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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최동단 강동구 일자산은 해발 높이가 겨우 130여 미터에 불과해서 노약자들도 부담없이 거닐어 볼 수 있는 산책길이다. 왼편으로는 둔촌동이 보이고 우측으로는 경기도 하남시와 맞닿아 있으며 북으로는 명일공원과 상일동산이 있다. 산의 명칭은 지세가 한일자 모양으로 생겨서 붙여졌으며 산자락을 따라 길동생태공원과 허브천문공원, 강동그린웨이가족캠핑장, 해맞이광장 등이 자리하고 있다. 

야트막한 동산이지만 확인된 것만 40여 종의 새들이 살므로 나름대로 의미있는 조류 생태계를 갖고 있다. 길동생태공원도 이런 연유에서 개원했으며 아이들과 함께 조류관찰과 자연생태학습을 할 수 있다. 사전예약에 의해서만 운영되므로 관련 홈페이지를 참조하시라.
 
▲ 목장길을 따라 걷는 듯한 일자산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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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산허브천문공원은 말 그대로 여러 허브와 자생식물이 심어져 있으며 자그마하지만 온실도 꾸며져 있다. 꽃밭 한가운데의 테이블에서 한담을 나누다가 저녁이 되면 불빛을 배경으로 분위기 있는 사진을 담을 수도 있다. 공원 내부의 티 하우스는 발코니처럼 꾸며진 전망대로서 편안한 의자에 앉아 아무 생각없이 경치를 조망할 수 있다.

산책의 출발은 9호선 중앙보훈역에서 시작한다. 3번 출구를 나오자마자 보성사를 잠시 둘러보고 그 앞의 버스정류장 옆쪽 계단을 올라가면 된다. 현재 지도상에는 둔굴이 표시되지 않으나 산을 오르면 이정표가 있으니 조금만 걸어가면 도착한다. 둔굴은 고려말의 문인 둔촌(遁村) 이집(李集)이, 요승 신돈(辛旽)의 박해를 피해 잠시 머물렀던 장소다. 현재 둔촌동의 유래가 그의 호를 기리기 위한 것이다.
 
중앙보훈병원역에서 출발하여 명일공원까지 이어지는 산책길.
▲ 일자산 산책 코스. 중앙보훈병원역에서 출발하여 명일공원까지 이어지는 산책길.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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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나라에 볼모로 잡혀 있었던 12세의 어린 공민왕은 노국대장공주(魯國大長公主)와 혼인 하여 고려로 돌아온다. 의지할 곳 없었던 인질 생활에서 공주와의 인연은 허한 공민왕의 마음을 달래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공주가 난산으로 죽고나자 공민왕은 한동안 실의에 빠지고 이때를 이용해 신돈이 왕의 신임을 얻는다. 그는 백성을 위한 여러 개혁 정책을 펼치기도 했으나 난잡한 사생활과 매관매직으로 나중에 참수 당한다. 

목장길 따라 낮길 거닐어

둔굴 앞에는 십여 명이 앉을 수 있는 데크를 꾸며놨으며 산자락을 따라 드문 드문 보이는 묘와 텃밭이 시선을 잡아끈다. 봄철에 새순이 파릇파릇 올라올 때는 마치 목장길을 따라 걷는 듯한 느낌을 준다.
 
지세가 한일자 모양이라 일자산이라 한다.
▲ 목장길을 걷는 듯한 일자산 지세가 한일자 모양이라 일자산이라 한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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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송이 젊은이들에게 유행하던 시절의 삼두마차 송창식과 김세환, 윤형주가 떠오르는 산책길이다. '목장길 따라 밤길 거닐어 고운 님 함께 집에 오는데~' 아련한 옛 추억으로 입가에 맴 도는 이 노래는 원래 슬로바키아의 민요이며 가수 김세환이 번안하여 불렀다.

일자산의 중앙보훈병원은 글쓴이의 부친과도 인연이 깊은 곳이다. 필자의 아버님은 1933년 생, 한국전쟁 때의 활약으로 국가유공자에 등록되어 무공훈장도 받으셨다. 이제 연로하셔서 병원을 찾은 일이 잦으시다. 옛 분들이 그렇듯이 아끼는 것이 생활이라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보훈병원을 찾으신다.

유공자를 위한 혜택이 주어지는 병원이라 진료비와 약제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진찰을 받으시려면 몇 달 전에 예약을 하셔야 하지만 틀니를 비롯하여 웬만한 약품은 이곳에서 처방을 받으셨다. 돌아가시게 되면 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신데 당신께서 그렇게 하실지는 아직 미정이다.

자식된 입장에서는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올 여름에는 갑작스런 심근경색으로 집 근처의 대학병원으로 급히 모시게 되었다. 입원 다음날 바로 심장 스텐트 시술에 들어갔고 건강보험의 혜택을 톡톡히 받았다. 2천만 원이 넘는 비용이 나왔으나 공단의 지원으로 실제 지출한 비용은 300만 원 정도였다.
 
부처님오신날을 위한 연등을 달고 있다.
▲ 일자산 동명사. 부처님오신날을 위한 연등을 달고 있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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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를 따라 둘러볼 만한 사찰로는 동명사가 있으며 상당한 규모를 갖췄다. 자분자분 걸어서 천호대교 방면으로 내려오면 강동구 화훼단지가 있다. 길을 따라 각종 농원과 화원이 늘어서 있는데 봄이면 양재꽃시장과 더불어 다육식물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꽃양귀비를 비롯한 각종 허브를 볼 수 있다.
▲ 허브천문공원에 만발한 꽃 물결. 꽃양귀비를 비롯한 각종 허브를 볼 수 있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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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안 채광창을 타고 내려온 은은한 햇살과 피라미드처럼 쌓아 놓은 화분이 색다른 맛과 멋을 보여준다. 참고로, 서울 시내에는 전문꽃시장이 6군데 있다. 강남권에서는 고속터미널역 지하꽃상가가 이름나 있으며 가장 규모가 큰 곳은 양재꽃시장이다.

강북에는 대도꽃상가(남대문시장)와 진양꽃상가(충무로역), 종로꽃시장(동대문역과 종로5가역 사이)이 있다. 강서구에는 꽃시장이 없었는데 최근에 마곡동에 서울식물원이 개관하면서 서울시민의 볼거리를 하나 더 선사해주었다.

뜻맞는 지인들과 꽃시장 투어를 해보는 것도 재미난 일이 될 것이다. 야트막한 일자산 산책이 아쉬우면 천호대로 위쪽에 자리한 상일동산과 명일공원까지 걸어볼 수 있다. 더 북쪽으로는 고덕산과 암사동을 거쳐 한강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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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접사 사진집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를 펴냈다. 다음 세대를 위한 화보 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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