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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육아를 누군가는 기록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언젠가 막이 내릴 시대이지만 안 그래도 힘든 육아에 이 시국이 무언가로 고통을 주는지 알리고 공유하며 함께 고민해 보고 싶었습니다. 항상 말미에 적는 글이지만 아기를 양육하고 계시는 이 시대의 모든 부모님들께 위로와 응원 너머의 존경을 보내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기자말]
12일은 아기의 돌이다. 두말해서 뭐하겠는가. 아기에게는 처음 맞는 생일이자 최대의 기념일. 드디어 돌이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가족들과 친지들은 이 시국이라 아기를 랜선으로 축하해 주기로 했다. 아기에게 멋지고 성대한 돌잔치를 해 주고픈 부부의 은밀하고 위대한 노력은 한 번 더 수포로 돌아가게 되었다.

지난 추석에 3000명대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것을 바라본 부부는 더 이상 식당의 예약이나 가족 모임을 머릿속에 떠올리거나 입에 올리지 않았다. 몇 군데 봐 두었던 돌잔치 업소들에서도 더 이상 돌잔치를 지원하기 힘들다고 전달해 왔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아내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내는 아기에게도 지급이 된 재난지원금을 사용해서라도 스튜디오에서 아기 돌 사진을 제대로 찍어주고 싶어 했다. 여기에 주말마다 아기를 보러 오시는 아기의 할머니까지 가세했다. '내 사진을 많이 남겨 놓지 못한 게 한인데 그것을 손자에게도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말씀과 함께였다. 시기가 이렇다고 아내와 할머니를 설득해 보았지만 아기 엄마와 할머니는 확고했다.

"여보. 우리 때는 이런 촬영이 없었잖아요. 기념일이라고 해도 기껏 사진관에 가서 한 장 찍는 게 다였잖아요. 코로나로 아기에게 많은 것을 해주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해줍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만은 포기 못 하겠어요."

아내의 말이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돌았다. '아, 셀프 돌상도 준비해야 하고 떡도 맞춰야 하고 시장도 봐야 하는데... 할 일이 천지인데...'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 아파왔다. 하지만 아내가 이번만은 포기를 못 하겠다고 하는 말도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아내의 말을 수긍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아기의 '돌상차림'과 '돌 촬영'을 원래는 집에서 한다고 아내와 합의를 봤던 터라, '홈 스튜디오'에서 필요한 장비와 소품들을 모두 구매를 해 두었다는 점이다. 

지난번 아기의 첫 기념일이던 '셀프 100일 상'을 부족하고 모자라게 해 준 것 같아 마음이 두고두고 쓰이고 후회를 했기 때문에 준비를 철저히 하려다가 일어난 일이다. 휴대전화로 촬영을 했던 아기 백일날과는 달랐으면 하는 마음에 중고로 카메라와 태블릿까지 무리해서라도 구매를 해둔 터였다.

구매 이후 세탁을 해서 단 한번 아기에게 입혀보고는 아기의 '셀프 돌 촬영'을 위해 기다리고 있는 꼬까옷들도 있었다. 만약 스튜디오에 가서 촬영을 한다면 이를 위해 구매했던 옷들은 언제 입을지 몰라 또 방치될 수도 있었다. 그러다 결국 중고로 팔아버리는 건 상상만 해도 너무 서글픈 일이었다. 이번에는 완벽하게 해 주고 싶은 마음에 하나하나 신경을 쓰고 공을 들여서 준비한 것들이 집에서 촬영을 하지 않으면 다 무용지물이 될 상황이었다.

촬영은 스튜디오에서 편한 날짜에 하더라도 최소한의 돌상은 별도였다. 당일 날 차려줘야 했다. 100일상을 차리는 것과 돌상을 차리는 것은 그 결이, 사이즈가 다른 얘기였다. 초보 아빠에게 돌상의 물품들을 하나하나 따로 준비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고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상차림 준비를 위해 포털 검색창에 '돌상 대여'만 검색을 해보니, 맙소사. 5300여 개의 업체가 검색이 될 정도였다.
 
돌상 대여라고만 입력해도 5300여 개의 업체가 뜬다. 네이버 화면 캡처
▲ 돌상 대여 검색 돌상 대여라고만 입력해도 5300여 개의 업체가 뜬다. 네이버 화면 캡처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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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으로 스튜디오 비용을 결제하다 

한 업체와 컨택해서 아기 '돌잡이 용품'부터 대여 계약을 했다. 스튜디오에 예약 문의 전화를 했을 때 옷은 그곳에 종류별로, 사이즈별로 다양하게 구비해 두었으니 챙겨 오지 않아도 되고 다양한 소품들이 있으니 챙겨 오지 않아도 되지만 돌잡이 용품만은 따로 챙겨서 와야 한다는 주의 사항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중고 거래 어플에서 아기의 돌상이나 돌잡이 용품을 구입할까 생각도 했다. 매물들도 다양하고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지난하고 험난한 검색을 했던 터였다. 하지만 단 한 번 촬영을 하고 다시 재판매를 하는 과정이 그다지 부부에게는 유용해 보이지 않았다. 대여하는 돌상 등은 그 구성과 퀄리티를 마음대로 추가하거나 높일 수 있었고 반납을 해버리면 끝이었다. 한 번 쓰고 재판매하려고 돌상 등을 일일이 사는 것이 부담이 되었던 것이다.

돌잡이 용품만 가져오면 촬영을 완벽하게 할 수 있다던 스튜디오 관계자는 최소의 인원으로 촬영을 진행하고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스튜디오에서 소독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자주하고 있다고 부부를 안심시켰다. 코로나로 인해 돌잔치를 못 하게 되자 아기 엄마처럼 사진이라도 남겨 놓으려는 엄빠들이 많으니 안심하라고도 귀띔했다.

12개월이 되는 아기의 특성상 예약한 시간에 혹 피곤해서 잠이 들거나 수유 텀이 망가지거나 아기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경우 예약을 취소하거나 재촬영을 해 준다며 책임지고 촬영들을 하고 있다고 부부를 설득하기도 했다.

스튜디오 측은 다양한 결제 방법과 제휴 할인 등을 안내를 하며 혹시나 재난지원금 사용을 하시려면 가능하다고도 먼저 말을 해 왔다. 결국 30만 원선의 아기의 스튜디오 촬영 비용은 아기가 견뎌온 일여 년의 보상인 아기의 재난지원금으로 결제했다.

아기 엄마는 기대하는 마음에 매우 들떠 있다. 지난번 집에서 백일 사진을 남겼을 때에는 초보 엄빠라 서툴기도 했지만 아기가 너무 어려 잠만 자던 시절이라, 잠을 자지 않는 잠깐의 찰나를 기다려서 재빨리 촬영을 했다. 그마저도 아기가 울어버려서 사진을 많이 남기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제 아기는 낮잠을 자지 않을 때도 있고 예쁘게 웃어 주는 순간도 많아졌으니 기대하는 마음이 당연하다.

추석 이후 떨어지지 않는 물가 덕분에 돌상을 셀프로 차리는 것을 준비하는 데에 매우 힘든 고민들의 순간들을 겪고 있음을 고백한다. 게다가 2021년에는 왜 이리 비가 많이도 오는지. 하다 하다 가을장마까지 더해져 아기의 돌상에 놓을 과일과 상차림 용품들이 아직까지 가격이 안정되지 않아서 오늘도 시장 조사를 하러 갔다가 한숨만 계속 반복을 하다 돌아왔다.  
 
중고 애플리케이션에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셀프 돌상들.
▲ 중고 용품으로 나온 돌상들 중고 애플리케이션에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셀프 돌상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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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돌상' 차리는 엄마 아빠들 

아기의 스튜디오 촬영을 예약하며 아기의 첫 돌, 1년을 되돌아보는 마음이 너무 무겁고 답답하다. 성대한 돌잔치를 아기에게 해 주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아쉬움으로 다른 아기들의 부모님들께서도 스튜디오를 찾을 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아기의 돌상을 준비하면서 우리 부부보다 먼저 기념일을 준비하셨던 많은 부모님들과 사연들을 만났다. 집에서 해주는 아기의 기념일, 미안한 마음에 이 시대의 부모님들께서는 조금이라도 멋지고 근사하게 해주고 싶어 하셨다.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홈 스튜디오'를 만드시는 부모님들의 마음을 이번에 아기 돌을 준비하면서 헤아리게 되었다.

그럼에도 이 시국, 아기의 기념일을 맞아, 아기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셀프로 기념일의 상을 준비하고 셀프 촬영을 하기 위해 예쁘게 홈스튜디오를 꾸미고 계실 이 시대 모든 엄빠들께 응원과 위로를 보낸다. 위에 첨부한 아기의 꼬까옷인 돌 정장을 닮은 깍듯하고 단정한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오늘은 아기의 할머님이시자 내 어머니의 말씀을 전하며 글을 마친다.
 
이번에는 아기 사진 멋지게  많이 찍어 주자. 먹고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네 사진 많이 못 남겨 놓은 것이 두고두고 미안하더라고.

그때는 사진을 찍기도 쉽지 않았거든. 40여 년 전에 사진을 찍고 인화를 해서 보관하는 일은 쉽지 않았어. 그 핑계로 네 사진을 많이 못 남겨 놓은 것이 한이야. 

기념일 사진들을 촬영하고서도 혹시 잘못 촬영된 사진들을 빼고, 안 예뻐 보이는 사진들을 빼고, 혹여나 힘들게 살아가지 않을까를 어른들이 우려하게 하는 물건이나 배경들이 포함된 사진들도 빼고, 아기의 우는 사진들도 빼고 추려 낸  사진을 집안 어른들께 보내드리고 나면 막상 사진이 몇 장 남아 있지 않더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추후 기자의 브런치에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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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자영업자님들을 컨설팅하며 요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현재는 콘텐츠 디자이너이기도 합니다. TV에 출연할 정도로 특별한 아기 필립이를 '밀레니얼 라테 파파'를 지향하며 '감성적인 얼리어답터 엄마'와 하필 이 미칠 코로나 시대에 키우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와 관련한 분야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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