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전현충원은 지난 8월의 현충 인물로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헌신한 김순애 애국지사를 선정했다.

김순애 지사는 1889년 황해도 장연 출신으로 1919년 중국 남경에서 독립운동가인 김규식 애국지사와 혼인한 후 독립운동을 시작했다. 대한애국부인회 주석으로 독립투쟁에 앞장섰다. 1945년 11월 임정 요인으로 김규식 선생과 함께 환국해 정신여자중고등학교 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여성교육에 매진했다.

독립유공자 김필순이 그의 셋째 오빠이고 넷째 언니는 YWCA 창설자이자 민족교육자였던 김필례다. 대한민국애국부인회 회장을 지낸 김마리아는 그녀의 조카다. 정부는 그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1977년에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고, 국립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 제4묘역에 안장, 그 업적을 기리고 있다. 대전현충원에 묻힌 여성 애국지사들을 좀 더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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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현충원은 김순애 애국지사를 2021년 8월의 현충인물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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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여성 조직으로는 서울 중심의 '대한민국애국부인회'와 평양 중심의 '대한애국부인회', 상하이(上海)의 '대한애국부인회' 등이 있었다.

'대한민국애국부인회' 활동을 벌였던 인물을 보면 서기를 맡았던 김영순 지사를 꼽을 수 있다. 그는 이 활동으로 김마리아, 황에스더 등과 함께 체포돼 고문 당하고 대구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렀다. 남편이 애국지사 이두열 선생이며 남편과 함께 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묘역 2-862호에 합장되어 있다.

장선희 지사도 대한민국애국부인회에서 김마리아, 황에스더, 이정숙, 김영순과 함께 활동하다가 대구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렀다. 1970년 77세의 일기로 영면해 경기도 고양시 새문안교회 교인묘지에 있다가 2002년 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묘역 2-981호로 이장했다.

박현숙 애국지사는 평양에서 3.1운동에 앞장섰다가 옥고를 치렀고 대한애국부인회 활동하면서 독립자금을 모금하다 징역형을 살았던 인물이다. 평양 YWCA, 근우회 활동으로 또 옥고를 치렀고 남편 김성업도 수양동우회 사건으로 4년 5개월간 구금당하며 혹독한 고문을 받았다. 해방 후에는 민의원과 무임소장관을 역임했다. 1980년 8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떴으며 남편과 함께 독립유공자묘역 1-252호에 합장됐다.

최초 여성 조종사 '공군의 어머니' 권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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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5년 중국 선전비행을 준비하던 무렵의 권기옥(왼쪽에서 두번째). 가운데 이탈리아인 교관과 중국 최초의 여자 비행사 이월화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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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우리나라 최초의 조종사 안창남(1901~1930)은 기억하지만 최초의 여성 조종사는 누구인지 모른다. 그가 바로 권기옥(1901~1988) 지사다. 3.1운동에 참여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군자금을 모으다 옥고를 치렀으며 상하이로 밀항한 뒤 운남항공학교 1기생으로 졸업해 우리나라 여성으로서는 최초의 비행사가 되었다.

중국 공군에 입대해 상위까지 올랐고, 1932년 일본이 상하이 전투를 일으키자 비행기를 몰고 나가 일본군에게 기총소사를 함으로써 무공훈장을 받았다. 충칭 임시정부 대한애국부인회에서 활동했으며 '한국광복군 비행대의 편성과 작전' 계획을 세웠으나 일본이 일찍 패망하는 바람에 실행하지 못했다. 광복 후 '공군의 어머니'로 한국 공군 창설의 산파 역할을 했다. 1977년 대한민국 건국훈장 국민장을 받았으며 1988년 88세로 돌아가셨다. 독립유공자묘역 197호에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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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류비행사 권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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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국립대전현충원에는 수많은 여성 지사들이 계신다. 개성에서 3.1운동을 주도했고, 만주에서 지하항일운동을 하다가 치안유지법 위반 혐의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아 장춘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르던 중 광복 직후 석방된 권애라(1897~1973) 애국지사가 독립유공자묘역 2-464호에 안장되어 있다.

그의 남편은 영화 '밀정'의 실제 주인공인 독립운동가 김시현 선생이다. 김 지사는 의열단원으로 독립운동가들을 양성하고 밀정을 처단하다 수차례 옥고를 치렀다. 1952년 이승만 암살미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력 때문에 서훈을 받지 못하고 경북 예천의 한 야산에 묻혀있다.

임시정부의 군자금을 모금하고 대동단원으로 활동한 이신애 지사는 1963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으며, 1982년 일생을 마친 후 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묘역 2-394호에 안장되어 있다.

조신성 장례일을 '어머니 날'로 정해

5월 8일 '어버이 날'이 원래는 '어머니 날'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젊은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어머니 날'은 애국지사 조신성(1871~1953)으로부터 비롯된 날이다. 조 지사는 평양에서 안창호 주도로 설립한 진명여학교에서 교장으로서 민족교육을 했고, 대한독립청년단을 결성(1920)해 항일무장투쟁활동 중 일경에 잡혀 옥고를 치렀다. 근우회, 여성실업장려회 활동을 하면서 헌납금을 임시정부에 보내고 독립운동가를 피신시키는 활동을 했다.

해방 후 북조선 여성동맹위원장으로 있다가 70이 넘은 나이로 월남(1945)해 대한부인회 부총재(1948)를 역임했다. 한국전쟁 중인 1953년에 부산에서 병사했는데, 22세에 남편을 잃고 자식도 없이 평생 교육에 매진한 헌신을 기리면서 장례일인 5월8일을 '어머니 날'로 정했다고 한다.

한국 최초의 여기자인 최은희씨가 한 여성잡지에 "조 지사의 장례일에 모인 대한부인회 회원들에 의해 이미 그날 첫 어머니 날 행사가 있었다"고 기록했다. 정부가 '어머니 날'을 국가기념일로 정한 것은 1956년이며 '어버이 날'로 변경한 것은 1973년이다. 부산 근교 한 공동묘지에 묻혀있던 그는 1991년 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묘역(1-272)으로 이장되었고 건국훈장 애국장이 수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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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독립운동가가 묻혀있는 대전현충원 애국지사 묘역. 수많은 여성독립운동가들도 이곳에 영면해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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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계열 노동운동가 이효정·이병희

1930년대 노동운동에 헌신한 대표적인 여성 독립운동가는 이효정(1913~2010)과 이병희(1918~2012)다. 이 둘은 '사회주의 계열'이라는 점에서 조국 광복 이후에도 숨죽이며 살다가 1990년대 중반 이후가 되어서야 정부로부터 독립운동을 인정받은 경우다.

독립운동가 집안의 딸인 이효정 지사는 동덕여자고등보통학교에 입학 후 5촌 아저씨 이병기의 영향을 받아 사회주의에 입문했다. 시험거부운동, 광주학생운동에의 동조 시위, 경성 RS협의회 독서회 활동 등 학생 때부터 활동했다. 졸업 후 사회주의단체 '경성 트로이카'에 가입하고 본격적으로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종연방적 경성제사공장 여직공 총파업을 지도하고 적색노조사건, 경성지방좌익노조 조직 준비회에 가담해 항일의식을 고취하는 활동에 주력하다가 서대문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렀다. 해방 후에는 70세에 '회상', 80세에 '여든을 살면서' 등 2권의 시집을 발간했다. 광복 61년이 지난 2006년에서야 건국포장을 받고 2010년 향년 97세로 별세해 독립유공자 4묘역 281호에 안장됐다.

그녀의 종고모였던 이병희 지사도 독립운동가의 딸로 '경성 트로이카' 멤버로 활약했으며 종연방적에서 노동운동을 벌이다 체포돼 2년4개월간 옥고를 치렀다. 1939년 출옥 후 이듬해 베이징(北京)으로 망명, 의열단에 가입해 문서를 전달하는 연락책을 맡았다.

1943년 먼 친척 이육사와 독립운동을 협의하던 중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가 석방됐지만 육사는 다음해 1월 16일 옥중에서 순국했다. 그의 시신을 화장하고 유품을 정리해 국내 유족에게 전달했다. '광야' '청포도' 같은 시는 이 지사에 의해 후세에 알려지게 되었다. 1996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2012년 향년 94세로 별세해 독립유공자 4묘역 546호에 안장됐다.

제주 해녀 독립운동가도 대전현충원에서 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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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 해녀 항일운동가. 좌 부춘화, 우 김옥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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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해녀 독립운동가들도 대전현충원에서 영면하고 있다. 해녀 항일운동은 제주도에서 벌어진 대규모 해녀들의 항일투쟁이다. 1920년 4월, 일제의 부당한 수탈에 맞서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해녀들은 '제주도해녀어업조합'을 조직해 일제에 맞섰다.

1932년 1월 7일 구좌읍 세화리 장터에서 해녀들의 비밀결사인 '혁우동맹' 산하 하도강습소 1기 졸업생들인 부춘화, 김옥련, 부덕량, 고순효, 김계석 5명의 해녀들이 시위를 벌였고, 다음 장날인 1월 12일에도 더 큰 규모로 시위를 이어갔다. 1월 27일까지 연인원 1만7130명이 238회에 걸쳐 대규모 항일운동을 벌였다. 이 다섯 명의 주동자 가운데, 부춘화(독립유공자묘역 4-353)와 김옥련(독립유공자묘역 3-167) 지사가 대전현충원에 누워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