 우는지 궁금합니다. 아이가 울 땐 더욱 그렇습니다. 아이를 울게 하는 것처럼 나쁜 일이 이 세상엔 없을 거라 여깁니다. 짐승이나 나무, 풀 같은 것들이 우는 까닭도 알고 싶은데, 만일 그날이 나에게 온다면, 나는 부끄러움도 잊고 덩실덩실 춤을 출 것입니다. 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아직 시가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그 우는 것들의 동무가 되어 그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4쪽)
말처럼 임길택은 아이들 곁에 다가가 아이들 말을 귀 기울여 듣기를 좋아했다. 아이들이 쓴 글을 모아 <하늘로 간 풍선>, <물또래> 같은 문집으로 남겼으며, 자신도 <탄광마을 아이들>, <산골 아이> 같은 시집을 남겼다. 자연히 그가 쓴 시에도 지역 사람들 말이 스며있다. <산골 아이 20‧옥수수 타래미>에서 '타래미'도 지역 말이라고 하겠는데, 그렇다면 타래미는 도대체 뭘까? 
'우리말샘'에서 타래미를 검색한 결과
 "우리말샘"에서 타래미를 검색한 결과
ⓒ 우리말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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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래미는 다람쥐? 두름?

산골엔 밤도 가을도 앞질러 온다. 서늘한 기운이 내리면 이제 밭에서 옥수수를 따서 집으로 들여온다. 옥수수알이 영글어 단단해지긴 했지만 아직 물기가 있다. 밭에서 따온 옥수수를 말릴 요량으로 마치 가리처럼 만들어 울 안에 장대를 세우거나 나무, 서까래에 타래 짓듯 매달아 놓는 데 이게 '타래미'다. 타래는 실이나 노끈 따위를 사리어 뭉쳐 놓은 것이나 그런 모양으로 된 것을 말한다. 타래미 지어 말린 옥수수는 겨울밤 방안에 들고 와서 어른이 송곳 따위로 두어 줄 타개 주면 둘러앉아 타갰다. 바짝 마른 옥수수를 맨손으로 훓듯 떨다 보면 일이 사람을 알아본다고 물집 잡히는 일도 허다했다. 이 시에 나온 '타래미'라는 말은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밑창타래미'가 나오는데, 물레 위에서 둥근 판으로 만든 그릇의 밑바닥을 가리킨다고 해놓았다. 우리말샘에서는 '다람쥐, 두름'의 방언으로 나온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면 옥수수 타래미라는 이름을 쓴 기사가 심심찮게 보인다. 

타래미는 타래를 가리키는 지역말

내 보기에 '타래미'는 '타래+미' 꼴로 된 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타래는 사리어 뭉쳐 놓은 실이나 노삐, 노끈 따위 뭉치나 그런 모양으로 된 것을 가리킨다. 이 말에 동그라미, 올가미, 꾸러미, 꿰미 같은 말에서 보듯 이름씨꼴로 만드는 뒷가지 '-(아)미'를 붙여 만든 말로 보인다. 타래미는 곡식을 엮거나 묶어서 말리는 '타래'를 가리키는 지역 말이다.

백석이 쓴 <초동일>이라는 시를 보자. 초동일은 겨울이 시작하는 때를 말한다.
흙담벽에 볕이 따사하니 /아이들은 물코를 흘리며 무감자를 먹었다 /돌덜구에 천상수가 차게 /복숭아나무에 사라리타래가 말러갔다.
여기에 '시라리타래'라는 말이 보인다. '시라리'는 늦가을 배춧잎이나 무 이파리를 추려 엮은 시래기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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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과 글쓰기 교육, 어린이문학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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