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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에서 야생화 정원을 가꾸고 있는 꽃벼리뜰의 김한하 대표
 충남 당진에서 야생화 정원을 가꾸고 있는 꽃벼리뜰의 김한하 대표
ⓒ 한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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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예뻤다. 올망졸망한 것이 살기 위해 악착같이 뿌리 내리고 고개 내미는 것을 보고 있으면 괜시리 기특하고 대견했다. 야생화를 보기 위해 김한하 대표는 카메라 하나 들쳐 메고 산으로, 그리고 또 산으로 향했다.

야생화와 사랑에 빠진 지 20년, 이제는 초록색 잎만 보고도 어떤 꽃이 피어날지 알 정도다. 그런 김 대표가 대호지면 장정리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사람들과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나눌 수 있는 정원 '꽃벼리뜰'을 꾸몄다. 

"모르는 야생화 없을 정도"

황금들녘을 이루는 김제에서 태어난 김한하 대표는 작가이자 꽃벼리뜰의 지킴이다. 시인으로 등단한 김 대표는 시나리오 작가로도 활동하며 여행 사진을 담아 글을 써 왔다. 2007년 전주에서 둘레길을 모아 책으로 엮는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때도 야생화를 보기 위해 어디든 찾아다녔다. 시간이 날 때면 두터운 약용식물책자를 넘겨 가며 야생화를 눈에 익혔다. 처음 보는 꽃이 있다면 어떻게든 이름을 찾아냈다. 또 조경하는 사람들에게 물어가면서 야생화를 배웠다. 김 대표는 "지금은 모르는 야생화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새싹도 색이 달라요. 초록색도 색감에 따라 많은 색이 있어요. 멀리서 새싹만 봐도 어떤 꽃인지 알 수 있죠. 노화로 시력이 안좋아졌는데도 야생화만큼은 알아볼 수 있어요."
 
각종 야생화들. 300평 규모의 정원에 다양한 야생화들이 사시사철 매일 꽃을 피워내고 있다.
 각종 야생화들. 300평 규모의 정원에 다양한 야생화들이 사시사철 매일 꽃을 피워내고 있다.
ⓒ 한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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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야생화 하나둘 심어"

김 대표는 지난 2018년 당진을 찾았다. 전원생활을 고민하며 예산과 홍성, 아산 등을 돌아다녔다. 그러다 발견한 곳이 대호지 공설묘지 입구인 장정리였다. 김 대표는 "당진에 철탑이 많은데 이곳엔 철탑이 없다"며 "공설묘지가 깔끔하게 조성돼 있어 오히려 걷기도 좋고 인근에 공장 기숙사도 있어 사람의 온기가 느껴져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처음엔 집을 지어 분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고구마밭을 그냥 놔두기엔 풀씨라도 날려 주변에서 농사 짓는 이웃들에게 피해라도 줄까 걱정됐다. 그래서 하나둘 좋아하는 야생화를 심기 시작한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꽃벼리뜰에서 자라나는 야생화와 나무만 400~500가지에 달한다고. 

"사계절 모습이 다른 꽃벼리뜰"

꽃벼리뜰은 사계절, 아니 나날이 다른 꽃이 피고 진다. 젓가락보다 가늘고 겨우 손가락 한 마디 정도밖에 되지 않은 솜나물은 봄을 알리는 꽃이다. 김 대표는 춥고 어두운 겨울의 시간을 이겨낸 솜나물을 가장 좋아한단다.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솜나물과 깽깽이풀, 노루귀로 시작해 겨울에 피어나는 삼색제비꽃까지 사시사철 계절에 맞는 꽃들이 자란다. 

매일 다른 모습으로 피어나는 꽃을 맞이하기 위해 김 대표는 일 년 내내 쉴 틈이 없다. 여름에는 새벽 4시부터 정원에 나와 잡초를 뽑기 시작한다. 요즘같이 해가 짧아진 때에는 새벽 6시부터 풀을 메기 시작한다. 500평에 달하는 정원의 풀을 메기 위해 매일 3시간씩 시간을 보낸다.

또 꽃씨를 받아서 뿌리고, 웃자란 꽃들은 잘라가며 정리해준다. 가을에는 지푸라기를 얻어와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덮어주고, 또 초봄에는 걷어준다. 김 대표는 "생각해 보면 꽃들이 사람보다 지능이 높은 것 같다"며 "사람의 손을 빌려 번식도 하고 벌레와 풀도 없애주고 있는 것을 보면 꽃이 사람보다 영리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주목 받지 못하는 토종 야생화 안타까워"

종일 혼자 정원을 돌보니 허리에 병이 생겼다. 그래도 꽃을 보고 있으면 좋기만 하단다. 특히 팔기 위한 목적으로 수입해서 기르는 원예종보다 우리나라 토종 야생화가 좋다고. 그는 "토종 야생화는 화려하진 않아도 작고 예뻐 매력있다"며 "하얗고 여린 토종 튤립인 '산자고'가 있음에도 원예종에 밀려 우리 토종은 주목받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꽃을 보고 있으면 아무 생각이 안 나요. 그냥 예쁘기만 해요. 그래서 아무리 힘들어도 정원 일을 할 때 행복해요. 수생식물 심고 싶은 마음 때문에 호미로 땅 파서 대야로 흙 옮겨가며 연못을 만들기도 했어요. 제가 해주는 만큼 꽃들이 자라나는 게 좋아요. 꽃을 보기 위해서는 봄이 간절하죠."

"슬픔 덜고 가는 곳 됐으면"

꽃벼리뜰은 정원과 함께 카페도 운영되고 있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잠시 운영을 중단한 상태지만 오는 10월부터 운영을 재개할 예정이다. 굳이 알리지 않았어도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전국 곳곳에서 찾아온다. 때론 공설묘지를 찾는 사람들이 찾아 슬픔을 덜고 가는 장소기도 하다.

김 대표는 "한 번은 여성 한 분이 엄마 보러 왔다며 공설묘지에 왔다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카페를 찾았다"며 "차 한 잔 두고 두 시간 동안 이야기하고 야생화 보고 떠나며 '이렇게 마음을 터놓은 적이 처음'이라고 이야기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세상을 떠난 분들은 꽃벼리뜰 마당에 핀 꽃을 보며 기분 좋게 마지막 길을 떠나고, 남은 사람들은 이곳에 와서 슬픔을 덜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당진시대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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