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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자리(Tea Ceremony)'를 준비하는 이숙자 님의 손길에 정성을 넘어 거룩함이 가득했다. 누적과 반복이라는 바퀴로 돌아가는 일상의 톱니바퀴에 맑은 정화수를 넣는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글쓰기 모임에서 만난 인생의 대선배로부터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군산의 한길문고에는 책을 읽고 글쓰기에 흥미가 있는 사람들의 모임 '에세이반'이 있다. 자신만의 글을 쓰고 싶고 더 나아가 예비작가로의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공간이다. 한길문고의 상주작가 배지영씨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에세이반이 벌써 5기를 맞이했다.

2019년 9월 에세이반 3기로 들어간 나 역시 이곳에서 작가를 향한 희미한 꿈을 가시화했다. 특히 평소에 소설이나 역사, 고전, 평론 중심의 글만 읽으면서 에세이라는 산문(수필)의 글을 다소 경시했던 내가 이제는 에세이를 쓰는 글쟁이로 변신하게 되니 세상 이치는 참으로 오묘하다.

에세이반과 인연을 맺은 지 만 2년이다. 그동안 글 저장고에 쌓인 글 꼭지가 400여개에 이른다. 의도와 목적을 가진 그런대로 읽을 만한 글도 있고 대중없이 쓴 글도 많다. 글쓰기는 50대 중년여성의 고립감과 허탈감을 해방시켜 주는 주요한 도구가 되었다.

유례없는 코로나시대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세이반 문우들은 오히려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열었다. 소위 "지역작가 출간회'라는 작가로서의 입문이다. 작년 2020년 3월, 배지영 작가의 기획으로 에세이반 문우 12명이 자신들의 첫 책을 냈다. 독립출판이다. 코로나로 인한 외부세계와의 감금은 오히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지나온 추억을 회상하는 한편의 드라마같은 글을 담은 책을 탄생시켰다. 누구나 자신만의 인생극장이 있지 않은가.

"요즘 돈만 있으면 누구나 다 책을 내는 시대인데, 뭐 특별한 거 있나?"라고 독립출판의 의미를 격하시켜 말한 이도 있다. 그런데 난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돈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적어도 나에겐 글쓰기와 책 출판이 그랬다. 정말로 많은 용기와 시도가 필요했다. 에세이반 이라는 고리가 없었더라면 지금도 여전히 작가라는 꿈을 꾸지 못했을 것이다.

올해 에세이반 문우들은 두 번째 지역작가 출간회를 위한 여정에 돌입했다. 작년에 이어 또 다른 작품을 보여줄 기성작가와 올해 처음으로 책을 내는 예비신인작가들 20여명이 준비했다. 그러나 10월 9일 한글날 열리는 출간회까지 책을 내는 작가는 11명이다. 이 중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고령의 나이가 무색하게 글을 쓰고 책까지 낸 이숙자님과 차를 마시는 시간이 있었다.

이숙자님은 올해로 78세이다. 100세 시대를 감안한다 해도 분명 고령의 나이다. 에세이반 2기로 들어왔으니 나보다 6개월 선배이다. 내 친정엄마와 동갑이어서 나에게도 어머니 같은 존재다. 글쓰기에 정신력과 함께 반드시 필요한 것이 체력이다. 아무리 글을 쓰고 싶은 열정과 창의적인 생각이 넘쳐도 체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글을 쓸 수 없다. 이숙자님은 글의 주제에 적확한 문장구사와 흐름이 자연스럽게 살아있는 글을 쓴다. 2년 연속 책을 내는 작가가 되셨다. 정말 대단한 일이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이숙자 선생님은 30년의 다도생활과 자수가 글쓰기의 원천이 되었다고 말씀하셨다.
▲ 다도는 마음을 평화롭게 합니다 이숙자 선생님은 30년의 다도생활과 자수가 글쓰기의 원천이 되었다고 말씀하셨다.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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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 전에는 주로 어떤 생활을 하셨어요?
"결혼해서 가정주부로만 살았어요. 딸들이 대학을 가면서 내 곁을 떠난 후 오는 빈둥지의 허전함과 외로움을 견딜 수가 없었고, 삶에 의욕이 없고 우울감이 찾아오는 날이 많았어요. 그때 지인의 권유로 다도을 시작하고 차 생활에 몰입하며서 차의 매력에 푹 빠졌지요. 그 속에 공부해야 할 역사 복식 음악 음식 등 공부해야 할 것이 많았어요. 정신없이 차의 세계에 흠뻑 취해 살아서 다른 곳에 마음을 둘 여유가 없었습니다. 다도를 하면서 차 문화 경영 학과 대학원도 수료하고 자수도 10년을 했지요. 병행해서 산수화 그림도 그리며 바쁘게 살아왔습니다."

- 처음 글을 처음 쓰게 된 동기가 있으시죠?
"나이가 더 들어가면서 내 가슴에 꿈틀거리는 별 하나가 반짝였습니다. 문학세계를 접하고 지금까지 살아온 내 삶을 정리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는 일이었죠. 어느날 뜨개방에서 동네 한길 문고에서 글을 가르친다는 정보를 알고 찾아가 배지영 작가를 만나서 물었지요. '작가님 제가 나이가 좀 많아요. 참여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으니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라며 미국의 작가 모지스 할머니 책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을 추천해주었는데, 그걸 읽고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동안 살아왔던 나의 삶을 정리하고 내면의 나와 삶을 통찰하며 유연하게 세상과 소통하는 삶을 사는 것이 제 작은 소망입니다. 글을 쓰는 지금 저는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 첫 에세이집 <77세, 머뭇거릴 시간이 없습니다>을 낸 소감이 궁금합니다. 
"이 책의 주제는 '도전'이에요. 나이 들어서 도전한 일들, 다도, 자수, 그림, 그리고 글쓰기에 대하여 나의 마음을 썼어요. 결혼 전후 지금까지 겉보기에 편안한 삶을 살았지만, 누구나 자신만이 간직하는 내면의 세계가 있잖아요. 누구하고 수다 떠는 것보다 혼자 있길 좋아하는 성격이라, 말보다는 글이 편하고 좋아요. 학생 때 작가에 대한 꿈을 꾼 적도 있지만 꿈을 간직하고 있으니 이제라도 나만의 세계, 글쓰기 세상을 만들어 가는 행운이 온 것 같아요. 그래서 젊은이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혼자 되었을 때 빈 공간을 채울 수 있도록 꼭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 가라고요. '늦은 때란 없다'는 말이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다도와 글을 대하는 이숙자님의 모습에서 숙연함이 느껴졌다. 결코 건너갈 수 없는 시간의 물결 위에서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자신의 삶을 노 저어가는 자세를 어찌 범접할 수 있으랴. 두 번째 에세이집 <칠십대 후반 노인정 대신 나는 서점에 갑니다>는 선생님의 도전적 삶과 재량이 서점이란 공간을 만나면서 비롯된 것들을 담았는데, 특히 빛나는 노년으로 살아가는 방법과 이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나에게 이숙자님은 그 누구보다도 지역에서 만난 또 한 분의 스승이었다.

나도 역시 두 번째 에세이 <오 마이 라이프 로의 초대>를 출간했다. 코로나 발발 이후 올 8월까지 50대 중년의 내가 사는 법과 솔직한 일상을 오마이뉴스의 <사는이야기>에 기고했었다. 채택된 글 중 가족, 이웃, 봉사, 일터, 텃밭(취미), 글쓰기를 중심으로 내 삶의 영역을 나누어 책으로 만들었다. 내 책을 읽는 독자는 누구든지 구름 뒤에 존재하는 태양의 빛을 발견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는 바로 자신과 사람 그리고 사랑임을 알게 될 것이다.

2021 한길문고 지역작가 출간회(10.9 한글날)는 우리 둘을 포함하여 11명의 작가들의 등단을 축하하는 자리다. 지역의 동네서점이 예비 지역작가들을 위해 끊임없이 지원하고 협조하는 것은 정말 아름다운 일이다. 더불어 문학을 사랑하고 문학을 베푸는 군산시민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필사시화엽서나눔활동도 그 중의 하나이다. 이숙자님을 포함한 많은 에세이반 회원들이 이 활동에 참여하는데 시뿐만 아니라 에세이의 좋은 글귀도 필사해주면 좋겠다.

 
개인적 인터뷰인데도 정성스럽게 다도를 준비하신 이숙자선생님
▲ 찻자리(Tea Ceremony)에서 우러나오는 정갈함 개인적 인터뷰인데도 정성스럽게 다도를 준비하신 이숙자선생님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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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희망은 어디에서 올까요. 무지개 너머에서 올까요. 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임을 알아요. 그것도 바로 내 안에. 내 몸과 오감이 부딪히는 곳곳에 있어요. 비록 여리더라도 한줄기 햇빛이 있는 곳. 작지만 정의의 씨앗이 움트기 하는 곳. 언제라도 부당함을 소리칠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일상이 주는 행복과 희망 얘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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