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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의 손
 아기의 손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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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 전, 입양을 보낸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어린 엄마들과 인터뷰를 할 기회가 있었다. 이들이 낯선 사람 앞에서 쉽지 않은 이야기를 꺼내기로 마음먹은 건 자신의 인터뷰가 입양의 잘못된 실천을 바꾸는 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각기 다른 입양기관을 통해 아이를 입양 보낸 엄마들이었다. 동네에서 흔히 마주칠 법한 20대의 앳된 얼굴, 이들에게 입양 결정 이전과 이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있는 이들 곁에 함께 선 어른은 몇이나 있었을까. 궁금한 마음을 진정시키며 하나씩 흘러나오는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입양을 결정하게 된 계기, 입양 결정에 영향을 끼친 사람은 누구인지, 양육지원에 관한 정보는 충분히 받았는지, 입양기관에서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은 어땠는지에 관해 듣는데 놀랍게도 30년 전 입양을 보낸 생모분께 들었던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건 뭐지? 아직도 이런 실천이 지속되고 있었다고?

입양특례법이 개정되었어도 아이를 입양 보내는 생모의 자리는 사회에서 가장 낮은 자리라는 사실, 그들의 마음과 인권은 누구도 관심없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다.

"정말 너무하지 않아요?" 

아이를 출산한 후 어떻게 헤어지게 되었는지, 입양기관이 아이를 어떻게 데리고 갔는지에 대해 나누는데 한 엄마가 이전보다 조금 높아진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제가 아이에게 하나라도 해주고 싶어서 돈을 모아 예쁜 아기 옷을 입혔단 말이에요.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보니 너무 미안해서 정말 힘들게 모은 돈으로 새 옷을 사입혔는데.... 입양기관에서 오더니 저한테 뭐라 설명도 안하고 아이 옷을 싹 벗긴 후 기관에서 챙겨온 옷으로 다 갈아입혔어요. 내가 아이 입히려고 산 옷을 다 벗기고 자기네가 가져온 내복이랑 양말이랑 그런 걸로 다 갈아 입혔다구요!"

엄마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이별의 순간을 더듬다 보니 억눌렀던 감정이 솟구쳤는지 무표정한 얼굴이 붉은 빛으로 변해 있었다. 그녀의 고백이 곁에 있던 다른 엄마의 감정도 건드린 걸까, 갑자기 너도 나도 목소리를 높이며 자신들이 아이와 헤어지던 순간에 대해 쏟아내기 시작했다.

"맞아, 맞아, 우리 아이도 입었던 옷을 싹 다 벗기고 새로운 옷을 입혀서 데려갔어요"
"내 아이를 데려가면서 '지금 이렇게 헤어지게 되는데 괜찮겠어요? 저희가 이제 아이를 안고 가도 될까요?' 묻지도 않았어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아무리 미리 얘기된 상황이라고 해도 그렇지 아이랑 엄마가 헤어지는 마지막 순간이잖아요. 그런데 우리한테 아무런 이야기도 안 하고, 한번 안아볼 기회도 안 주고, 아이만 새 옷 입혀서 싹 데려가냐구요. 정말 너무 하지 않아요?"


조용히 이어지던 인터뷰 공간에 갑자기 새로운 사람이 들이닥친 것처럼 크고 격앙된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이 엄마들이 몇 시간 전 무표정한 표정으로 테이블에 앉아 있던 그 사람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모두가 한 지점에서 새로운 얼굴로 분노하고 있었다. 한 명의 엄마는 눈시울이 빨개졌고, 또 한 명의 엄마는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터져 나왔다.

인터뷰를 하던 이들도 눈물을 훔쳤고 나도 연신 눈물이 났다. 이 이야기를 우리 아이들이 들으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띵하고 멀미가 나는 것 같았다.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오는 내내 가슴이 얼얼했던 그날이 잊혀지지 않는다.

입양인 위한 섬세한 분리
 
입양아동이 생부모로부터 분리될 때 역사와 정보, 소중한 기록들이 유실되는 것을 막기 위해 건강한입양가정지원센터에서 2019년부터 입양아동의 생애상자 <소중한 너에게>를 제작하여 친생모가 아동을 입양보낼 시에 아동에게 남길 물품과 기록을 넣어 훗날 입양가정으로 전달할수 있도록 현장에 무료 보급하고 있습니다.
 입양아동이 생부모로부터 분리될 때 역사와 정보, 소중한 기록들이 유실되는 것을 막기 위해 건강한입양가정지원센터에서 2019년부터 입양아동의 생애상자 <소중한 너에게>를 제작하여 친생모가 아동을 입양보낼 시에 아동에게 남길 물품과 기록을 넣어 훗날 입양가정으로 전달할수 있도록 현장에 무료 보급하고 있습니다.
ⓒ 이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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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의 여정을 한 줄로 축약하자면 '분리와 연결'이 아닐까 싶다. 입양은 한 아이가 자신의 전부였던 존재인 생모와 분리되어 낯선 곳에서 적응하고 뿌리를 내리며 연결되는 것, 자신의 출생가족과 역사로부터 분리되어 새로운 문화와 가족에게 연결되는 것이다. 아이는 자신에 대해 알 수 있는 익숙한 상황과 모든 가능성에서 분리되어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로부터 왔는지 모르는 낯설고 불친절한 상황과 연결된다.

입양은 입양인의 인생에서 수많은 지점을 분리해 내어 사라지게 만드는 상실을 전제로 한다. 어쩔 수 없이 입양을 보내야 한다면 엄마와 아이 모두들 위해 조금 더 섬세하고 따뜻한 분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아이의 양육을 포기했다고 아이를 떠나보내는 순간이 고통스럽지 않은 건 아니다. 아이를 입양보내겠다는 결정을 했어도 그녀가 여전히 하나의 인격체라는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 아픔은 공감받아야 하고 그녀의 인권도 존중받아야 한다.

많은 입양인들은 자신이 생모로부터 어떻게 분리되었는지, 생모가 나를 어떤 마음으로 보냈는지 알고 싶어한다. 나의 이름은 지어주었는지, 나를 위해 남긴 기록은 없는지, 나에게 들려보낸 작은 물품은 혹 없었는지 알고 싶어 한다. 행여나 생모로부터 여러 물품과 기록을 건네받은 입양인을 만나면 부러워도 하고 자신도 생모의 흔적을 갖고 싶다고 말한다.

어린 엄마가 아이를 떠나보내며 입혔던 그 옷을 입양과정에서 벗겨내지 않고 아이의 소중한 역사로 잘 보관하다 입양가정으로 전달했다면 어땠을까. 아무것도 유실되지 않고 소중하게 잘 건네지는 분리였다면 어땠을까. 아이를 떠나보내는 엄마의 마음도 덜 아팠을 테고 훗날 자신의 생모가 입혀준 옷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입양인도 그냥 버려졌다는 생각은 덜 하게 되지 않을까.

스스로 자신의 생의 조각을 수집할 수 없는 입양아동(입양인)을 위해 그 순간을 함께하는 어른들은 최선을 다해 여러 정보와 물품, 기록을 수집해주어야 한다. 아주 작은 조각 하나라도 뛸 듯이 기뻐하며 자신의 일부로 끌어안는 입양인을 위해 섬세하고 따뜻한 분리가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입양은 그렇게 시작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설아 시민기자는 건강한입양가정지원센터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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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연결을 돕는 실천가, 입양가족의 성장을 지지하는 언니, 세 아이의 엄마, <가족의 탄생>,<가족의 온도> 저자, 가끔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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