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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전투기(F-X) 사업은 구입에만 약 8조 원의 세금이 투입된 역대 최대 무기도입 사업입니다. 그러나 기종 선정과 핵심기술 이전 등에 대한 논란부터 계속된 사업 지연, 지체상금 등의 책임도 묻지 않는 정부의 태도까지 여러 문제에 휩싸였는데요, 2019년 감사원은 "협상 과정에서 방위사업청이 관련 법령을 준수하지 않거나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협상 결과를 허위 보고”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 관련 자료 일체가 비공개되었다는 것입니다. 국가기밀이라는 이유입니다. 참여연대는 감사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1,2심 모두 기각판결이었습니다. 내용 전문뿐만 아니라 목차까지도 비공개되어야 한답니다. 역시나 국가기밀이라는 이유입니다. '무기'라는 말만 들어가면 그 안에 어떤 위법행위가 있었든 모두 비공개해야 하는 것일까요?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이영아 간사가 비평했습니다. [참여연대] [편집자말]
서울행정법원 제1부 2019구합80657  / 서울고등법원 제3행정부 2020누65618 

진성준 의원 :  KF-X 사업이 이렇게 기술 이전 문제로 난항을 겪게 된 핵심적인 원인은 저는 F-X 사업의 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잘 아시는 것처럼 F-X 사업은 최초에 F-15SE로 결정되었다가 이것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부결되어 버려요. 그런 뒤에 F-35A로 수정 결정되지요. 그러면서 기술 이전 문제가 명확하지 않았고 불가능하다고 답변해 왔던 록히드마틴으로 결정되는 겁니다. 그러면서 KF-X 사업에 지금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인데 청장, 어떻게 생각하세요? (2013.9.24 방위사업추진위원회) 그 회의록에 보면 김관진 당시 방추위 위원장이 이 사안은 정무적 판단으로 결정해야 될 사안이다라고 얘기하면서 F-15SE를 부결해야 된다, F-15SE로 올라온 이 안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그렇게 해서 결정이 돼요. 아시지요? - 2015.10.08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이명박 정부에 시작된 차세대 전투기(F-X) 사업 얘기다. 도입에만 세금 약 8조 원이 투입된 이 사업은 역대 최대 무기도입 사업이다. 그런데 기종 선정과 핵심기술 이전 등 이 사업을 둘러싼 논란은 시작부터 끊이지 않았다.

방사청은 2013년 경쟁 입찰을 통해 차세대 전투기 사업 후보로 보잉의 F-15SE를 선정했다. 그러나 같은해 9월 열린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기종 선정안이 부결되어 사업이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한국 무기도입 사업 가운데 한순간에 결정이 뒤집힌 유일한 사례다. 이후, 소요와 구매 계획을 수정해 록히드마틴의 F-35A를 구매하기로 수의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이를 두고 '정무적인 판단'이라고 했다.

핵심 기술도 이전받지 못했고 록히드 마틴이 군사통신위성 절충교역(offset trading, 외국에서 군수품을 구매할 때 반대급부로 기술이전, 부품제작·수출, 군수지원 등을 받는 것)을 이행하지 않아 사업이 지연되었다. 그러나 정부는 지체상금 등 책임을 전혀 묻지 않았다. F-35 도입 과정 내내 기종 선정의 적정성과 핵심기술 이전 불가 등의 문제가 국회를 비롯하여 시민사회단체와 언론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었으나 사업은 그대로 강행되었다. 

그러다 지난 2017년 4월, 뒤늦게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되었다. 감사원은 2019년 "협상 과정에서 방위사업청이 관련 법령을 준수하지 않거나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협상 결과를 허위 보고"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군사기밀'이라는 이유에서다. 

록히드마틴의 'F-35를 위한, F-35에 의한, F-35의' 사업

참여연대는 감사원에 '차세대 전투기(F-X) 기종 선정 추진실태'와 'F-X사업 절충 교역 추진실태' 감사 결과의 목차, 전문, 2차례 감사 결과 밝혀진 위법 행위 등 문제점과 감사원이 요구한 적정한 조치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했다. 전문 공개는 어렵다 하더라도 목차와 위법행위 등에 대해서는 공개하리라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감사원은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2호를 이유로 관련 자료 일체를 비공개했다. 관련 자료가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관련 정보를 공개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1, 2심 법원 모두 기각판결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남북은 아직까지 정전 상태"라는 점을 부각하며, "한반도의 지정학적인 위치 때문에 주변 열강들의 다툼이 끊이지 않았던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외국의 침략으로부터 국토를 방위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보고서 전문뿐만 아니라 추상적 표제인 감사 결과의 '목차'를 비공개한 감사원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감사결과 밝혀진 '문제점' 역시 감사보고서 본문의 핵심적인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나아가 감사 결과에 'F-X 사업에 대한 정부 각 기관의 운영 및 토의 내용, 관련 교섭 내용, 절충 교역 중단 및 재개 경위'의 내용이 들어있다며, 감사 결과를 공개할 경우 "대한민국 국군의 군비 증강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이 고스란히 노출될 것이고, 그로 인해 대한민국의 안보 태세에 걷잡을 수 없는 위험이 초래될 수 있으며, 한미 양국의 우호 관계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차세대 전투기 기종 선정은 이미 완료되었으며, 어떤 성능의 전투기 몇 대가 도입되었는지 상세한 언론 보도까지 이루어졌다. 절충 교역 중단 경위 역시 이미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 등에서 여러 차례 다루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논리대로라면 모든 전력 증강 사업의 내용은 비공개되어야 한다.

그러나 감사원은 2019년 9월 'K-11 복합형소총 사업 관리 실태' 감사 결과에 대해 작전운용성능 등의 일부 정보를 제외하고 문제점과 인사자료 등을 공개한 바 있다. 2021년 4월 '중어뢰II와 장보고0 함정간 장비연동 등 사업추진실태' 감사 결과에 대해서도 계약 기간이나 금액, 제작사 등의 정보를 제외하고 세부 감사 결과를 자세히 공개하기도 했다. 

비공개 열람·심사조차 진행하지 않은 채 판결한 항소심 재판부

항소심 과정에서 참여연대는 항소심 재판부에게 1심과 별도로 관련 정보에 대해 비공개 열람·심사를 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별도의 비공개 열람·심사를 진행하지 않은 채 추상적 표제인 감사 결과의 '목차'조차 감사 결과 전문 '추론 가능성'이라는 모호하고 자의적인 기준을 이유로 비공개 대상이라고 판단하였다.

1심 판결과 감사원 주장만을 근거로 "공개 가능한 부분과 불가능한 부분을 분리하는 것이 어렵거나 비공개 대상 정보를 추론할 수 있는 내용이고, 나머지 부분은 정보량에 비추어 공개할 의미가 없다"고 단정지었다.

'F-X사업 절충교역 추진실태' 감사의 목차나 관련자 문책과 제도 개선의 내용에 대해서도 "국책사업인 3차 F-X 사업에 관하여 방위사업청 관련자가 협상 결과를 허위로 보고하는 등의 사건이 발생한 것에 관하여 국책사업의 수행 등에 관한 제도적 결함을 밝히고 그와 같은 사건의 재발 방지 도모 필요성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비공개가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외국의 침략에 대한 대비태세를 갖추고 대한민국의 영토를 보전할 수 있는 전략과 연관되어 있고 미국 정부와의 교섭 과정을 그대로 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F-X 사업 감사 결과를 일괄적으로 비공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군사기밀이 필요 이상으로 광범위하여 국민의 알 권리를 유명무실하게 할 정도가 되면 군사 분야의 문제는 국민의 비판과 감시권 밖의 성역이 되어 오히려 그 역기능이 문제 될 수 있다.(중략) 국가의 안전보장에 관한 주요 시책이라면 오히려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서 엄정한 여론의 여과과정을 거치게 하는 것이 시행착오를 예방할 수 있음은 물론 진정한 국민의 공감대를 기반으로 하여 실질적인 총력 안보에 기여할 수 있는 강점이 있는 것이다." 전원재판부 1992.2.25. 89헌가104

국방부는 F-35A 40대 도입에 이어 현재 경항공모함에 탑재할 F-35B 도입, F-35A 추가 도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미 지난 일이지만 F-35A 기종 선정과 절충교역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면밀하게 검토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군사 영역은 민주적 감시와 통제에 있어 예외로 존재해왔다. 이 성역을 깨지 않으면 군사 분야 민주적 통제나 제도 개선도 결국 요원할 수밖에 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인터넷뉴스 슬로우뉴스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블로그에 동시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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