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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가 운영하는 광주청년드림은행에서 제작한 일러스트.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가 운영하는 광주청년드림은행에서 제작한 일러스트.
ⓒ 광주청년드림은행, 일러스트 작가 윤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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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 사는 30대 기성(가명)씨는 대학을 그만둔 이후 여러 카페를 전전하며 아르바이트를 했다. 언젠가 돈을 모아서 자신만의 카페를 차리는 게 꿈이었다. 다년간의 노력 끝에 그의 꿈은 현실이 되었다. 지난 2019년 광주 북구에 작은 카페를 차린 것이다.

그동안 땀흘려 모은 돈을 털어넣었고,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은행에서 사업자 대출로 5천만 원을 빌렸다. 처음에는 장사도 잘됐다. 매달 200만 원이 남았다. 빌린 돈도 금세 갚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점차 현실에 가까워지는 꿈을 바라보며 그는 매일 성실히 일했다.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힘들지 않았다.

그러나, 곧 위기가 닥쳤다. 2020년 초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손님이 뚝 끊겼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높아질수록, 그의 수입은 떨어졌다. 마이너스가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모든 것을 바쳐가며 영업장을 지켰다. 평생 꿈꿔왔던 카페였기 때문이다. 기성씨는 정부가 코로나19에 따른 소상공인 지원 정책으로 발표한 '소상공인 2차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2천만 원을 대출받았다.

짧게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는 1년을 넘겨 2년차에 접어들었다. 그는 그동안 모아온 돈을 모두 영업장 유지에 사용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어떻게든 가게를 지켜내고 싶다는 꿈만으로는 계속되는 마이너스를 감당할 수 없었다. 결국 올해 초 기성씨는 눈물을 머금고 폐업을 결정했다.

사업장을 정리했다. 가게 문 앞에 그동안 찾아줘 고마웠다는 안내문을 붙였다. 커피머신을 판매하고, 짐을 뺐다. 그동안 사용해온 정겨운 물품과 가구들을 처분했다. 처분 후 남은 돈은 보증금과 생활비로 사용했다. 그러나 기성씨는 폐업 사실을 신고하지는 못했다. 폐업을 신고할 경우, 창업 당시 받았던 사업자 대출 5천만 원을 일시에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업자 대출은 사업이 지속되는 상황을 전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폐업을 신고할 경우 대출금의 즉각적인 회수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기성씨는 카페를 정리한 이후 사업장 주소지를 본인의 집으로 변경했다.

그에게 남은 건 빚뿐이었다. 카페 창업과정에서 대출받은 사업자 대출 5천만 원과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 2차 금융지원 프로그램' 대출 2천만 원이 그의 미래에 큰 벽으로 남았다. 사업자 대출은 5년 거치 후 일시상환해야 한다. 현재 월 5만 원씩 이자를 납부하는 중이다. 소상공인 대출은 2년 거치 후 3년간 매달 약 55만 원씩 납부해야 완납할 수 있다.

2024년까지 5천만 원을 마련해야 하는 기성씨에게 남은 기간은 약 2년 6개월이다. 그는 이 돈을 대출 이자, 월세, 생활비 등을 꾸준히 지출하면서 마련해야 한다. 소상공인 대출 거치 기간 2년이 지난 이후에는 부담이 더욱 커진다. 남은 기간 동안 연체없이 대출을 완납하기 위해 그가 모아야 할 돈은 월 평균 167만 원이다.

얼마 전 기성씨는 대출회사에 영업직으로 취업했다. 기본급은 없고 대출을 중개할 때마다 금액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일이다. 현재는 수입이 없지만 몇 달간 무급으로 일을 배워볼 생각이다.

벼랑 끝 소상공인, 대체 어디로 가야 하나

최근 지성씨는 지역 청년들의 경제문제를 상담해주기 위해 2017년 9월 만들어진 시민단체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아래 청지트)'에서 1:1 내지갑상담을 받았다. 내지갑상담은 청지트가 고안한 청년 맞춤형 재무상담이다. 청지트 상담사는 기성씨의 재무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한 후 상환 계획을 수립해주었다. 소비가 크지는 않지만 폐업 후 남은 돈이 많지 않아 소비 조정도 실시했다. 안정적으로 부채를 상환할 수 있도록 일자리 정책도 소개했다. 청지트 상담사는 기성씨에게 최선을 다한 후 연체하게 될 경우에 개인회생을 신청해 보자고 제안했다.

광주 청지트 주세연 센터장은 "최근 지역에 창업을 염두에 둔 청년들이 많다.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것은 멋지지만, 낙관적으로만 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특히 탄탄한 재무적 계획 없이 자영업을 시작할 경우 쉽게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 센터장은 또 "청년 창업희망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공급하는 정책은 상당히 많은데, 이들 기관들이 대출 이후의 상황에는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1:1 맞춤형 컨설팅과 같은 추가적인 지원책들이 필요할 것 같다. 대출만 공급해서는 채무불이행자만 양산하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부동산업을 제외한 창업기업이 51만 6000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4% 증가했다. 이중 30세 미만이 창업한 기업은 8만780개로, 작년 상반기 대비 15.1% 증가했다. 그러나 중기부가 올해 발표한 '중소기업 창업지원계획'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창업기업들의 1년차 생존율은 63.7%, 3년차 생존율은 44.7%였다. 3년 안에 절반 이상이 폐업하는 셈이다. 

광주시는 지난 2016년부터 청년창업특례보증 제도를 도입해 지금까지 4312개 청년 창업기업에 937억 원의 대출을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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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 언론상을 수상한 것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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