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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3명이 모이면 누구나 참여' 할 수 있게 주민 참여의 문턱을 낮춘 마을공동체 지원정책이 내년이면 10년을 맞는다. 뜻이 맞는 주민들이 지역 문제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직접 해결해 가며, 조금 더 행복해진 이야기들을 통해 아래로부터의 변화. 그 10년의 이야기를 몇 차례에 나눠 싣는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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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구 방학동에 위치한 도담공동육아어린이집에서 만난 사람들은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자'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잘 통했다. 우리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내 아이에게만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는 부족했다. 남의 아이도 잘 자랄 수 있도록 두루 살펴야 우리 아이도 잘 클 수 있다는 것은 공동 육아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했다.

자연스럽게 공동육아로 모인 아빠·엄마들의 관심은 마을로 향했다. 우리 아이가 살아갈 곳이 마을이니 이 역시 당연했다. "초등 방과 후 과정을 같이 만들어 볼까?", "인문학 여행학교를 해보면 어떨까?",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보살핌이 부족한 아이들을 도울 수는 없을까?", "좀 더 건강한 진로 모색은 뭘까?" 이런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오고 갔다.

우리 아이에서 남의 아이, 다시 마을로 관심이 가다 보니 세상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누게 되었다. 기본 소득이 도입되면 우리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젊은 세대가 매우 어려운데, 이들이 자기 꿈을 펼칠 기회를 얻으려면 우리는 뭘 해야 할까? 이런 이야기도 오갔다.

"제로웨이스트 숍을 열자!"

그중 많은 부모들이 가장 걱정했던 것은 기후 위기였다. 미세먼지가 심한데 나들이는 어떻게 할 거냐를 두고 격렬하게 토론했던 시절이 사실은 태평한 이야기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코로나19로 반년 동안 학교를 못 간 아이를 데리고 집에 있으면서, 하루 만에 1년 치의 비가 와서 동네가 순식간에 잠겨버리는 뉴스를 보면서, 산불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뉴스를 보면서, 이제는 이런 이야기들이 뉴스 속의 이야기,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체감한다.

나만, 우리 식구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드디어 뜻 맞는 사람들이 모여 사고를 한 번 쳐보기로 했다.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협동조합을 만들어 제로웨이스트 숍을 열기로 했다.

우리들은 일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거나 행사 때 개인 수저를 챙기는 사람들이지만 환경 문제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거나 환경운동가처럼 열정적인 운동가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우리는 마음을 먹었다.

첫 손님 계산에만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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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과 이른바 마을 사업을 하기로 한 우리는 제로웨이스트 숍의 시조 격인 '알맹상점'을 시작으로 몇 곳의 숍을 견학 다녔다. 이 일이 판매가 핵심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래도 무식하면 용감하다 했던가. 경험이 없었던 우리는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사업을 강행했다.

쉽지 않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훨씬 어려운 일들의 연속이었다. 자본금도 없었고, 사업 수완이 좋은 사람도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사업자등록증' 자체가 낯설었다. 매장을 열기 일주일 전부터 지인들을 불러다 이른바 '판매 연습'도 해봤지만 실전에서는 소용없었다. 오픈 첫날, 드디어 등장한 '첫 손님'에 대한 기쁨과 흥분도 잠시. 물건값을 계산하는 데에만 꼭 10분이 걸렸다. 등줄기에 흐르는 식은땀을 생각하면 지금도 앞이 캄캄하다.

공존을 꿈꾼 마을에서 정책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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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도봉구 마을공동체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도봉구 함께Green 마을 만들기' 사업 공모가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신청을 해봤는데 역시나 운이 좋게도 선정되었다. 공동육아로 모인 사람들만이 아니라 정말 마을 사람들, 동네 사람들과 먼저 공부를 해보기로 했다. 매월 넷째 주 수요일에 줌으로 모여 뒤늦은 학구열을 불태웠다.

그리고 야심 차게 '30일, 60일, 90일 공존을 꿈꾸는 지구인 만들기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버리기, 쓰레기 확인하기, 나누기, 육식 없는 날, 플로깅 등 다양한 주제로 실천하고 그 결과를 단톡방에 공유했다. 지금은 60일 프로젝트를 마무리한 상태로 90일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우왕좌왕 허둥대던 시기도 있었지만 이제는 시행착오보다 배움이 더 크다.

환경문제는 알고 경험할수록 새로운 것들을 더 많이 알게 된다. 우선 우리 가족이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는지 놀라고 생각보다 재활용이 안 되는 것들도 많고 분리배출 하기에 너무 어려운 제품들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가끔은 분리수거를 하다 울화가 치밀어 "나 안 해! 못해!"를 외치기도 했다. 참기름은 깨끗이 씻어도 가라앉은 기름 찌꺼기까지 씻기가 만만치 않다. 입구도 좁고 솔도 들어가지 않는다. 굵은 소금이 좋다길래 소금으로 흔들어 겨우 씻었다. 이럴 때는 '이렇게 물을 많이 사용해 세척하는 게 의미가 있나?'는 생각이 한 번씩 들기도 한다.

따개 플라스틱도 너무 빼기 힘들다. 열댓 번쯤 빼는 시도를 하면 화가 머리 끝까지 올라온다. 알맞게 소비하기, 계획성 있게 소비하기, 쓰레기가 적게 나오는 물건 구입하기를 따라가다 보면 고민이 많아진다. 왜 나만 노력해? 쓰레기를 만들어 내는 당사자들도 좀 노력해! 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참 멋진 과정이지 않은가? 나의 실천이 점점 발전하고 정책과 연결되는 것 말이다.

그리고 실천의 과정에 많은 것을 깨닫게 하는 것은 "나누기"다. 옷장 구석에 '살 빠지면 입어야지' 했던 옷들, 꼭 1+1로 사서 다 못 쓴 선크림, 충동구매했던 액세서리, 거절하지 못해 집으로 끌고 들어온 각종 기념품들. 나에게는 필요 없는 것들을 나누는 과정은 환경에 무리를 주지 않도록 오래 사용하고 썩는 것을 사용하는 것 등의 고민으로 연결된다. 문제는 이 깨달음과 실천을 혼자서 하기는 정말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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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해야 더 많은 실천 방법을 알게 되고 깨닫게 되며 지치지 않고 실천할 수 있다. 우리는 이렇게 공부하고 실천을 하며 결국 제로웨이스트 숍을 오픈했다. 심지어 어디에서 플라스틱이 제일 많이 나올까, 무엇을 해야 줄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주방세제, 샴푸, 린스를 만들 수 있는 제조 허가를 받아 직접 비누로 만들겠다고까지 마음을 먹고 생산하기 시작했다,

제로웨이스트 숍 안녕상점에서는 약산성 샴푸바를 직접 만드는 체험을 하기도 하고 기후위기 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가장 중요하게는 일회용으로 사용되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세제 등을 직접 소분해 갈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또 작지만 우리 나름대로 안녕자원순환센터라는 이름을 붙여 순환하여 재활용이 잘 되도록 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종이봉투를 모아 필요한 매장들에 전해주고 플라스틱 칫솔을 모아 재활용할 수 있는 곳으로 보낸다. 멸균팩을 모아 순환시스템이 지속될 수 있도록 홍보하고 있다. 시작하고 보니 할 일이 끝이 없다.

하지만 첫걸음을 내딛지 않은 채 목표에 도달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아이들을 위해 찾아간 공동육아에서 마을을 만나 다음 세대의 지속가능한 삶을 생각할 수 있었던 것처럼,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도 언젠가는 결실을 볼 날이 올 것을 믿는다. 마을이 바뀌면 세상이 바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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