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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동자회는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일터와 삶터를 살아가며 평등과 존중에 대해 고민하는 수많은 후원회원, 지지자들과 함께 길을 만들어왔습니다. 오는 10월 13일 후원의 밤을 맞이하여, 여성노동자회는 우리가 어떻게 연결되어 왔고, 연결되기 위해 노력해왔는지를 풀어내고자 합니다. 여성노동자회는 더 많은 이들과 연결되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꿈꿉니다.[편집자말]
여성노동자회 온라인 후원의 밤, '연결 : 우리의 노동이 보편이 될 때까지' 참여하기 :  http://kwwnet.org/?p=14526

<이야기 나눈 사람들>

윤정 : 페미워커클럽 초창기에 함께하다가 바빠져서 중간에 좀 쉬었고, 현재 페미워커클럽 4기 멤버로 활동하고 있어요. 인권 분야에 관심이 많아 공부를 하고 있고 부업으로는 학원에서 초등학생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혜리 : 페미워커클럽이 만들어지던 시기에 참여했다가, 바빠서 간헐적으로 참여했어요. 그래서 이번 4기 때 또 열심히 해보려고 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던 혜리입니다. 대학교 졸업을 이제 막 하고 다음 할 일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민경 : 작년에 <페미니스트, 노동을 말하다> 기자단을 계기로 한국여노를 알게 되었고, 올해 페미워커클럽 4기에 참여하고 있어요.

레나 : 한국여성노동자회에서 상근활동을 하며 페미워커클럽 모임 운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멤버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페미워커클럽 50주년 디너쇼'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올라왔어요. 그때까지 모임을 유지하는데 사력을 다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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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 혜리, 민경은 어떻게 페미워커클럽과 한국여성노동자회를 알게 됐는지 궁금해요!


윤정
저는 마지막 학기에 <사회운동과 사회 변동>이란 수업을 들었어요. 그 수업의 과제가 한 학기 동안 사회 운동 단체를 조사해서 발표하는 거였는데, 수업에서 여러 여성단체에서 활발하게 활동 하시는 분을 만났고, 그분 통해서 이런 세미나(페미워커클럽)가 지금 만들어졌다는 걸 알게 되어 참여하게 됐어요. 그때부터 쭉 몸을 담갔습니다.

혜리
몸을 담갔다는 표현 재밌어요!

저는 우선 한국여노를 18년에 한국여노가 주최했던 페미노동캠프에서 처음으로 알게 됐어요.

학교 여성학 동아리에 처음으로 들어간 뒤 페미니즘에 관심이 생겨서 막 활동을 시작하던 시기였는데, 학교 밖 여성단체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참여하는 건 처음이었어요.

민경
저도 그 표현 너무 재밌어요! 저는 어떤 여성 운동 단체들이 있는지를 주로 페이스북을 통해 접해왔는데요. '이 단체는 어떤 이슈, 분야의 운동을 하지?'를 살펴 보다가 여성 노동을 의제로 활동을 하는 단체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팔로우하고 소식을 받아보다가 기자단이 있다는 걸 알고 바로 신청을 했었어요. 

그리고 진짜 운 좋게 (참여하게) 돼서 정말 많은 걸 반년 동안 배웠고, 후속 활동으로 페미워커클럽을 제안해주셨는데 저한테 좋은 기회인 것 같아 참여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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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마주한 한국여노, 페미워커클럽의 '첫인상'은 어땠는지, 함께하면서는 어떻게 느꼈을지 궁금해요.


윤정
대학 다닐 때부터 운동 단체에서 일하는 사람에 대해 막연하게만 생각했어요. 되게 힘든 길을 걷고 있고, 쉽게 바뀌지 않는 현실을 바꿔나가다 보면 벽에 부딪히는 일이 많을 거 같고. 그럼 무기력할 때도 많지 않을까 했거든요.

근데 함께 어울리고 활동하다 보니까... 각자가 생각하는 대로 살고 있고 되게 자유로워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활동하는 분들이 지니고 있는 건 무기력보단 연대감이 큰 것 같더라고요. 그런 긍정적인 연대 의식 같은 게 더 많다는 걸 느꼈어요.

민경
페미워커클럽 첫 번째 모임 때가 선명한데, 기존 멤버인 메리님이 진짜 엄청나게 활발하게 분위기를 잡으시면서 밝은 에너지를 보여주시면서 환대해주셨잖아요. 그래서 속으로 정말 신나했고, 줌이었는데도 다같이 있는 분위기가 느껴져서 엄청 좋았어요.

기자단 활동 할 때는 각자 고민들을 많이 나누는 진지한 분위기였다면, 페미워커클럽은 좀 더 폭신폭신하고 친밀한 느낌이 많이 들었던 거 같아요.

혜리
저는 18년도에 페미노동캠프에 참여했어요. 그 때 2박 3일 동안 같이 지내면서 대화를 많이 할 수 있었는데, 대부분 지역여노에서 오신 활동가분들, 여성 운동을 오래 하신 분들이셨어요. '어른...?'이란 느낌이었던 게, 제가 그때 20대 초반이었어요. 그래서 소위 '어른'이라고 할만한 사람은 엄마, 아빠, 이모, 할머니 밖에 없었거든요.

근데 페미니스트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고, 각자의 경험을 공유를 하다 보니까 다른 데에서 만난 '어른'들이랑은 또 대화하는 게 다르고,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게 있어서 되게 신기했던 경험이었고요.

페미워커클럽은 20, 30대 사람들이 모여있다 보니까 다른 느낌이 있죠. 재미있고 뭔가 더 내 이야기 같은 지점이 있어서 그게 좀 달랐던 것 같아요.
 
혜리가 보내준 사진ㅣ올해 7월,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알려내고 드러내기 위해 농성장에 연대방문 다녀왔어요.
 혜리가 보내준 사진ㅣ올해 7월,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알려내고 드러내기 위해 농성장에 연대방문 다녀왔어요.
ⓒ 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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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난 시점은 다 다르지만 우리 모두 페미워커클럽에 함께하고 있죠...❤ 윤정과 혜리는 초창기에 함께하다가 바빠져서 잠깐 활동을 쉬었고, 이번에 함께 하고 있잖아요?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다른 페미니즘 모임들도 많은데, 윤정과 혜리가 페미워커클럽을 다시 찾게 된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하더라고요.


     
윤정
인권 운동이라고 하면 되게 열정적이어야 될 것만 같고, 빠삭하게 알아야 될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여기서는 느슨하게 해도 괜찮고, 압박도 없고. 언제든지 오면 되게 반겨주시는 분위기였거든요.

그리고 학생일 때는 책도 보고 수업도 듣고 그나마 여유가 있는데 졸업 후 진로 고민하면서는 타인을 생각할 틈이 엄청 적어지잖아요. 무한 경쟁 사회에서 살다 보니 연대감을 느낄 공간도 없었고. 그래서 고립감, 무기력함만 느껴지고 하다 보니까 지금 내가 좀 힘들어도 이 활동은 나한테 부담되지 않으니까, 바빠서 중간에 쉬더라도 다시 돌아오게 되는 거 같아요. 

혜리
저는 18, 19년에 간간히 갔었던 게 기억나요. 그때 학생회 하느라고 엄청 바쁘고, 매일매일 과제하고, 맨날 할 일이 많았는데 어쩌다 일정이 맞아서 갈 수 있게 되어서 갔었거든요.

모임을 매번 나왔던 게 아니라서 아는 얼굴도 있고 모르는 분들도 있는데, 갔더니 다들 엄청 반겨주셨어요. 그래서 그때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이 너무 따뜻하다고 기억하고 있어요.

다른 활동하다 보면 사람들이랑은 일로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거든요. 이 사람들이랑 만나서 우리 프로젝트 해야 되고, 그럼 언제까지 업무 나누고, '님이 이거 하시고 제가 이거 할게요.' 그래서 마감일 되면 '올리셨나요? 하셨나요?' 확인하고...

레나
인권 운동의 조별과제화...?(웃음)

혜리
맞아요. 맨날 그렇게 사람들 만나다가 여기에서는 진짜 뭐하고 지냈는지 궁금해 하고, 그때 모임도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했던 걸로 기억해요. 그때 멤버 중에 랩 하시는 분이 계셔서 여성 래퍼들을 같이 추천했었는데, 그런 게 너무 힐링이었어요, 그때.

그래서 저한테는 따뜻한 곳. 나한테 힘이 되는 곳. 이런 느낌이 계속 남아 있었고 언제든지 시간이 되면 꼭 참여하고 싶다는 느낌이 드는 공간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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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님은 작년에 기자단 활동하고 나서 바로 함께 하고 있잖아요. 근데 한 번도 안 빠지셨고, 항상 책 다 읽어 오시고. 기자단 때부터 항상 민경님은 고민을 끝까지 놓지 않는 분이시죠. 저는 과연 그 동력이 무엇일까 궁금했어요. 민경님은 페미워커클럽에 어떤 마음으로 이렇게 성실하게 참여하고 있는 걸까?


민경
그럴 수 있었던 건... 당시에 저한테 진짜 중요했던 문제들이 있는데, 기자단부터 페미워커클럽활동까지, 제가 고민하고 있는 지점을 에둘러서 이야기 하는 게 아니라 진짜 직구로 던져주셨던 레나님이 있었어요. 그리고 페미워커클럽 멤버들의 얘기 속에서도 직접적으로 저한테 와 닿는 모먼트가 되게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한테는 매번 모임에 참가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었어요. 그러니까, 페미니즘을 자기 경험을 해석하는 언어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게 저한테는 중요한 전환이었는데 사람들 얘기를 들으면서 그걸 어떻게 하는 건지 감을 잡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2021년 2월, 김진숙 지도위원 복직을 위한 희망뚜벅이에 한국여성노동자회 활동가들은 페미워커클럽 멤버인 혜리, 찬님과 함께 했어요. 지역의 여성노동자회 활동가들도 함께하며 추운 겨울, 목표지까지 끝까지 걸어가며 연대를 다졌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2021년 2월, 김진숙 지도위원 복직을 위한 희망뚜벅이에 한국여성노동자회 활동가들은 페미워커클럽 멤버인 혜리, 찬님과 함께 했어요. 지역의 여성노동자회 활동가들도 함께하며 추운 겨울, 목표지까지 끝까지 걸어가며 연대를 다졌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 한국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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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다른 멤버들 이야기도 다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페미워커클럽이 올해 햇수로 5년째 진행중이고, 여러 활동들을 펼쳐왔는데요. 페미워커클럽 활동 중 각자가 꼽아본 인상적인 활동을 들어보고 싶어요.


윤정
이번 4기에 함께하면서 마음을 확 놓게 되는 순간이 있었는데, 저는 페미워커클럽에 올 때 여기 계신 분들은 나보다 고민을 많이 했던 분들이고, 저보다 더 주체적으로 활동을 하는 분들이니까, 그냥 막연하게 '(나보다) 더 단단하겠다, 되게 흔들림 없는 멘탈을 갖고 있겠지?'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근데 책 <헝거>를 읽고 이야기 하면서 각자가 가진 내적 갈등에 대한 얘기를 깊게 했잖아요. 단단한 분들이라고 해서 내적 갈등이 하나도 없을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만, (페미니스트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자기모순, 양가감정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걸 보면서 유대감을 확 느낀 것 같아요.

저는 그전에는 그런 감각이 올라오면 죄책감 같은게 좀 더 많았던 것 같은데, 모임에서 이야기 나누고 난 다음부터는 부끄러워하지 않게 된 것 같거든요. 그리고 이런 양가감정이나 모순이 페미니스트로 살아가려면 그냥 받아들여야 되는 거구나, 이렇게 생각하게 돼서 그때부터 마음이 편해진 것 같아요.

혜리
저는 2019년도 페미워커클럽 송년회가 기억나요. 여노 사무실에서 다 같이 모여가지고 음식 사 와서 떡볶이 먹고 그랬었거든요. 그리고 선물을 다 하나씩 가져와서 추첨을 통해 선물을 주고받았었는데, 정말 인상깊었어요.

사실 어떤 선물을 받았는지는 기억 안 나거든요. 그리고 매일 보는 사람들도 아니고 가끔씩 만나는 상황인데, 송년회를 하고 선물을 주고받고 서로를 생각해주는 말을 건네고 안부를 묻고 하는 시간이 저한테는 그때 정말 소중했어서 기억에 많이 남고요.

그리고 올해 2월에 김진숙 지도위원 복직투쟁에 함께하는 희망 뚜벅이에 함께 가자고, 한국여노 사무처 활동가들이 페미워커클럽멤버들에게 물어봐서 같이 갔었어요. 저는 항상 그런 시위나 집회 가야할 때 같이 갈 사람들이 애매했거든요. 같이 노동운동, 학생운동하는 사람들은 결이 나랑은 다른 거 같아서 안 맞고.. 페미니스트 친구들한테는 말해도 잘 안 가는 친구들이 많고. 근데 한국여노랑 같이 갈 수 있겠다 싶어가지고 같이 가고 되게 열심히 같이 걷고...

아 그리고 마지막에 청와대에 들어가는 길에 경찰이 막아서 우리 시위 하러 온 거 아닌 척하고 '우리 그냥 커피 마시러 온 건데요?' 이러면서 들어가고 그랬던 게 너무 어이없고 좋았어요.

레나
그래서 우리 청와대 앞에서 집회하는 거 놓쳤잖아요. 우리는 청와대 들어갔는데 경찰이 막아서 주최 측이 못 들어왔었죠.(웃음)

혜리
우리 진짜 산책하고 나왔어요.
    
민경
저는 아까 윤정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마음을 놓게 되는 순간'이라는 표현이 좋은 것 같아요.

왜냐면 저도 그런 게 좀 있었거든요. 처음에는 진짜 거의 말을 한 두 마디 이렇게 했거든요.

레나
아직도 잊히지 않는 말이 하나 있어요. 두 번째 모임 때 까지만 해도 민경님이 끝나기 직전까지 아무 말씀이 없으셔서 혹시 하고싶은 말 있는지 물어보면 '정말 많은 걸 배웠습니다' 간결하게 이야기 해주었어요.

민경
아 그런 말을 했었구나.(웃음) 근데 진짜 그런 모드였던 것 같아요. 
그 때는 '내가 이 장소에 맞는 말을 하고 있나? 정서를 공유하고 있는 게 맞나?' 이런 생각이 많았고, 물 맞대는 것처럼 그렇게 온도가 맞춰지는데 시간이 조금 필요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인상적인 단면들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자기 얘기를 밖으로 꺼내는 그런 순간들이었던 것 같아요. 그게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조금은 알 것 같거든요.

자신의 깊은 내면을 꺼내 보이는 건 누구에게나 되게 어려운 일이잖아요. 모임에서 그런 순간들이 많았는데 그중에서 기억나는 게 책 <회사가 사라졌다>를 읽고 써니님이 자기 경험 얘기해 주셨던 때랑, 책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를 읽고 나서 여러 이야기를 하다가 부모 부양에 대한 이야기들을 했었는데, '이 사람은 진짜 자기 얘기를 하고 있구나' 이런 게 확 느껴져서.. 뭔가 공유하고 있다는 그런 뭉클한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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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여러분이 '이 공간을 정말 좋아하는구나.'하고 느끼게 되네요. 페미워커클럽이란 공간이 여러분에게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 지를 좀 더 들어보고 싶은데요.


윤정 
페미워커클럽은 느슨하고 부담스럽지 않은 분위기가 있어요. 그리고 안전함이 느껴지는 공간이라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처럼 친구들한테도 잘 하지 못할 얘기를 여기서는 자유롭게 다 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멤버들은 좀 더 나은 사회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모였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사람들이 모여 있는 데를 다른 데서 또 찾기 힘드니까. 올 때마다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에너지를 받아가는 거 같아요.

민경
저는 사실 기자단 끝날 때 기자단 쫑파티 때 뭔가 제안해 주신다고 하셔서 '혹시 그 제안에서 나는 탈락하면 어떡하지?' '나는 자격 미달이라 탈락해서 합류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을 했었고 그런 불안이 있었어요.

레나
기억나요.

민경
사실 이게 이것만 봐도 제가 대인관계에 어떤 결핍이 있는지가 너무 보이잖아요. 근데 아까 윤정님 말씀하신 것처럼 이 공간은 저한테 딱히 요구하는 게 없고, 그냥 와서 얼굴만 비추고 있어도 이렇게 환대해주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자꾸 말을 걸어주고 얘기를 꺼낼 수 있게끔 해주었는데 그런 분위기가 저한테는 정말 따뜻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혜리
저는 한 단체에서 오랫동안 꾸준하게 있었던 적이 거의 없어요. 왜냐하면 다 프로젝트성으로 움직이고, 학생회도 1년 단위, 동아리 활동도 졸업 후엔 못하게 되잖아요. 근데 자꾸 활동 할 때마다 소속을 물어보는 거예요. 발언 할 때, 글을 쓸 때도 '소속을 뭐라고 말할까요.' 이렇게 물어보시고. 근데 저는 소속이 없고. '소속을 적어야 한다면 어딜 해야할까?' 고민해봤는데, 내가 내 소속을 말한다는 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말하는 것에도 포함이 되잖아요.

그래서 내가 가장 많이 고민하는 지점들이 여기에 있다는 생각에 한국여노 페미워커클럽이름을 사용했어요. 저를 제일 잘 설명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한 거죠.
 
민경이 보내준 사진 | 2019년, 3.8 여성의날을 맞아 헌재에서 낙태죄 폐지 기자회견이 열렸어요. 당시 저는 페미니즘 학회 학회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본 뒤, 광화문 여성의 날 집회에 참석했었답니다.
 민경이 보내준 사진 | 2019년, 3.8 여성의날을 맞아 헌재에서 낙태죄 폐지 기자회견이 열렸어요. 당시 저는 페미니즘 학회 학회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본 뒤, 광화문 여성의 날 집회에 참석했었답니다.
ⓒ 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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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톡방이나 SNS에 올라오는 한국여노 활동을 본 적 있을 텐데, 단체 성격, 활동 취지를 알고 있는 지지자, 페미워커멤버들은 한국여노의 활동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하더라구요.


윤정
제가 친구들 중에서는 페미도 많고 가치관이 비슷한 친구들이 많은데, 여성노동이나 자본주의의 문제점과 관련한 의제까지 이렇게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는 친구는 없거든요.

그래서 더 모임에 마음을 두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페미니즘과 자본주의 이 두 가지가 정말 중요하고 수면 위로 더 드러나고, 많이 이야기되어야하는, 첨예한 지점이 있는 이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한국여노 활동들이 이런 이슈들을 중점에 두고 계속 활동하는게 확실하게 느껴지고, 저 또한 이 이슈에 관심이 가니까 계속 함께하는 것 같아요.

혜리
사실 노동 운동에서 여성 이슈 말하면 되지 않냐, 노동 운동에서도 여성 노동 운동한다, 이렇게 말을 많이 하잖아요. 근데 이전에 노동 운동하는 남성 활동가들이 자꾸 (여성 노동 운동을) 부문 운동이란 식으로 얘기를 너무 많이 해서... 그것 때문에 정말 화가 많이 난 상태였었어요.

여성 노동의 특수성을 다루고 여성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단체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서, 한국여노를 많이 응원했어요.

그리고 한국여노에서 연구 사업도 많이 하잖아요. 그 결과물들이 제 활동에도 많이 도움 되었거든요. 왜냐면 같은 업종에서 일하는 노동자여도 여성 노동자와 남성 노동자의 상황이나 조건이 다를 때가 너무 많은데 구분 안 하고 많이 연구하잖아요. 그렇게 되면 남성 노동자가 대표성을 띄어버려서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적인 상황이 삭제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부분들을 짚어줄 수 있고, 계속 지적하고, 운동을 새로 일으키려고 하고. 이런 게 저한테는 너무 힘이 되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민경
저도 많이 공감이 많이 되는데, 노동 운동의 남성 중심성에 질려버린 사람들. 근데 페미니즘 안에서 노동 의제가 충분히 얘기 되고 있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한국여노에 와서 본 분들 중에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분들을 볼 때마다 너무 반가웠고, 어떻게 들릴지 잘 모르겠지만, 여러분들을 만나고 나서 '저렇게 크면 되는구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사실 구체적으로 단위들 간에 분석이 어떻게 다르고 내세우는 대안이 어떻게 다른지, 저는 이런 건 아직 잘 모르거든요.

근데 저한테 한국여노는 여성 노동을 쟁점으로 계속 가지고 활동하는 단체이고 그것만으로도 저한테는 꾸준히 어떤 얘기를 하고 있는지 들어볼 만한 단체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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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동자회 후원의 밤을 위해 준비한 인터뷰인데, 제가 정말 많은 것들을 얻어가고 있어요. 인터뷰 하길 너무 잘했다.. 나 활동하길 잘했다...그런 생각이 드는데요. 그런 의미(?)로 여러분에게 후원은 어떤 의미인지 들어보고 싶은데요. 모두들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혜리
저는 단체 후원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소한의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이거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정도 힘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가짐이 있어요.

동아리 활동이나 소모임, 프로젝트 할 때에는 사실 한 번도 돈을 받으면서 한 적이 없고, 사비 털어서 해야 했고. 그렇게 하다 보니까 그게 얼마나 힘들고 어렵고, 사람이 피폐해지는 지를 아니까...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활동 이렇게 안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더 후원을 계속 늘리게 되는 마음도 있는 것 같아요.

민경
저는 사실 용돈 받는 학생 입장이라 후원을 하기에는 진짜 각이 안 나와가지고.. 아직은 못하고 있긴 한데, 나중에 좀 여유가 생기면 하고 싶은 단체들이 진짜 많거든요.

근데 제가 생각했을 때 후원을 할 수 있다는 거는 '저 운동이 나랑 무관하지 않다'는 게 기반이 돼야 가능할 것 같아요. 

전혀 상관없는 남을 도와준다 이런 개념이 아니라, 저게 나의 일이기도 하고 저 단체가 무조건 살아남아서 활동을 할 수 있게끔, 원하는 활동을 많이 할 수 있게끔 유지 돼야 한다, 이런 생각이 있어야 후원이 가능할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여유가 생기면 꼭 후원을 하고 싶어요.

윤정
저는 이번 년도까지 계속 백수였고, 부모님이 주신 용돈으로 후원하기엔 너무 빠듯하기도 했고 그랬어서 아직 후원은 못하고 있었어요. 근데 이제 돈도 벌고 하니까 물건을 그냥 홧김에 사는 것보다 후원하는 방향으로 돈을 쓰는 게 더 뿌듯할 것 같아요. 그래서 혜리 말 들으면서 뭔가 나도 해봐야겠다 이런 생각이 좀 들고 그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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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임이 앞으로 어떤 공간으로 존재하길 바라는지, 혹시 바람이 있을까요?


윤정
저는 여기 오면.. 혜리님하고 민경님이 말한 것처럼 친구들한테도 말 못하는, 심연의 깊은 고민들까지 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저의 다른 부캐를 보일 수 있는, 부캐가 활동하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뿌듯할 때도 있어요. 내가 여러 부캐를 가지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이 단체다, 이런 느낌이거든요. 그래서 부캐로서 활동할 수 있는 있게 해주는 그런 느낌의 모임으로 계속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레나
'부캐가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말은 '내 또 다른 자아를 드러내 보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로 들려요!

윤정
맞아요. 내가 사회에 드러내지 않았던, 안 보여줬던 모습을 말하는 거예요!

혜리
페미워커클럽은 일하는 페미니스트들을 중심으로 모였잖아요. 그래서 앞으로도 노동자 정체성, 페미니스트 정체성으로 같이 이야기하고, 지금처럼 책 모임도 하고 그런 이야기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어지면 좋겠어요.

그리고 하나 더 있는데.. 큰 꿈일 수도 있는데...
남성 중심적인 노동 운동에 치인 여성 활동가들이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었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곳이 사실 잘 없고, 저도 친화력이 있는 편이 아니라 활동하면서 만난 다른 여성활동가분들한테 쉽게 갑자기 밥 먹자고 하기가 어렵거든요.

근데 분명 할 얘기들이 많을 거 같아요. 같이 모여 가지고 무언가를 해봤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어요.

민경
저는 느슨함에 아직도 적응하고 있는 중이거든요.

텍스트 읽고 발제문 써오고, 그날 성취해야 되는 목표가 있고, 구성원들 개개인은 이걸 얼마나 이해했는지 그날 평가하고, 이런 방식의 활동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기 얘기를 할 수 있는 주제를 선택하고, 주제에서 벗어나는 얘기들도 충분히 나누고, 다시 원래 주제로 돌아갑시다~하면서 돌아가는 그런 느슨함, 이런 분위기가 저는 너무 편하거든요.

그리고 안정감을 많이 느끼고 있고, 이게 페미워커클럽의 정체성이라고도 생각해서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윤정이 보내준 사진 | 3개월 전, 제 고향인 제주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저는 꽤 오랫동안 방황의 시기를 거쳤어요. 그러던 중 올해 초부터 자신을 서서히 인정하고 받아들였고, 지금도 '완전히' 안정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불안정한 상황을 받아들이며 안정감을 느끼고 있어요. 저 사진을 찍을 무렵엔 오랜 방황을 끝냈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이었고, 그러자 제주의 변덕스러운 날씨를 재밌게 받아들이게 되어서 신기하더라고요!
 윤정이 보내준 사진 | 3개월 전, 제 고향인 제주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저는 꽤 오랫동안 방황의 시기를 거쳤어요. 그러던 중 올해 초부터 자신을 서서히 인정하고 받아들였고, 지금도 "완전히" 안정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불안정한 상황을 받아들이며 안정감을 느끼고 있어요. 저 사진을 찍을 무렵엔 오랜 방황을 끝냈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이었고, 그러자 제주의 변덕스러운 날씨를 재밌게 받아들이게 되어서 신기하더라고요!
ⓒ 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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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워커클럽을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해본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혹은 내 주변에 어떤 사람이 있는데 이들에게 추천해보고 싶다! 이런 질문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게 있을까요?


민경
저! 바로 생각났어요! 저는 페미니즘 리부트 세대에서 노동이 중요한 쟁점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제 주변 친구들 중에, 저랑 동갑인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노동 문제에 대해 어떤 접점이 없어서 고민이 있거나 하지는 않아요.

그럼에도 여기 초대해서 사람들 얘기 나누는 거를 들어보자고 하고 싶고, 관심 분야를 나누고 맞춰가는 그런 시간을 갖고 싶어요. 그리고 노동을 잘 모르는 사람들. 근데 여성 노동이 정말 중요한 의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한테 추천을 하고 싶은 것 같아요.

레나
그들에게 초대의 말을 건넨다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민경
한번 구경해 보세요.

윤정
저는 민경님하고 생각이 진짜 똑같은데 저는 자본주의랑 가부장제가 되게 밀접하게, 쳇바퀴 굴러가듯이 억압이 또 다른 억압의 원동력이 돼서 억압을 생산하고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럼에도 페미니즘 이슈 안에서 여성노동에 대한 문제를 다른 친구들은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 있긴 해요.

제가 지금 같이 살고 있는 친구가 있는데 여성 노동에 아직 아직 흥미를 보이지 않는데, 제가 읽는 책 같은 거 보면서 한번 읽어봐~ 이렇게 할 때는 있거든요. 너무 강요하는 것처럼 안 보이게끔 최대한 노력하면서.

레나
윤정도 친구에게 초대의 말을 건넨다면 뭐라고 하실 것 같아요?

윤정
근데 양가 감정이 있어요. 추천하고 싶으면서도 추천하고 싶지 않은.
여기는 내 부캐, 또 다른 자아가 있는 곳인데.

레나


윤정
사적으로 너무 친한 애들이 와버리면 안 되니까...

'페미워커클럽에서 정말 중요한것들을 다루고 있고 정말 좋은데, 올 거면 다른 페미워커클럽 지점(?)에 가렴.' 이런 마음이 들어요
   
혜리
저는 활동하는 친구들한테 추천하고 싶은데, 활동을 열심히 하다 보니까 일과 활동의 구분이 어려워지고 책 읽는 것도 과제하고 시험 보듯이 읽고 하는 친구들한테 좀 쉬엄쉬엄 같이 가자 이런 느낌으로 추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 문장으로 말하자면, 우리 쉬엄쉬엄 같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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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시간 모두모두 고마워요. 사실 더 길게 하지 못해 너무 아쉽고 제게는 정말 알찬 말들이 쏟아지는 시간이었어요. 벌써 마지막 질문인데요. 한국여노에 응원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마디씩 해주세요!


민경
한국여노에서 무슨 성명문이 뜨거나 기사가 뜨면 항상 확인을 하거든요. 저한테는 믿고 확인을 하는 그런 단체인 것 같아요.

사실 팔로어하고 있는 모든 단체들을 그렇게 보지는 않는데, 어떤 사건이 생기거나 이러면 '입장이 나오겠지' 이렇게 믿고 기다릴 수 있는 단체인 것 같고, 중요한 참조가 된다는 점에서 저한테 너무 소중한 단체인 것 같아요. 앞으로도 정말 화이팅입니다. 파이팅!

혜리
저는 거창하지 않지만, 한국여노랑 계속 같이 활동하면서 같이 갈 수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고요. 그냥 항상 응원하고. 항상 함께 하고 싶고, 할 거라는 말을 하고 싶네요. 파이팅!
   
윤정
저도 이 공간을 되게 소중하게 여기고 있어서요. 아까 말했지만 지인에게 추천하고 싶으면서도 추천하고 싶지 않은 그런 양가 감정이 들 정도입니다. 이곳을 저만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을 정도로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어 고맙다는 말씀드리고 싶고,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같이 느슨한 연대를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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