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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권위가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조사-발표한 '온라인 혐오표현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절반 이상이 '코로나19 이후 혐오와 차별이 증가했다'고 답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지 1년 8개월여, 오마이뉴스는 '일상의 혐오'를 통해 불과 몇 년 사이 우리 삶에 깊숙히 파고든 '혐오'의 맨얼굴을 시민기자들의 경험담을 통해 마주하고자 합니다. 다른 시민기자들의 글도 적극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훠어이, 저리 가! 개를 데리고 돌아다니면서 더럽게 여기저기 똥싸놓고! 저리 돌아서 가!" 

지난 주말 반려견을 산책시키던 중 머리 위에서 고성이 들렸다. 위를 쳐다보니 대로변 상가건물 2층에서 한 중년 여성이 창문 밖으로 화분삽을 흔들며 나에게 고함을 치고 있었다. 처음 당하는 일도 아니기에, 이럴 때를 대비해 손에 들고 있던 '똥봉투'를 보란 듯이 치켜들었다. 

"여기저기 싸긴요, 봉투로 치워서 가져가는데요!"
"그게 당연하지! 어쨌든 개 데리고 다니는 꼴 보기 싫으니 다른 길로 돌아서 다녀!" 


사유지나 반려동물 출입이 금지된 장소도 아니고, 본인이 그저 '보기 싫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공공장소에 나오지 말라거나 다른 길로 다니라고 요구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지만 반려견을 기르는 사람이라면 종종 겪는 일이다. 반려견이 소형견 이상의 크기이거나, 반려견을 데리고 있는 사람이 나이가 어리거나 여성인 경우 더욱 그렇다. 특히 개물림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날이면 개의 크기와 품종을 불문하고 다짜고짜 다가와서 왜 입마개를 안 했냐고 다그치는 사람도 있다. 

동물을 향한 이유없는 혐오
 
'무개념 견주'를 이유로 동물에게 이유없이 혐오를 표현하는 것을 용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무개념 견주"를 이유로 동물에게 이유없이 혐오를 표현하는 것을 용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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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든 사람들이 동물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고, 그럴 필요도 없다. 개인적인 경험에 의해 동물을 무서워하거나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있고, 알레르기같은 이유로 가까이 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사회든 위생상, 안전상 이유로 동물이 있을 수 있도록 허락된 공간과 그렇지 않은 공간을 구분하고, 반려동물과 함께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할 규칙을 정한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의하면 목줄을 착용하지 않거나 배설물을 수거하지 않는 것은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위반하는 사람은 현장에서 단속해 행정처분을 내리는 것이 마땅하지만, 우리나라 각 기초지자체에 동물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은 평균 1명 안팎으로 터무니없이 모자란 상황이다. 정부는 관리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는 와중에, 일부 '무개념 견주'를 이유로 동물에게 이유없이 혐오를 표현하는 것을 용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심지어 장애인 안내견에게까지 '더럽다'며 혐오를 표현하거나 마트나 음식점 출입을 막는 사건도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발생하는데, 이 역시 개는 비위생적이고 사람을 공격하는 존재라는 동물 혐오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길고양이를 둘러싼 갈등도 마찬가지다. 이미 도심생태계의 일원이 된 길고양이는 없애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개체수 증가를 막기 위해 정부에서 TNR(포획-중성화-제자리 방사)사업을 해 온 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에는 집 앞에 길고양이가 보인다고, 밤에 우는 소리가 싫다고,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다고 치워달라는 민원이 수시로 접수된다고 한다.

더불어 TNR을 통해 개체수의 증가를 막고 안정적으로 사료를 공급해 재정착을 돕는 캣맘들은 길고양이와 더불어 혐오의 대상이 된다. 지난 6월에는 중랑구 공원에서 길고양이 급식소와 쉼터 시설을 집어 던지고 캣맘을 폭행한 사건이 발생해 검찰에 송치됐다. 캣맘이 보복성 폭력을 당하는 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여전히 피해자들은 애초에 이웃에 피해가 없도록 관리를 잘 했으면 갈등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비난을 받기 일쑤다. 

동물학대 범죄 동기가 되기도 하는 동물 혐오
 
'고어전문방'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고어전문방"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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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동물에 대한 혐오가 사람 간의 갈등 수준을 넘어 동물학대 범죄의 동기가 되기도 한다. 특히 길고양이는 동물 혐오 범죄 피해에 가장 쉽게 노출된다. 마음을 먹고 해치려고 하면 주인이 있는 동물을 일부러 훔쳐오는 것보다 '누구의 동물도 아닌' 동물을 붙잡아 학대하는 것이 훨씬 쉽다. 길고양이는 야생동물과는 달리 먹이를 주는 사람에게 생존을 의지하다보니 사람에 대한 경계가 비교적 크지 않고, 다른 동물에 비해 몸집이 작고 힘도 세지 않아 물리적으로 제압하기 쉽다. 

얼마 전 오픈채팅방에서 수십 명이 길고양이와 야생동물을 살해하고 학대한 사진과 영상을 공유한 '고어전문방' 사건이 발생해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동물판 N번방'이라고도 불린 채팅방에 참가한 사람들은 동물을 포획하고 신체 부위를 자르는 방법을 올리고 동물을 잔인하게 학대하는 사진과 영상을 공유했다.

채팅방을 운영한 방장 조아무개씨는 벌금 300만 원에 약식기소되었고, 이에 불복하는 정식재판을 청구했다가 취하하면서 벌금형이 확정되었다. 채팅방에서 주도적으로 학대행위를 한 사람은 재판을 앞두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새끼 고양이 두 마리를 잡아와 구타하고 물에 빠뜨리는 등 학대하고 살해하는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학대자를 찾아 엄벌해 달라는 국민청원에는 25만 명이 넘게 서명했다. 이에 대해 지난 9월 3일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답변에 나섰으나, '수사 중이다'라는 형식적인 대답을 내놔 빈축을 샀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해당 수사는 이미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여름에는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길고양이들을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해 공원에 뿌려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으나, 범죄 혐의점을 찾지 못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이 외에도 최근 몇 달 동안 길고양이를 대상으로 한 잔혹한 범죄는 알려진 것만 해도 수 건에 이른다.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검거해도 기소되는 경우가 적고, 기소되어서 재판을 받더라도 벌금 수준의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범죄의 대상이 사람이 아닌 동물이라는 이유로 적극적으로 수사하지도 않고, 재수가 없어서 잡혀도 벌금 몇 푼 내면 끝이라는 인식은 동물 혐오 범죄가 근절되지 않는 원인이 된다.

동물과 올바른 관계를 맺고 있는가

최근 법무부는 민법을 개정해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신설한다고 입법예고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시민들이 늘어남에 따라 동물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배경에서다. 제도를 개선하고 법 위반자를 강력히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과 동물의 공존을 위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하는 건 동물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 시선을 바꾸는 일이다. 

혹시 동물을 더럽고 하등한 존재로만 바라보거나 과도한 공포심을 갖고 있지는 않은지, 또는 사람 먹고 살기도 힘든데 동물까지 배려하는 것을 호사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각자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동물을 사랑하거나 동물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자는 바람이 아니라, 적어도 생명으로 존중하고 우리 사회에서 함께 존재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봐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스로 동물을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과연 동물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내가 동물과 올바른 관계를 맺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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