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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가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자신의 연구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한국 사회에 더욱 깊숙이 뿌리내리는 '일상의 혐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가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자신의 연구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한국 사회에 더욱 깊숙이 뿌리내리는 "일상의 혐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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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가 우리 일상에 깊숙히 파고들고 있단 걸 느끼게 해준 신호는 이미 여러 차례 감지됐다. 특히 지난 여름, 도쿄올림픽 양궁 국가대표 선수를 향한 근거 없는 여성혐오는 사회를 큰 충격에 빠뜨렸다. 이밖에도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타자를 향한 혐오가 마치 놀이문화가 되는 듯한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2018년 혐오 표현에 대한 내용이 담긴 <말이 칼이 될 때>를 내놓는 등 차별과 혐오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 온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또한 최근 들어 더욱 심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 혐오를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특히 과거 온라인에 머물던 혐오가 오프라인으로 나온 것이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9월 24일 숙명여대 진리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홍 교수는 일상적인 혐오가 늘어났다는 데 공감하면서 "이전에는 혐오하는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다'는 것은 인식했지만, 최근에는 본인들이 하는 것이 혐오인지 아닌지 그 문제의식조차 희석되고, 문제라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단계로 나아갔다고 본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2018년 제주 예멘 난민 반대 시위를 주목하며 "난민 반대 시위는 집단의 특성을 종잡을 수 없었다"라며 "한두 달 뒤에 국회에서 난민법 폐지 입법을 내놓는다. 혐오가 정치랑 연결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혐오가 일상화되면서 폭발할 여지를 보여주는 시사점이 큰 장면이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지금보다 더 일상적으로 혐오가 퍼진다면 우려되는 지점이 많다며 "독일에서 히틀러가 처음 등장했을 때 10년 안에 홀로코스트가 일어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라며 "우리 또한 당장 혐오 대책을 마련해놓지 못한다면 언제 위기가 극단화될지 모른다"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홍성수 교수와의 일문일답. 

"혐오자들은 자신이 혐오한다고 생각 않는다"
 
▲ 홍성수 교수 “혐오자들은 자기가 혐오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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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혐오가 점차 일상화되고 있다. 최근 인권위가 발표한 '온라인 혐오표현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절반 이상이 '코로나19 이후 혐오와 차별이 증가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혐오표현 연구자로서 어느 정도 체감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혐오표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0년대에는 혐오가 일상화됐다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일상화 혹은 대중화됐다. 이전에는 혐오하는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다'는 것은 인식했지만, 최근에는 본인들이 하는 것이 혐오인지 아닌지 그 문제의식조차 희석되고, 문제라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단계로 나아갔다고 본다."

-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
"혐오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정당화하는 기제들이 있어야 한다. 혐오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홀로코스트를 보면, '유대인 혐오를 한다'기 보다는 '과학적 판단에 의해서 인종적으로 열등한 사람을 배제하는 건 당연하다'는 식으로 자기정당화 기제가 발달했다.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해서, 내가 살기 위해서 등 정당화하는 기제들이 발달하면서 혐오가 더욱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 난민혐오를 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난민혐오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을 지킨다고 생각한다."

- 지난 8월 한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특별기여자'라는 이름으로 입국시키지 않았나. 혐오표현 연구자로서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일단 한국 정부 활동을 지원해온 현지인과 가족을 입국시킨 것 자체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게 진짜 좋은 일이 되려면 그 다음이 중요하다. 이번 일이 계기가 돼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나 인식이 해소된다면 정말 잘 된 일이고, 데려오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더이상 난민을 수용하지 못하고 여기서 멈춘다면 이번 수용이 갖는 의미가 삭감된다.

난민 수용 문제는 기여 여부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 (이번 일로 인해) 국민들 인식 속에는 '대한민국에 기여한 바가 없으면 수용 불가하다'라는 프레임이 형성되어 버렸다. 정부가 한국에 기여한 사람은 수용할 수 있고 기여하지 않은 사람은 혜택을 주면 안 된다는 식으로 왜곡된 인식이 생길 수 있는 소지를 스스로 만들어냈다. 이 점은 비판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 최근 도쿄올림픽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를 향한 여성혐오가 크게 논란이 됐다.
"한마디로, 최소한의 이해조차 할 수 없는 사건이었다. 혐오가 일상화되었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라는 점에서 매우 실망스럽고 화가 나는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혐오가 얼마나 허망한 일인지, 부질없는 일인지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저런 경로로 혐오에 동참했던 사람들조차 회의하게 만드는 사건이지 않았을까?"

- '온라인 혐오표현 인식조사'와 별개로, 관련 사안을 연구하는 학자로서도 코로나19 이후에 혐오와 차별이 좀 더 늘었다고 판단하나.
"대개 사회경제적 위기가 확산될 때 혐오와 차별이 증가한다.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은 혐오와 차별이 확산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줬고 이는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한두 달 만에 차별 관련 문서들이 UN에서도 쏟아져 나왔다. 코로나19가 확산되고 나서 갑자기 이론을 개발하고 대책을 세운게 아니다. 감염병이나 재난 같은 시기에 혐오가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수차례 역사적 경험을 통해 잘 알려진 사실이다."

- 최근 한 일간지가 코로나19 이후 인터넷 사용량이 늘면서 혐오가 증폭됐다고 분석한 기사를 내놓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인터넷이 무조건 나쁜 공간인 건 아니지만 인터넷 커뮤니티 상당수는 혐오가 확산되기 유리한 플랫폼이다. 해외의 난민 폭동 사진을 다섯 장 올린 뒤 '난민 받아야 합니까, 말아야 합니까?'라고 한 줄로 묻고 끝나는 게시물이 올라온다. '좋아요'를 누르게 만든다. 저 같은 사람에게 난민을 왜 수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 달라고 하면 적어도 10분은 주셔야 가능하다. 더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20~30분 정도는 대화가 오고가야 여러 가지 오해와 편견을 풀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예전엔 히틀러 같은 사람이 물리적인 공간인 광장에서 스피커를 틀어 놓고 연설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유도했다. 온라인 시대에는 히틀러처럼 대중연설에 능한 특별한 인물이 굳이 필요 없다. 누구나 다 인터넷에 게시물을 올려서 여러 사람이 가진 편견이나 특정 집단에 대한 적대감을 표출할 수 있도록 만든다. 댓글을 달고 퍼다 나르면서 쉽고 빠르게 확산된다. 인터넷 사용량이 늘어나는 것과 혐오 확산에는 대체로 관계가 있다고 본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2018년 혐오표현에 대해 쓴 대중서 <말이 칼이 될 때> 출판한 뒤 한국 사회의 혐오에 목소리를 내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2018년 혐오표현에 대해 쓴 대중서 <말이 칼이 될 때> 출판한 뒤 한국 사회의 혐오에 목소리를 내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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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이 칼이 될 때>는 증오선동을 두고 "제3자에게 차별을 '함께하자'고 '선동'하여 실제로 임박한 위험을 창출한다는 특징이 있다"고 서술했다. 게시글도 증오선동이라 볼 수 있나?
"게시글이 모이면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촉발하는 선동이 될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온라인(인터넷)과 오프라인 행동 사이의 시간차다. 2013년 '일베'가 혐오성 게시글을 올리는 공간이 됐지만 오프라인으로 바로 나오진 않았다. 그러다 2014년 세월호 유가족 단식 농성장 앞에서 '폭식투쟁'을 한다면서 처음 자기 얼굴을 내밀었다. 오프라인에 등장한 건 나름대로 정치행동을 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충분한 확신과 자신감이 있어야 오프라인에 나올 수 있다. 그런데 2018년 난민 반대 시위는 인터넷에서 난민혐오과 확산된 것과 오프라인 시위 사이의 시간 차이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혐오는 더 이상 놀이 수준이 아니라 정치적 행동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예전에는 혐오하는 사람들의 성별·세대 등이 특정한 집단에 한정되었다. 그런데 지난 2018년 난민 반대 시위는 참여한 사람들의 특성을 쉽게 규정할 수 없었다. 평범한 우리 이웃이 시위에 참여한 것이다. 전통적으로 혐오에 맞서 싸운 여성 집단도 가세했다는 것도 또 다른 양상이다. 그렇게 난민을 반대하는 오프라인 시위를 2~3번 정도 치르고 정치인이 집회장에 와서 발언까지 했다. 한두 달 뒤에 국회에서 난민법 폐지 입법을 내놓는다. 혐오가 정치랑 연결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해외의 경우에서처럼 혐오가 정치와 연결되면서 폭발할 가능성을 보여준 장면이라는 생각이 든다."

"원칙을 고정시키고 논의 시작해야 한다"
 
홍성수 교수는 “지금까지 혐오가 점차 확산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면 차별금지법은 그 반대방향으로 갈 수 있는 계기를 주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홍성수 교수는 “지금까지 혐오가 점차 확산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면 차별금지법은 그 반대방향으로 갈 수 있는 계기를 주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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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에 혐오가 깊숙이 자리 잡게 되었을 때 예상되는 우려 지점이 있나?
"유럽에서 극우 정치가 힘을 쓴다고 하지만 10% 이상 득표하는 나라는 많지 않고, 트럼프가 당선됐지만 재선에는 실패했고, 흑인이 무참하게 살해되는 사건이 있지만 BLM(Black Lives Matter) 시위가 있었다. BLM 시위는 백인들도 참여하고, 경찰도 취지에 동의하면서 무릎을 꿇고, 스포츠 선수들도 합세했다. 미국에도 여러 차별이 남아 있지만, 차별에 저항하는 힘도 동시에 있기 때문에 사회가 버틸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혐오의 정치인 트럼프가 당선되었지만, 재선을 막았고 정반대의 정치적 입장을 가진 바이든을 당선시킨 것도 미국의 힘이다. 한국 사회에는 그런 힘이 있을까. 아직 미국과 유럽만큼 혐오가 정치화되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혐오에 맞서는 힘 또한 미약하다. 독일에서 히틀러가 처음 등장했을 때 10년 안에 홀로코스트가 일어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우리 또한 당장 혐오 대책을 마련해놓지 못한다면 언제 위기가 극단화될지 모른다."

- 대책이 없을까.
"한두 가지 대책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걸로 생각해야 한다. 밑이 살짝 빠져있어도 물을 열심히 부으면 차오른다는 생각하고 해야 한다. 차별금지법을 계속 이야기하는 이유는, 차별금지법 자체가 차별을 막는 효과가 있기도하지만, 법 제정이 하나의 상징적인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혐오가 점차 확산되는 방향으로 한국 사회의 흐름이 진행됐다면, 차별금지법은 그 반대방향으로 갈 수 있는 계기를 주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 대구 이슬람 사원 건축 논란이 점점 커진다. "초반엔 공사 소음, 냄새 등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뤄지다가 혐오로 변질된 것 같다"(서창호 대구경북차별금지법제정연대 집행위원장)는 이야기도 나온다.
"법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특정 종교시설이라는 이유로 건축을 막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원칙을 확실하게 못박아 두고 그 다음에 주민들의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 그런데 원칙 자체가 흔들리니까 그 이후의 과정이 더욱 어려운 상태가 되어 버렸다. 2013년 차별금지법 논의도 마찬가지였다. 멀쩡한 법안이 철회되는 게 말이 되는가? 그런데 반대 요구에 우물쭈물하다가 결국 법안이 철회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처음부터 '철회는 안 된다'고 전제하고 그 다음에 우려되는 사항을 경청하고 조정할 게 있으면 해야 했는데, 원칙 자체가 흔들려 버리니 결국 철회까지 가게되었다.

난민 문제도 마찬가지다. 난민 수용 자체는 타협 대상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국제적 약속이자 우리 헌법과 법률에 명시된 우리의 의무다. 이 점을 확인한 상태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문제점이 있으며 보완해야 한다. 원칙 자체가 흔들려 버리면 그 다음에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나아간다는 것을 여러 번 확인했다."

- 여야 대선 경선이 진행되고 있는데, 혐오와 차별 연구자로서 우려되는 지점이 있나?
"TV토론이 시작되면 성소수자나 난민 문제가 당연히 질문으로 나올 것이다. 여기에 대응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하고 대중적인 언어를 개발해야 한다. 윤리적으로 옳다고 해서 대중적인 토론에서 늘 승리하는 건 아니다. 그걸 잘 보여준 장면이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와 홍준표 후보 간에 있었다. 홍준표라는, 혐오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정치인이 '동성애에 반대하냐'라는 질문으로 문재인 후보를 농락한 것이다.

홍준표 후보의 정치선동이 일차적인 문제지만, 거기에 속수무책 넘어간 문재인 후보도 실망스러웠다. 홍준표 후보가 그런 질문을 할 것이라는 것은 예상가능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받아치고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것인지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다. 내가 보기엔 아무 준비도 없이 당했다. 혐오의 문제에 대해서 얼마나 안이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준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곧 대선후보 TV토론이 시작될 텐데, 아프간 난민들 어떻게 할 것이냐, 질문이 안 나오겠나. 대통령 후보가 난민, 이주자, 성소수자 등 취약한 소수자 집단의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말 한마디 잘못한 게 대통령 임기 내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정부가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지 않으면 사회에서의 혐오를 막기 힘들다. 지금부터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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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문의사항은 쪽지나 메일(alreadyblues@gmail.com)로 남겨주세요.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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