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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후 서비스 담당자님께. 엊그제 친절한 상담 고맙습니다. ㈜**** 의 남성용 비옷 모자에 문제가 있어 상담했던 사람입니다. 말씀은 고맙지만 이 비옷을 그냥 입을게요. 왕복 택배비도 부담해 주시고 무료로 수선을 해 주신다지만 계속 마음이 개운치가 않아 여태 옷을 보내지 못하다가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모자에 달린 단추 구멍 몇 개 때문에 비옷이 택배로 오가면서 발생하는 비용과 수선과정에 드는 에너지는 결국 우리 인류가 감당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겼습니다. 기후위기 초래라는 온실가스 발생은 제가 옷을 바로 보낼 수 없게 했습니다. 불편해도 그냥 입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이런 실수가 안 생기도록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 글은 내가 보낸 편지 전문이다. 꽤 규모가 있어 보이는 비옷 만드는 회사에 보낸 것이다. 위 편지만 보면 무슨 일인지 알 듯 말 듯 할 것이다. 사연은 이렇다.

온라인으로 비옷을 샀는데 믿기지 않는 일이 생겼다. 윗도리 목둘레 깃과 비옷의 모자를 연결해주는 똑딱이 단추가 서로 엇갈려 있었다. 모자에는 숫 단추가 여섯 개 달렸지만 윗도리 옷깃에는 암 단추가 다섯 개였다. 그러니 단추 간격이 서로 맞지 않아 끼울 수가 없었다. 정말 믿기지 않는 사건이었다.

직공이 실수한 것인지, 기계가 오작동했는지 모르지만 어이가 없으면서도 우습기도 했다. 그 작업을 할 때 직원이 깜빡 졸았을까? 다른 모델 비옷 모자를 바꿔 보낸 걸까? 어떻게 생각해도 아귀가 맞지를 않았다.

비옷 안쪽 하단에 달린 명판에 회사 전화번호가 있기에 전화를 걸었다. 또박또박 설명했지만 상냥한 목소리의 사후 서비스 상담 직원은 그럴 리가 없다는 식으로 대답을 했다. 그런 일은 생길 수도 없고 그런 사례도 없다는 것이다.

치수만 다를 뿐 그 회사의 비옷 모델은 하나뿐이라고 했다. 내 주장을 늙수그레한 시골 노인의 착시 정도로 여기는 듯했다. 결국 우리가 합의를 본 것은 사진을 찍어 보내는 것이었다. 그 직원도 과감(?)하게 개인 휴대폰 번호를 개방했다. 드문 일이라고 하면서.

어리숙한 시골 노인네라는 혐의라도 벗을 양으로 나는 양쪽 사진을 각각 찍었을 뿐 아니라 비옷과 모자의 암 단추, 숫 단추가 일렬로 놓이게 한 사진도 찍었다. 단추 위치가 엇갈려 있는 것을 확실하게 확인시켰다. 그제야 상담 직원은 내 말을 곧이들었다. 그리고는 몇 번 죄송하다고 하면서 택배로 보내면 수선해서 보내주겠다고 했다.

내가 다시 전화를 건 것은 모자만 제대로 된 것을 하나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그 회사에서 다 부담한다지만 왕복 택배비가 마음에 걸려서였다. 그러나 직원은 그럴 수 없다고 했다. 실물을 놓고 다 각도로 검토해서 이런 일이 발생한 원인도 찾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읽은 분들은 이제 이해가 될 것이다. 무슨 일이 생겼던 것인지.

이렇게 끝났으면 이런 글을 쓰지 않을 것이다. 한 참 뒤에 우리 집으로 똑같은 치수의 새 비옷이 한 벌 왔다. 왕복 택배가 아니고 편도 택배니 새로 보내드리는 비옷을 받아 달라는 쪽지와 함께. 내 편지를 받고 고마워서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비옷이 두 벌이 됐다. 모자 똑딱이 단추가 엇갈린 희귀한 비옷을 샀을 뿐인데. 

덧붙이는 글 | 경남도민일보에도 내일 실립니다.


태그:#비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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