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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낀40대'는 40대가 된 X세대 시민기자 그룹입니다. 불혹의 나이에도 여전히 흔들리고 애쓰며 사는 지금 40대의 고민을 씁니다.[편집자말]
회사에 출근해서 오전부터 내내 장이 부대꼈다. 가스가 계속 찼고, 속도 쓰렸다. 화장실을 몇 번이고 들락날락했다. 업무에는 집중하기 어려웠고, 내내 사투를 벌였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제저녁에 먹은 매운 떡볶이가 떠올랐다. 더구나 시원한 맥주 한 잔까지. 먹을 땐 천국의 강이라도 건넌 듯 행복했던 순간이 다음날엔 지옥의 나락에 빠진 듯 몹시 괴로웠다. 

얼큰하고 칼칼하고 짠 음식들
 
요즘 내 속을 불태우는 매운 떡볶이. 줄여야 하지만 쉽지 않다.
▲ 매운 떡볶이  요즘 내 속을 불태우는 매운 떡볶이. 줄여야 하지만 쉽지 않다.
ⓒ 신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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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앞자리 숫자가 4를 훌쩍 넘어 5를 향해 가고 있다. 내 안의 장기도 조금씩 녹이 슬어간다. 특히 위나 장의 기능이 예전 같지 않았다. 몇 년 전 대장 내시경 검사에서 용종이 수십 개나 발견되어 제거하였고, 올해 받은 위내시경 검사 결과 역류성 식도염을 진단받았다. "지금 나이 때면 대부분 다 있어요. 관리 잘하다가 정 불편하면 그때 병원에 오세요"란 의사 선생님의 무심한 미소 속에 걱정, 근심을 모두 묻었다. 

이쯤 되면 신경을 써야 하건만 여전히 맵고, 짜고, 얼큰한 음식에 손이 간다. 하긴 잦은 야근으로 평일 저녁엔 대부분 밖에서 먹었다. 속이 불편한 날엔 삼삼한 음식을 먹을까 하면서도 발길은 대부분 얼큰한 국밥이나, 칼칼한 탕 집으로 향했다. 뜨끈한 국물에 밥을 말아 먹어야 제대로 한 끼 했다는 생각이라도 하는 걸까. 다음 날 뻔히 힘들 것을 알면서도 반복의 고리 속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다. 

사실 주말이라고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오히려 주중에 지친 몸을 보상한다는 핑계로 한두 번은 반드시 자극적인 배달 음식을 시켜 먹었다. 맥주나 와인은 필수였다. 한 상 거하게 차려 먹고, 알딸딸한 상태로 침대에 누우면 그리 행복할 수 없었다.

덕분에 뱃살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최근에 산 바지들은 정장이나 캐주얼 가릴 것 없이 모두 허리에 고무줄이 있다. 전에 산 옷들은 살을 빼지 않는 한 입지도 못하고 옷장 속에 고이 간직 중이다. 과연 다시 입을 날이 오긴 할까. 

며칠 전 퇴근 후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보고 있는데, 아들이 옆으로 와서 툭툭 치며 장난을 걸었다. 몸 싸움하자는 신호였다. 한바탕 거하게 뒹굴고 난 후 잠옷 사이로 삐죽이 튀어나온 내 뱃살을 손으로 쿡쿡 찔러 보더니 한소리를 했다. 

"아빠. 배가 왜 이래. 누가 보면 임신이라도 한 줄 알겠네. 관리 좀 해. 쯧쯧." 
 

아들이 사라진 후 괜히 헛헛한 마음에 배만 만지작거렸다. 회사에서 점심때 매일 걷고, 주말에도 아내와 산책을 빠짐없이 하고 있음에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역시나 식탐이 문제였다. 최근엔 잘 먹지도 않던 과자에 중독되어 애들 간식 뺏어 먹다가 핀잔을 듣기도 했다. 요즘 입이 쉴 틈이 없었다. 

속 편한 중년을 보내고 싶다  

이렇게 살아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에 좋은 음식 먹고, 살도 빼고, 건강을 챙기고 싶었다. 병원을 찾아가기도 그렇고, 슬며시 인터넷 검색창에 '건강에 좋은 음식'을 쳐보았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스크롤 바의 압박에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관련 검색어로 '매일 먹어도 좋은 음식', '건강에 좋은 음식 레시피', '의외로 좋은 음식' 등 다양했다. 하나씩 살펴보았다. 물론 좋은 내용이 가득했다. 그중 몇 가지는 직접 실천해 본 것도 있었다. 아쉽게도 효과를 보기 전에 중간에 그만두어 문제였지만. 

검색의 바다에 빠져 있던 중 '배달 음식 피할 수 없다면……. 추천 메뉴'란 제목이 눈에 꽂혔다. 내용을 찬찬히 읽어보았다. 코로나로 비대면이 일상화되어 배달 음식은 피할 수 없는 식단이 되었으니 영향 균형을 따져 똑똑하게 먹어야 한다고 했다. 배달시켜 먹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어떤 음식을 배달시켜 먹을지 따져보라는 글에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요지는 채소 섭취에 신경을 쓰라는 것이었다. 추천 메뉴도 비빔밥, 월남쌈, 샤브샤브 등 채소가 잘 어우러졌다. 생각해 보니 채소류는 속 부대낌이 덜했다. 어느 방송에서도 보았는데, 육류를 섭취할 때도 채소를 많이 먹으면 과식도 덜하게 된다고 했다. 역류성 식도염에도 양배추가 좋다는 것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외식하더라도 채소는 반찬으로 빠짐없이 나오니 신경을 좀 써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살 뺀다고 덜 먹고, 건강 음식 챙겨 먹으려만 했지, 정작 먹는 음식 중에서 건강한 요소를 찾으려 하지 않았다. 집에서 식사할 때도 늘 채소도 있었고, 국도 조미료를 쓰지 않고 직접 멸치를 우려 넣어 삼삼했는데, 손을 대지 않고 소금을 팍팍 넣어 짜게 먹었다. 모든 요인은 안 좋은 식습관에 있었다. 그러면서 늘 음식 탓만 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잘 안 먹는 아이였다. 편식도 심했고, 그때부터 맵고 짠 음식만 좋아했다. 어른이 된 지금 전보단 훨씬 다양하게 잘 먹는 것을 빼곤 그 식성이 고스란히 이어져 지금 괴로운지도. 그래서였을까. 어머니께서는 어릴 때부터 좋은 음식을 많이 챙겨주셨다. 그중에서도 생각나는 것이 청국장과 콩밥이다.

건강 생각해서 챙겨주셨던 음식들
 
어릴 때 어머니가 건강식으로 챙겨주셨던 청국장
▲ 청국장 어릴 때 어머니가 건강식으로 챙겨주셨던 청국장
ⓒ 신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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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는 밥도 잘 안 먹고 비쩍 말랐던 나를 늘 걱정하며 영양이 풍부한 청국장을 자주 끓여주셨다. 그리고 흰쌀밥을 먹겠다고 졸라도 꼭 검은콩을 잔뜩 넣어 까슬한 콩밥을 지었다. 부엌에서 청국장을 끓이면 냄새난다고 안 먹으려 피했고, 콩도 싹싹 골라냈다.

어머니로서는 신경 써서 챙겨주신 소중한 음식인데, 편식하는 내 모습에 얼마나 속상하고 미웠을까. 그래도 지금은 잘 먹는 음식 중의 하나가 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때부터 잘 먹었으면 지금 훨씬 건강했을 텐데 아쉽네. 그래도 그때 챙겨주신 정성 담긴 음식 덕분에 여태껏 크게 아픈 곳 없이 지내는 것이리라. 

이제라도 몸에 좋은 건강 식단으로 먹어야겠다. 지금부터 챙겨야 중년뿐 아니라 나중에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다. 장과 위에서는 이미 예전부터 위험 신호를 보내는 중이다. 자극적인 음식은 되도록 피하고, 어쩔 수 없을 땐 덜 먹고, 채소류를 많이 먹어야겠다. 소중한 내 몸이니 내가 신경 써야지.  

그런 의미로 오래간만에 청국장에 까만 콩밥이 몹시 당기네. 아내와 아이들과 청국장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함께 건강도 챙겨야겠다. 구수한 냄새가 이미 주변에 진동하는 것 같다. 보글보글 끓는 청국장 국물에 밥을 넣어 싹싹 비벼 먹는 상상만으로도 세상 부러울 것이 없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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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가 된 X세대입니다. 불혹의 나이에도 여전히 흔들리고, 애쓰며 사는 지금 40대의 고민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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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일상이 제 손을 빌어 찬란하게 변하는 순간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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