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나 하나쯤은…' 우리는 종종 이런 변명으로 나의 소심한 잘못을 스스로에게 변명하곤 합니다. 아이스크림 봉지를 아무렇게나 길거리에 버릴 때,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하지 않고 슬그머니 마트 쓰레기통에 버릴 때… 커다란 세상, 수많은 사람에 비하면 나라는 존재는 보잘것없는 존재라고 굳이 말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는데 말입니다. 이렇게도 말합니다.

'나 하나 바뀐다고 세상이 변하겠어?' 좋은 일에 동참하자니 좀 귀찮고 자신이 없을 때 꺼내놓는 변명입니다. 기존 세상의 관습에 젖어 변화를 바라지 않을 때도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그래도 가끔은 용기 있는 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나의 작은 발걸음이 세상을 변화시킨다고, 나의 작은 실천이 타인의 시선까지 바꿀 수 있다고 말이지요.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기
 
서애경 옮김/ 사계절
▲ 피터 브라운<호랑이 씨 숲으로 가다> 서애경 옮김/ 사계절
ⓒ 비룡소

관련사진보기

 
피터 브라운의 <호랑이 씨 숲으로 가다>는 진정한 자신으로 깨어나는 한 개인의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그의 행보가 세상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호랑이 씨를 주목하면 행복의 비밀을 찾게 되지요.

호랑이 씨의 마을에는 많은 종류의 동물들이 삽니다. 제각각의 개성을 갖고 있지만 그 개성이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모두 비슷한 슈트를 입고, 비슷한 집에서 살며 오늘도 내일도 비슷한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현대 문명 속에 살아가는 우리와 별반 다를 바 없습니다.

개인은 소외되고 집단만이 건재해 보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호랑이 씨는 끝없이 이어지는 비슷한 삶이 싫어집니다. 그래서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찾기로 합니다. 점잖고 예의 바른 삶에서 벗어나 슈트를 벗고 이족보행을 버리고 사족보행으로 뛰어다니며 어흥 거립니다. 깜짝 놀란 이웃들은 호랑이 씨에게 "미쳤어"라는 말을 연발하지요. 자유로움이나 유별남이 '틀림'이 되는 사회이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미쳤다고 불린 사람들 덕분에 변화하고 발전해오지 않았을까요? 과학의 원리를 발견하는 데 미쳐있던 관노비 장영실, 한글 창제에 미쳐 밤낮없이 집현전에 머물렀던 세종대왕, 독립을 위해서 목숨까지 버린 수많은 독립투사들, 노동자의 인권 보호를 외치며 자신의 몸을 불태운 전태일 열사…

호랑이 씨는 차라리 숲으로나 가라는 마을 사람들의 말에 바로 숲으로 가보기로 결정합니다. 이제 더이상 호랑이 씨에게 도시냐 숲이냐는 중요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삶. 호랑이 씨가 발견한 행복의 원리는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었으니까요.

호랑이 씨는 숲을 마음대로 즐기다 다시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가 태어나고 살았던 도시에 그의 자리,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그리고 친구들이 그를 반깁니다. 호랑이 씨의 마을이 모두가 걷고 싶은 대로, 입고 싶은 대로, 가고 싶은 대로 하며 사는 마을이 된 것이지요. 호랑이 씨의 용기가 모두의 마음에 불씨가 되어 마을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달라도 괜찮아, 노스애르사애
 
계수나무
▲ 이범재 <노스애르사애> 계수나무
ⓒ 계수나무

관련사진보기

 
노스애르사애, 또 하나의 행복의 원리입니다. 이범재 작가는 그림책 <노스애르사애>를 통해 다름의 아름다움을 역설합니다. <노스애르사애>에는 더디 자란 애벌레, 가장 늦게 알에서 깨어나고 남들처럼 잎도 열심히 먹지 않아 쑥쑥 자라지 못한 애벌레가 등장합니다.

그 애벌레가 여태껏 누구도 품지 않았던 의문을 품습니다. '어떻게 모두 꿈이 같을 수 있지?' 작은 애벌레는 모든 애벌레의 꿈인 '나비가 되는 꿈'을 꾸지 않기로 합니다. 초록 잎만 먹어야 한다는 친구들의 말도 듣지 않고 알록달록한 색깔의 예쁜 꽃을 먹기로 합니다. 작은 애벌레는 꽃이 더 맛있었거든요. 보라색 제비꽃, 노란 개나리, 연분홍 진달래, 빨간 양귀비꽃… 꽃을 먹을 때마다 꽃의 색으로 변하던 작은 애벌레는 여러 가지 색의 꽃을 먹고 알록달록한 애벌레가 됩니다.

"저러고도 애벌레라고 할 수 있어?", "나비가 될 수나 있을까?", "나비가 되도 날지 못할걸?" 다른 애벌레들의 조롱에도 작은 애벌레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결국 애벌레들이 모두 번데기가 되고 나비가 되어도 작은 애벌레는 알록달록한 작은 애벌레로 남아있게 됩니다.

알록달록 애벌레로 살아가기로 결정한 작은 애벌레는 여전히 꽃을 먹습니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나아갑니다. 쇠똥구리도 만나고, 사마귀도 만나고, 개미도 만나 친구가 됩니다. 물방개와 거미도 만나지요. 나비가 된 친구들과 만나 넓은 세상 이야기도 듣습니다. 알록달록 작은 애벌레는 풀숲 깊은 곳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지요.

친구들은 묻습니다. "나비가 못 돼도 괜찮니?" 알록달록 작은 애벌레는 대답하지요. "응, 괜찮아. 난 알록달록한 내 모습 이대로를 사랑해." 알록달록 작은 애벌레의 친구들은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세상이 말하는 대로 똑같은 삶을 살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요.

그림책은 이제 아무도 알록달록 작은 애벌레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독자가 기억해달라는 말로 이야기를 끝냅니다. 조금 쓸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의 삶도 그렇습니다. 삶의 행복은 누구나 기억하는 누군가로 살아가는 것에 있지 않습니다. 나로 살아가는 것, 내 모습 이대로를 사랑하는 것에 있는 것이지요.

아, 잊은 게 있었네요. 행복을 부르는 주문, '노스애르사애'는 작가가 그림책 속에 숨겨 둔 즐거움입니다. 그림책 속 '내 모습 이대로를 사랑해'라는 글에는 빨갛게 표시된 낱자들이 있습니다. 그 낱자들을 조합하면 '노스애르사애'가 됩니다. 행복을 부르는 주문이지요.

세상에는 수많은 모습의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양식으로 살아갑니다. 남들과 비슷하게 살아가는 것이 외롭지 않으니까요. 동질감을 통해 소속감을 느끼고 소속감을 통해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동질감을 이룩하려는 집단의 횡포에서 벗어나 진정한 나를 만날 때, 모두가 그런 서로를 인정해 줄 때 진정한 나를 만나는 행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노스애르사애

이범재 (지은이), 계수나무(2021)


호랑이 씨 숲으로 가다

피터 브라운 (지은이), 서애경 (옮긴이), 사계절(2014)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