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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어느 하나 가벼운 목숨이 없다지만 웅담채취용 사육곰의 현실은 다릅니다. 말린 웅담의 무게 19g이 이들의 삶의 무게로 취급되는 현실. 우리 나라에는 여전히 400여 마리의 곰이 오로지 웅담을 위해 사육되고 있습니다. 녹색연합은 네 차례에 걸쳐 사육곰에 대한 이야기를 연재할 예정입니다. [기자말]
뜬장에 갇힌 사육곰의 모습
 뜬장에 갇힌 사육곰의 모습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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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을 밟는 기분은 어떨까요? 멋지게 나무도 한 번 타보고 싶습니다. 산기슭에 흐르는 물도 마시고, 가을에는 지천에 널린 열매를 먹는 삶을 상상해 봅니다. 낙엽을 모아 푹신한 잠자리도 만들고, 안전한 바위 굴을 찾아 겨울잠도 자겠지요. 야생의 삶은 거칩니다. 그러나 자유롭습니다. 나는 야생동물입니다.  

그러나 지금 내가 있는 곳은 한평 남짓의 철창 안입니다. 서너 걸음도 채 걸을 수 없는 이 뜬장에는 편히 누울 자리 하나 없습니다. 비바람이 들이닥쳐도 피할 곳이 없습니다. 철창 아래 치우지 않은 배설물과 흘린 음식물이 뒤섞여 쌓여 있습니다.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악취의 정체입니다. 철창을 혼자 쓰는 나는 좀 나은 처지일까요? 하나 앉기도 좁은 이 공간에 두셋이 갇혀 있다니요. 생각만으로도 견딜 수 없이 답답합니다.

오래된 사육장은 녹슬고 갈라지고 부서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발바닥이 갈라지고 염증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상처를 치료를 받는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목을 축일 깨끗한 물, 넉넉히 배를 채울 음식은 내겐 욕심입니다. 사람이 먹다 남긴 음식물, 기한이 지난 도넛을 먹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10년의 삶 끝엔 무엇이 있을까요?
 
낡고 녹슨 곰 사육장에서 매년 탈출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낡고 녹슨 곰 사육장에서 매년 탈출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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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철창에 매달리거나 멍하니 앉아 있는 것뿐입니다. 답답한 몸과 마음에 쌓인 스트레스는 이상행동으로 나타납니다. 좁은 사육장 안을 빙글빙글 돌아봅니다. 고개를 계속 저어보기도 하고, 격렬히 몸을 흔들어도 봅니다. 이렇게 버틴 10년의 삶 끝엔 무엇이 있을까요?

나의 가치는 오로지 내 안에 작은 쓸개에 있습니다. '웅담'이라 불리는 나의 쓸개는 비싼 값에 거래됩니다. 하지만 그 웅담을 위해 나는 10년을 철창에서 버티다가 죽음을 맞아야 합니다. 법(야생생물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해당 법률에는 10세 이상 된 곰에 한해 관할 환경유역청에 신고 후 도축할 수 있다고 돼 있다-편집자 말)에 그렇게 쓰여 있다고 합니다. 10년을 사육한 곰을 도축해 얻은 웅담은 약용으로 쓸 수 있다고. 내가 철창 밖을 나올 수 있는 날은 웅담 때문에 죽는 그날뿐입니다. 
 
좁은 철창 안에 여러 마리의 곰이 갇혀있다.
 좁은 철창 안에 여러 마리의 곰이 갇혀있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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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웅담을 찾는 사람이 줄어 나의 처지가 더 나빠지고 있습니다. 여기저기 녹슬고 뜯어진 철창을 뚫고 나가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탈출했던 그들은 갑자기 맞닥뜨린 낯선 환경이 두려웠을까요? 아니면 잠깐의 자유가 행복했을까요? 탈출 이후 맞이한 환경은 제각각일지 몰라도 탈출의 끝은 하나 같이 불행합니다. 사람들에게 위협이 되기 때문에 사살되거나, 포획되어 좁은 철창 안으로 돌아가거나.

당신은 이러한 삶을 견딜 수 있나요? 10년이란 시간을 버틸 수 있나요? 누군가 건강해질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목숨을 빼앗겨야 하는 현실을 이해할 수 있나요? 사는 것이 아니라 버텨야 하는 삶. 죽어야 끝나는 고통.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잔인하고 처참한 이 상황은 나의 현실입니다.

나는 웅담채취용 사육곰입니다.
 
가슴에 선명한 반달무늬가 새겨진 사육곰이 철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가슴에 선명한 반달무늬가 새겨진 사육곰이 철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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