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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권주자인 하태경 의원이 24일 오후 세종시 금남면 SPC삼립 세종공장 앞에서 "국민은 민노총보다 빵을 원한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하태경 의원이 24일 오후 세종시 금남면 SPC삼립 세종공장 앞에서 "국민은 민노총보다 빵을 원한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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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빵집이 사라져가서 참 안타깝다. 몇 년 전만 해도 동네 시장 안 큰 길가에도 프랜차이즈가 아닌 빵집들이 있었다. 이제는 시장 안에 있던 빵집도 사라지고, 발효빵을 만드는 동네 가게만 남고 프렌차이즈 빵집만 즐비하다. 그래도 먹을 빵은 많다.

지난 24일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머리가 깨지고 노동자들이 끌려가는 전쟁터에서 한 보수정치인이 '국민은 민노총보다 빵을 원한다'는 피켓을 들고 서 있는 사진을 봤다. 비교법에도 맞지 않는 두 가지를 비교하며 그 전쟁터에 선 그를 내가 이해할 필요는 없지만, 국민인 내가 원하는 빵은 그가 말하는 빵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빵을 만들고 배송하는 이들에게 무슨 일이
 
9월 23일 전국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결의대회
▲ SPC 세종공장 앞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발언 9월 23일 전국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결의대회
ⓒ 공공운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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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그룹, 이름도 낯설다. 파리바게뜨, 던킨, 파리크라상, 배스킨라빈스, 파스쿠찌 등 대형 식품 브랜드 등이 더 익숙하다. SPC그룹 파리바게뜨에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이 생긴 이후 노동자들은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교섭도 하고 싸워왔다. 그 과정에 사업장에는 노동조합이 또 만들어지고 3개의 노동조합이 존재하게 되었다. 복수노조다.

노동자들의 자발적 단결권 행사로 만들어진 노동조합이라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노동조합 탄압행위다. 파리바게뜨 제빵사 중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찾아다니며 노동조합 탈퇴를 종용했고, 조합원이 노조를 탈퇴하면 현장관리자들은 포상금을 받았다는 증언도 제빵기사를 관리하는 현장관리자의 입을 통해 확인되기도 했다. 탈퇴 노조원당 1~5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받았다는 것이다. 명백한 노동조합 탄압행위다.

파리바게뜨 제빵사들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노동환경을 이야기했다. 생리휴가를 마음대로 쓸 수 없는 문제, 화장실 이용도 쉽지 않은 상황을 이야기했다. 밀가루 분진 때문에 호흡기에 문제가 생기고, 빵을 만들고 굽는 과정에서 베이고 화상을 입지만 산재로 신청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사실도 공개되었다.

그런데 언론 인터뷰를 한 노동자는 징계를 받았다. 허위사실과 명예훼손이라는 이유였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회사 측은 밝히지 않았다. 조합원에 대한, 노동조합 탄압행위다. 

똑같은 일이 화물노동자들에게 벌어지고 있다. 올해 SPC그룹 물류자회사 GFS는 여러 지역에서 화물연대와 교섭을 하고 합의를 했지만 곳곳에서 이행되지 않고 있다.
화물노동자들은 하지 않아도 되는 업무까지 떠맡아오다 산재사고를 당했다고 한다.대표적인 것이 상하차작업이다. 그래서 화물노동자들이 무료로 해왔던 노동과 산재사고를 줄이기 위해 상하차업무를 축소하기로 했다. 합의는 화물연대본부, SPC그룹의 자회사 GFS, 운송사 상생협의체가 했다.

빵 맛이 달아나는 현실
 
9월 23일 전국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결의대회
▲ SPC 세종공장앞 9월 23일 전국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결의대회
ⓒ 공공운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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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기지역은 지난 4월에 하차업무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SPC작업자들은 인원이 부족하다며 합의내용 이행을 거부하고, SPC-GFS는 인원충원을 하지 않았다. 화물연대 조합원 차량의 작업장 출입 거부도 있었다고 노동자들은 이야기한다.

노동자들은 안전한 작업을 위해 6월에 반나절 파업으로 합의진행을 요구했고, 회사는 일체의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합의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이후 결과적으로는 270명 노동자 전체가 손해배상을 맞게 된 상태다. 4월 12일과 6월 1일에 진행한 반나절 파업에 대해 SPC는 운송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운송사는 일방적으로 노동자들의 월급에서 손해배상명목으로 공제를 했다.

광주전남지역에서는 파리바게뜨 매장이 많이 생기면서 운행해야 할 거리도 늘고 운송해야 할 물량도 늘었다. 화물차 한 대가 담당해야 하는 매장이 늘어나면 그만큼 장시간 운전을 해야 하고 그만큼 안전한 노동은 멀어진다. 노동자들은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회사에 화물차를 늘려달라고 요구했고, 지난 6월 회사는 2대를 추가 투입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회사는 9월에 증차합의이행은 불가능하다며 약속을 파기한 후, 해당노선을 운행하던 운송사와 계약기간이 종료되었다는 명목으로 화물연대 조합원 36명을 해고했다.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월 1회 회의를 통해 안전과 물량 등 발생하는 문제들을 논의하기로 2020년 7월에 합의서를 작성했지만 이후 회사는 교섭에 한 번도 응하지 않았다.

맘 편히 빵을 먹기 위해 화물노동자들을 응원한다. SPC그룹의 약속파기는 단순히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었다. 처음부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합의만 한 것일 수도 있다는 추측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노동조합을 혐오하거나 깨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렇게 비슷한 시점에 모든 약속을 뒤집지는 않을 것이다. 파리바게뜨 제빵사들의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에게 했던 탄압과 비슷하다.

SPC그룹이 지키지 않은 약속 때문에 화물노동자들은 곳곳의 파리바게뜨 공장 앞에 모여 약속을 이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향긋한 빵 냄새가 나는 그 공장 앞에서 노동자들은 머리가 깨지고 끌려가고 있다. 빵 맛이 싹 달아나는 현실이다. 우린 곳곳에서 화물노동자들의 안전사고를 많이 봤다.

대부분 과속, 상하차 업무 때문이었다. 쫓기는 노동시간, 과도한 일감, 부족한 인원으로 과속은 필수였다. 할 이유가 없는 상하차 업무도 일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는 시키는 대로 해야 했다. 하차작업을 위해 안전시설이 마련되어 있지도 않은 곳에서 혼자 작업하다 사고를 당해 화물노동자가 사망한 일이 지난 5월에 있었다.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이유로 산재 인정도 싸워야 가능했다. 제도는 조금씩 현실을 반영하여 나아지고 있지만 사업주들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SPC 화물노동자들은 SPC그룹의 빵을 공장에서 만들 수 있도록, 공장에서 만들어지면 매장에서 우리가 먹을 수 있도록 운송해왔다. 지금 화물노동자들의 요구는 안전하게 빵을 만들고 배달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런 요구를 하는 노동조합-화물연대가 있어서 소비자로서 고맙다. 내가 먹는 빵이 다른 이의 목숨을 담보로 운송되기를 원치 않는다.

장시간 노동을 버티면서 우리에게 빵을 배달해주기를 원치 않는다. 운송노동자들도 자신들이 배달하는 빵의 고소하고 향긋함이 느껴지길 바란다. 국민들은 지금 잠시 빵을 먹지 못하더라도 SPC그룹 화물노동자들이 좀 더 안전하게 건강하게 배송업무를 할 수 있기를 원한다. 그럴 때 나도 맘 편히 빵을 먹을 수 있을 거 같다.

"국민은 화물노동자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배송한 빵을 원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사)김용균재단 권미정 사무처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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