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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왔다. 총 8강으로 구성된 <공약만들기>는 어느덧 7강을 맞았다. 피자로 치면 여덟 조각 중 일곱 번째 조각이다. 이 피자를 다 먹는 날 우리는 '공약의 달인'이 될 수 있을까?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의지가 우리들을 여기까지 이끌었을 것이다. 

찾아봐요, 내가 사는 동네에 필요한 그 공약

이날 모임은 참가자들이 각자 사는 지역에 필요한 공약을 소개하면서 시작했다. <소래습지를 탈탄소의 허파로!>, <주거안정으로 안도해>, <3편한 금천> 등 다양한 슬로건이 튀어나왔다. 채식하기 좋은 동네 만들기, 공공기관 탄소중립 선언과 같은 환경에 밀접한 정책이 대거 제안되었고, 방범 리모델링 지원, X자 횡단보도 설치와 같은 민생 공약도 눈에 띄었다. 
 
6월26일 시작된 정치발전소에서 '정치-력: 우리동네 공약만들기'가 7회를 맞이했다(총8회). 당시 서복경 대표의 강의를 듣고 있는 수강생들 모습.
 6월26일 시작된 정치발전소에서 "정치-력: 우리동네 공약만들기"가 7회를 맞이했다(총8회). 당시 서복경 대표의 강의를 듣고 있는 수강생들 모습.
ⓒ 김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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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순서가 돌아갈 때마다 채팅창에 발표자의 이름 석 자를 열렬히 외치고, 그의 공약을 귀담아 듣는 수강생들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자신이 정말 동네 주민인 것처럼 몰입해 듣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모습이 각 지역마다, 동네마다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공약 피자' 한 판을 다 먹은 이들이라면 아마도 넉넉히 가능하지 않을까. 

오는 16일 열릴 마지막 모임 8강에서는, 수강생들이 공약들을 다듬어 발표회를 열며 마무리하기로 했다. 세 달가량 이어진 모임에서 어떤 열매들이 영글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한편 이날 열린 강의의 2부 순서는 법무법인 민본의 신장식 변호사가 '선거유세는 이렇게 하라'는 주제로 꾸며 주었다. 

그는 28세 때부터 출마했다고 했다. 철거촌에서 투쟁하고, 사법고시를 통과해 변호사 활동을 하고, 고 노회찬 의원과 함께 활동하며 정의당 사무총장까지 지낸 그는 최근 <신장식의 신장개업>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언변에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이 연사의 선거유세 특강은 어떤 이야기로 채워질까.

누가, 무엇을, 어떻게... 듣는 이에게 어떤 울림을 줄 것인가  
 
2020년 2월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던 신장식 변호사 모습(전 정의당 사법개혁특별위원장). 그는 지난 8월 말 첫 방송을 한 TBS FM <신장식의 신장개업>에 출연 중이다.
 2020년 2월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던 신장식 변호사 모습(전 정의당 사법개혁특별위원장). 그는 지난 8월 말 첫 방송을 한 TBS FM <신장식의 신장개업>에 출연 중이다.
ⓒ 유튜브 화면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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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식 변호사는 인코딩(기호화)과 디코딩(기호 해체) 이야기로 시작했다. 쉽게 말하면, 메시지 전달이란 내 의도와 감정을 메시지에 담아 보내고 상대방이 메시지를 풀어 해석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흔히들 얘기하는, "말을 했는데도 왜 못 알아들어!"라는 불만에 대한 답이다. 말하자면, 당신의 메시지는 제대로 인코딩(기호화)되지 못했거나 상대방에게 제대로 디코딩(기호 해체)되지 못했다.

어쨌든 정치인은 시민을 향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의무를 진 사람들이니, 그러므로 자신의 발언이 오해되지 않고 의미 그대로 상대방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정치적 말하기'를 고민해야 한다. 가장 적합한 인코딩을 통해 상대방의 디코딩을 변화시키는 기술, 이게 바로 신장식 변호사가 정의하는 '메시지 수사학'이다.

그는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과거 정의한 '에토스-파토스-로고스' 이야기도 했다. 쉽게 말하면, '그런 말 할 만한 양반이'(에토스) '그럴듯한 논리로'(로고스) '그대를 감동시키는 말(파토스)'을 하면 100점이라는 설명이었다. 그에 따르면 정치인의 모든 것이 메시지이니, 발언뿐 아니라 시간과 장소, 상황에 따라서 자신의 말투와 복장, 표정과 몸짓을 달리해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정치인이라면... 제발, 화내며 연설하지 마세요 

그는 선거유세에서 꼭 지켰으면 하는 몇 가지 원칙도 건넸다. 우선 선거연설의 처음이자 끝이라 할 수 있는 '출마의 변'을 잘 써야 한다고 했다. 살아온 인생을 나열하는 방식만큼 따분한 방식이 없으니 삼가고, 대신 내가 왜 출마했고 왜 나를 찍어야 하는지를 잘 정리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특히 공감 갔던 부분은 '제발 화내며 연설하지 말라'는 지적이었다. 나는 아직 공직선거에 출마하거나 유세차를 타며 마이크를 잡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마이크를 잡고 핏대를 세우며 고함을 치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보곤 했다. 그런데 신장식 변호사의 말을 듣고 나니, '절대 화는 내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하게 되었다. 누구나 부조리한 세상에 화를 쏟아낼 수 있지만, 그 분노를 투명하게 정제해서 세상을 바꾸는 연료로 바꿔내는 게 지역 정치인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 일 잘 하는 사람 뽑자고 하는 게 공직선거인데, 후보가 오히려 날 것 그대로의 분노를 쏟아내서야 되겠는가. 

유권자를 가르치려고 들지 말아야 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설득하려는 사람들이 가장 쉽게 빠지는 함정이 바로 '가르치려 드는 것'이라고 한다. 젊다고 예외는 없다. 동네 문제를 다른 누군가보다 내가 더 자세히 알아봤고 이야기도 더 많이 들었으니, '그러므로 내 의견이 옳고 내가 말하는 방법이 좋다'는 착각은 사람이면 누구나 하기 마련이다. 

유권자는 답을 알고 있다
 
2017년 5월 2일, 대선 전 마지막 토론회 모습. 당시 문재인(더불어민주당·왼쪽부터), 심상정(정의당), 유승민(바른정당), 안철수(국민의당), 홍준표(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 토론회에서 발언 준비를 하고 있다.
▲ 선거 전 마지막 토론 시작한 대선후보들 2017년 5월 2일, 대선 전 마지막 토론회 모습. 당시 문재인(더불어민주당·왼쪽부터), 심상정(정의당), 유승민(바른정당), 안철수(국민의당), 홍준표(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 토론회에서 발언 준비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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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마다 평론가들이, 정치공학자들이 나서서 승패를 예측하고 후보와 정당을 저울질하곤 한다. 이들의 말과 같이 (재)개발 공약과 같은 이른바 '표가 되는' 공약에 엄지를 치켜세우고, 소수자와 빈곤층을 위한 복지 공약은 '표 떨어진다'며 고개를 젓는 이들은 냉철한 현실주의자들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정치인들은 이상을 꿈꾸는 사람들 아닌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공약을 만드는 사람들에겐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가? 일자리가 온통 사람이 아닌 AI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정치도 득표율을 끌어올리는 데에만 진력해야 할 것인가.

어차피 고민에는 끝이 없을 것이니, 한 가지 원칙을 세우는 것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유권자에게 화내지 말고, 아는 체하지 말고, 시민 곁에 머무르면서 귀를 크게 열자는 원칙 말이다. 흔들릴 때면 공약은 선거를 위해서가 아니라 시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길어올려져야 한다는 원칙을 떠올려보자. 유권자들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6월~10월까지 정치사회서점 정치발전소에서 '정치-력: 우리동네 공약만들기'가 진행된다. 모집 포스터.
 6월~10월까지 정치사회서점 정치발전소에서 "정치-력: 우리동네 공약만들기"가 진행된다. 모집 포스터.
ⓒ 정치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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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인 겸 청년마을활동가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말은 "그럴 수 있지"와 "오히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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