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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사이다 만드는 중
 애플사이다 만드는 중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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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에서 사과를 따왔으니 주말에는 미루지 말고 즙을 내어 애플 사이다(apple cider)를 만들어야 했다. 사과로 만드는 술은 맞지만 사과주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는, 한국에서 흔히 만드는 담금주랑은 다르기 때문에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나라마다 불리는 이름이 다른데, 그냥 사이다라고도 하고, 하드 사이다(hard cider)라고도 한다. 프랑스에서는 시드르(cidre)라고 한다. 내가 사는 캐나다에서는 애플 사이다라고 부르니 나는 그냥 그렇게 부르고 있다.

이 애플 사이다 만드는 방법을 간략히 설명하면, 사과를 으깬 후에 즙을 짜고, 그 즙을 실온에서 일주일간 1차 발효시킨 후, 공기와의 접촉을 차단하여 다시 석 달 정도 2차 발효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병에 넣는데, 그대로 계속 숙성시키면 더 맛이 좋다. 와인과 비슷한 방식으로 하되, 사과를 이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사과의 양이 적다면 주서기나 믹서기를 사용할 수 있겠지만, 애플 사이다를 만들 때에는 수십 킬로그램의 사과를 으깨야 하기때문에 다른 도구가 필요하다. 우리 집에서는, 남편이 중고마켓에서 구입한 애플 크러셔(apple crusher) 또는 사이다 밀(cider mill)이라고 불리는 구식 도구를 사용한다. 
 
사과를 으깨는 도구이다. 떡갈나무로 만들어졌다
▲ 애플 크러셔(apple crusher) 사과를 으깨는 도구이다. 떡갈나무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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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갈나무(Oak tree)로 만들어져서 무겁고 튼튼한 이 도구는 일 년에 한번씩만 사용하니, 사용할 때에 꼼꼼히 세척하여 준비한다. 이 과정은 절대 실내에서 작업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므로 작업은 밖에서 할 수밖에 없다. 

네모 박스 안에 사과를 넣고, 톱니를 돌려 갈아주는데, 안을 들여다보면, 나사못들이 나란히 박혀있다. 그리 무서운 칼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저 나사못으로 충분히 사과를 으깰 수 있다.  
 
사과 으깨는 통 안의 모습. 작은 나사못이 일정하게 박혀있다
 사과 으깨는 통 안의 모습. 작은 나사못이 일정하게 박혀있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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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있는 드럼통에는 망사로 된 주머니를 끼워주고, 으깨진 사과는 그곳으로 떨어져 모이게 된다. 처음 구매했을 때에는 남편이 미처 망사주머니 생각을 못했고, 그래서 착즙 하려는 순간 사과가 다 빠져나오는 바람에 엄청 고생을 했다고 했다. 이제는 노하우가 완전히 쌓이고 몸에 배어서 단계별 준비가 척척 이루어진다. 

내가 맨 처음 봤을 때에는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몰라서 구경만 했는데, 남편이 과도로 혼자 사과를 잘라서 넣었더랬다. 혼자 하는 것이 몸에 배어있는 남편은 원래 그냥 알아서 척척 다 한다. 세척부터, 절단, 으깨기, 짜기까지...

그러나 이제는 내가 함께 하니, 한쪽에서 내가 세척하고, 절단도 한다. 사과가 둥글기 때문에, 절단을 하지 않으면 으깰 때 톱니 안으로 잘 들어가지 않으려고 해서 잘라주는 것이 편하다. 특히 크기가 큰 사과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사과가 단단해서 한 손으로 자르기에는 너무 힘들어서 나는 아예 도마까지 갖다 놓고 잘랐다.
 
사과를 잘라서 틀에 넣는 모습
 사과를 잘라서 틀에 넣는 모습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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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사이다를 만들기 위해서 사과를 씻고 자르는 과정
 애플사이다를 만들기 위해서 사과를 씻고 자르는 과정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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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을 때에는 이렇게 세 개의 양동이를 놓고, 한쪽에서 씻어서 다른 쪽으로 옮기는 방법으로 여러 번에 나눠 세척한다. 자연농법 사과이기 때문에 농약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세제는 절대 쓰면 안 된다. 사실 사과 껍질에 자연스럽게 묻어있는 이스트가 발효 작용을 하는 것이므로, 그저 먼지와 흙을 떼어낸다는 기분으로 가볍게 씻으면 된다.

으깬 사과가 드럼통으로 한가득 차면 그걸 눌러서 짜줘야 한다. 물론 짜지 않아도 즙은 계속 흘러나오지만, 짜면 그야말로 콸콸 흘러나온다. 
 
으깬 사과가 드럼통 안에 가득하다
 으깬 사과가 드럼통 안에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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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깬 사과로 즙을 내고 있다. 밑에 받친 피쳐로 사과즙이 모인다.
 으깬 사과로 즙을 내고 있다. 밑에 받친 피쳐로 사과즙이 모인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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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누름판을 얹어놓고 돌리면서 압력을 가한다. 그러면, 살짝 기울어진 받침대의 앞쪽으로 주스가 흘러나오고, 그 가운데 있는 작은 홈으로 떨어진다. 아래에는 큰 피쳐를 받쳐놓고 즙을 받아서 발효용 통에 옮긴다.

구식 방식이라면 나무통에서 발효 해야겠지만 그것은 비싸기도 하거니와, 무거워서 들지도 못한다. 유리에 해도 좋겠지만 1차 발효에서는 불순물도 많이 생기기 때문에 일단 이렇게 입구가 넓은 플라스틱 통에서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시작 전에 제대로 세척하고, 전용 소독제로 미리 소독해줘야 한다. 플라스틱 용기는 미세한 틈에도 균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크러셔서 사과를 으깨어 낸 사과즙. 이 발효통에서 일주일간 발효시킬 예정이다
 애플크러셔서 사과를 으깨어 낸 사과즙. 이 발효통에서 일주일간 발효시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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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즙 찌꺼기를 꺼내고 있다.
 사과즙 찌꺼기를 꺼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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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사과 찌꺼기는 비료 만드는 통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통이다. 음식 찌꺼기는 언제나 좋은 비료가 된다. 하지만 사실 이 찌꺼기에는 아직도 사과향과 좋은 성분이 많기 때문에, 이것을 이용해서 식초를 만들 수도 있다. 

작년에는 으깨기만 한 사과로 식초를 만들었지만, 올해는 재활용 차원에서 착즙하고 남은 사과를 가지고 식초를 만들기로 했다. 요새 건강식으로 각광을 받는 애플 사이다 비니거를 만들 수 있다.

드디어 으깨기 작업 완료! 마지막 남은 사과 찌꺼기까지 깨끗하게 정리하고, 통들도 다 씻어서 엎었다. 바깥에서 종종거린 시간이 4시간 정도 걸렸다. 어찌 보면, 뭐하러 이렇게 고생하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식으로 친다면, 김장한 거 같은 기분이랄까? 그냥 하나의 연중행사 같은 것이다. 

구부정하게 사과를 썰었던 나도 허리가 아픈데, 계속 무거운 거 나르고 사과 으깬 남편은 더 말할 필요가 없으리라. 그러나 시종일관 서로 웃고 장난쳐가면서 재미나게 했다. 어디 가서 애플 사이다 만들기 체험을 한다고 생각한다면 돈 내고도 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이 과정을 동영상으로 보면 좀 더 이해가 쉽다.
 
▲ 애플 사이다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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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첫 과정이 끝났다. 발효통 하나 당 22리터의 애플 사이다용 사과즙을 담아주고 , 매일 저어주며 발효 과정을 지켜볼 것이다. 사람들에 따라서는 설탕이나 이스트를 추가하여 발효를 촉진시키기도 하고 계피나 정향 같은 향신료를 넣기도 한다. 시판되는 애플 사이다에는 보존제와 탄산제도 들어간다. 하지만 우리는 그냥 그대로 그 맛을 살려 천천히 애플 사이다를 만들 것이다. 느림의 미학을 살려서 말이다.
 
발효통에 담긴 사과즙. 오른쪽에 건더기가 보이는 것은 식초를 만드는 중이다
 발효통에 담긴 사과즙. 오른쪽에 건더기가 보이는 것은 식초를 만드는 중이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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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에서는 발효 과정을 통한 애플 사이다와 사과 식초의 완성을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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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거주하며, 많이 사랑하고, 때론 많이 무모한 황혼 청춘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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