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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글쓰기 그룹 '대체왜하니?'는 초4에서 중3까지 10대 사춘기 아이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엄마 시민기자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편집자말]
"엄마, 내 허벅지 너무 두꺼운 거 같지 않아?"

난데없는 허벅지 타령을 듣는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괜찮다며, 무슨 소리냐며 버럭 소리도 질러보고 달래도 보았지만 수그러들지 않는 허벅지 타령. 솔직히 말하면 뱃살이 더 나온 것 같은데 왜 허벅지 두께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아이가 다니는 피아노 학원에는 날씬하고 키가 큰 초등학교 6학년 언니가 있는데, 우리 딸의 피셜은 대부분 그 '피아노 치는 예쁜 언니'의 영향이 크다. 아마도 그 언니의 유일한 고민이 허벅지 살인 것 같고, 줄자를 가지고 허벅지 두께를 재기 시작한 것도 언니의 허벅지 고민을 접한 다음부터인 것 같다.

더더더더... 마르고 싶다
 
초등학생들 중에도 이 프로아나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초등학생들 중에도 이 프로아나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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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기가 막혀서 헛웃음도 나오지 않았던 둘째의 다이어트 타령. 우리 둘째가 누군가.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 초등학교 입학을 한 해 미루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을 정도로 저체중과 작은 키를 가진 아이가 아니던가. 한 입이라도 밥을 먹이기 위해서 수없이 분노조절을 해야 했던 나의 눈물 나는 노력은 차치하고라도 객관적으로 부지런히 먹고 커야 하는데 다이어트라니.

물론 '너는 먹어야 한다'라는 나의 서슬 퍼런 기세에 눌려 아이도 먹는 것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다. 이제 조금 통통해지려는가 싶은데 '고학년 다이어트'라는 파도에 휩쓸린 것이다. '너는 아직 말랐다, 더 먹어라'라고 하는 건 그저 엄마의 시선일 뿐이라고 선 긋는 아이. 아이는 학교에서 자기보다 마른 아이들도 급식을 잘 먹지 않는다는 둥 다이어트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곤 한다.

아이가 다이어트를 입에 올리기 훨씬 이전부터 나는 다이어트를 싫어했다. 마른 몸을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혼하기 전까지 다이어트를 해본 적도 없을뿐더러 곰돌이처럼 통통한 남편의 외모가 좋아 결혼까지 했다. 내 취향도 모르고 결혼 후 상의도 없이 다이어트를 시작한 남편의 몸무게가 빠져나갈수록 내 눈에 씐 콩깍지 또한 빛의 속도로 벗겨진 것은 물론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그런 내 기준에 '뼈말라', '개말라' 하는 마른 몸에 대한 아름다움은 이해할 수 없는 미의 기준이었다. 물론 요즘은 다양한 몸에 대한 이야기들도 나오고 있지만 '마른 몸'에 대한 찬사는 워낙 뿌리 깊은 미의 기준이 아니던가. 그러니 아이들 잘못은 아니다. 티비에 나오는 예쁜 연예인들이 온통 마른 몸을 가지고 있으니 아직 판단력이 없는 아이들이 무분별하게 아름다운 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가지게 된 것일 테다.

그런데 내가 초등학생 다이어트에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프로아나의 등장 때문이기도 했다. 이름도 생소한 프로아나(pro-ana)는 찬성을 의미하는 'pro'와 거식증을 의미하는 'anorexia'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신조어로, 거식증 치료를 거부하고 마른 몸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고 한다.

문제는 초등학생들 중에도 이 프로아나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가벼운 다이어트를 하는 초등학생들이 모두 프로아나의 위험성을 가지는 것은 아닐테다. 하지만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초등학생이 늘어가는 이때에, 아름다운 몸에 대한 기준과 잘못된 상식에 대한 지속적인 경고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얘들아, 너는 '보여지기 위한 존재'가 아니야
 
‘방과후 설렘’ 프리퀄 ‘등교전 망설임’의 메인 포스터.
 ‘방과후 설렘’ 프리퀄 ‘등교전 망설임’의 메인 포스터.
ⓒ 네이버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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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소아정신과 오은영 박사의 새로운 예능 '방과 후 설렘'의 프리퀄 '등교 전 망설임'에서도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잠에서 깨자마자 체중계에 올라간 아이가 42.3kg에 불과한 몸무게를 두고 '살이 쪘다'라고 말하는 부분이었다. 지극히 날씬한 몸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살이 쪘다고 인식하는 아이들, 그 아이들의 지나친 강박증은 충격적이었다.

그러니까 아이들이 몸무게에 집착하고 타인의 시선에 집착하는 것은 아이들이 너무 일찍 '타인에게 보여지기 위한 존재'로서 자신을 인식하게 되었다는 뜻일 것이다. 충분히 예쁘고 건강한 아이들인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내가 누군가에게 '보여지기 위한 존재'가 아닌 '존재 자체로 의미 있는 나'로 자랄 수는 없는 것인지. 진부한 라떼의 걱정일지라도 나는 자꾸 그 걱정에 진심이 된다.

어느 순간부터 연예인의 몸무게가 워너비 몸무게를 넘어 바람직한 몸무게가 되어버렸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내 몸무게는 내가 알아서 할게' 하는 야무진 생각을 하는 아이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예쁘다는 칭찬, 날씬하다는 칭찬은 분명 듣기 좋은 말임에는 틀림없지만, 외모로 판단하는 것, 판단 당하는 것이 무례한 것이라는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는 것도 멋진 일인 것 같으니까.

그리고 솔직히 '살' 말이다, 그거 좀 찌면 어떤가? 살 좀 쪘다고 식사를 거르고 죄책감에 빠지면서 자기 몸과 마음을 학대하는 일, 나는 그런 자기 부정을 볼 때 마음이 좀 아프다. 건강한 몸을 사랑하고 건강한 생각을 할 수 있는 건강한 사람으로 자랄 수 있는 사회가 그저 엄마라는 사람의 이상만이 아니길 바란다.

그런데 다이어트에 도전하는 그 수많은 초등학생들은 과연 다이어트에 성공했을까? 모르긴 몰라도 성공률이 꽤 낮은 도전임에 틀림없기는 하다. 급식 안 먹고 하교했다는 아이들이 편의점과 분식집에서 아이스크림과 떡볶이를 흡입하고 있는 흥미로운 진풍경을 다수 목격했으니까. 그런데 얘들아, 좀 천천히 먹어라. 응?

group대체왜하니 http://omn.kr/group/teen_why
초4에서 중3까지 10대 사춘기 아이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엄마 시민기자들의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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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고 글쓰는 일을 좋아합니다. 따뜻한 사회가 되는 일에 관심이 많고 따뜻한 소통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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