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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근교 출신이지만, 지금은 서울에서 살고 있는 프랑스인 사진작가 호맹(Romain)이 한국 풍경 촬영기를 연재합니다. 다양한 풍경 사진은 물론, 이에 담긴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편집자말]
나는 기능공이다. 어떤 사람들은 나를 아티스트라고 부른다. 나는 사진 촬영을 좋아하고, 사진 기술을 사랑하며, 바람이 불든 눈이 오든 비가 오든 그 자리에 카메라를 들고 가서 나무와 바위 너머 빛나는 일몰을 눈앞에 두고 하염없이 있는 것을 좋아한다. 이러한 경험의 축적과 함께, 나만의 스타일도 갖게 되었다. 

나는 마케팅이나 판매, 투자에는 눈이 밝은 사람이 아니다. 지금 시대에 중요하게 여겨지는 분야란 건 이해하지만, 나와 맞지 않는 일이라고만 생각해왔다. 그런데 하나의 뼈 아픈 진실을 말해보자면, 예술을 하는 이의 실제 능력이 얼마나 출중한지는 대중에게 큰 관심사가 되지 않는다.

능력을 떠나 본인이 작품을 선보이지 않는다면 그 예술은 비싼 취미에 지나지 않으며, 더 나아가 자기 자신을 적극적으로 마케팅하고 판매하는 수고를 들이지 않는다면 빠른 성장도 요원하다. 예술이든 기술이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해내지 않는다면 그 활동을 지속해나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난 사진작가로 살아온 모든 인생에서 내가 즐겁게 찍은 사진을 돈 받고 파는 일은 뭔가 불경스럽다는 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풍경사진 촬영을 가장 사랑하며 이 분야에 가장 자신 있고, 진심이며, 오래 해왔음에도 막상 돈은 인테리어 사진이나 제품의 광고사진 및 영상 촬영으로만 벌어온 이유이기도 하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내면에서는 알 수 없는 불편감이 꿈틀거린다. 성공한 사진작가를 포함한 아티스트가 지니고 있는 사업가 마인드를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부끄러움일 수도 있겠다.  

이 일을 끝까지 책임져보고 싶었다
 
삼성산 나무.
 삼성산 나무.
ⓒ Ro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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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얼마 전, 이를 완전히 뒤바꾸는 계기가 왔다. 처음으로 내 풍경사진을 액자 형태로 세 개나 판매하게 된 것이다. 올 여름의 일이었다. 당시 나는 삼성산의 나무를 촬영하는 데 푹 빠져 있었고, 같은 나무를 다양한 자연의 배경을 두고 촬영하는 일은 나만의 장기 프로젝트가 되었다. (관련 기사 : 촬영만 1년... 나는 이 나무를 완전히 사랑하게 되었다)

언제나처럼 나의 소셜 네트워크 계정에 결과물을 업로드했는데, 내가 가진 이 작업에 특별히 쏟았던 애정이 통했던 것 같다. 한 구독자가 댓글로 이 사진을 집에 걸고 싶은데 구입할 수 있겠냐고 문의를 해온 것이다!

솔직히 처음엔 얼떨떨했다. 내가 찍은 사진을 스스로 팔아본 적도, 액자 형태로 만들어본 적도 없었기에 두려움도 살짝 엄습했다. 더 어렸을 때 같으면 "죄송하지만 취미로 찍은 거라 판매는 따로 하지 않는다"고 답하고 넘어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내가 주도적으로, 나의 모든 감성을 투영해온 작업에 누군가 가치를 부여해준다는 점이 신나기도 했으며, 이 일을 끝까지 책임져보고 싶었다.

메시지를 보내 인사를 하고 대화를 나눴다. 미국인인 그녀는 한국에 업무차 파견되어 아이들과 함께 머무르고 있지만, 멀지 않은 시점에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돌아가기 전 한국에서의 생활을 추억할만한 무언가를 원했고, 이 사진이 적격이라고 했다.

당시로서는 세 가지 버전이 전부였던 <절벽 위 소나무> 시리즈의 봄, 여름, 그리고 겨울 눈 등을 전부 구입해서 벽에 걸고 싶다는 그녀의 이야기와 함께, 판매를 위한 도전은 시작되었다.  

먼저 믿을만한 사진 출력 및 액자 제작 업체를 찾아야 했다. 사진 출력 업체, 액자 업체를 두루 확인하고 그들이 사용하는 기계는 어떤 것들인지, 사진 출력 기술은 무엇이 최신이며 다양한 재질에는 어떠한 장단점이 있고, 액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등 공부할 게 정말 많았다.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 출력 및 액자 제작 업체가 다행히도 집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었다. 백문이 불여일견! 일단 업체와 전화로 약속을 잡은 뒤 방문했다. 지하 작업장으로 들어서니 액자가 뿜어내는 그윽한 나무향과 함께 미소를 띈 작업자 분들이 분주한 분위기에서 나를 반겨주셨다.

사장님은 아주 바빠 보였지만, 이곳에서 액자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비용 등을 간결하고도 명확히 설명해주셨다. 굉장한 깨우침을 주는 과정이었다. 그리 오래 사진을 찍어오면서도 막상 이걸 작품으로서 빛나게 해주는 액자 공정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나였기에 이러한 배움은 더 재밌기도 했다.   
 
최초로 내가 찍은 풍경사진을 구매한 그녀는 절벽 위 소나무 시리즈를 정성스럽게 집 벽에 걸어놓은 뒤 사진으로 촬영해 보내주었다. 나의 사랑하는 소나무가 그녀의 집에서 편안히 머무르는 것 같아 감사하다.
 최초로 내가 찍은 풍경사진을 구매한 그녀는 절벽 위 소나무 시리즈를 정성스럽게 집 벽에 걸어놓은 뒤 사진으로 촬영해 보내주었다. 나의 사랑하는 소나무가 그녀의 집에서 편안히 머무르는 것 같아 감사하다.
ⓒ Ro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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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멋진 액자를 손에 넣고 이를 구매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나는 내 인생을 바꿀 만큼 중요한 두 가지 경험을 했다. 첫째, 나의 작업에 숫자로 된 가치를 매기는 것이었다. 혹자는 쉽게 계산식에 적용하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제작비+배송비에 두 배를 받아서 마진으로 남긴다고 생각하면 간단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마진이란 금액만이 아니라, 내가 나의 작업에 대해 어느 정도의 가치를 매기느냐 또한 의미한다. 나의 철학, 창의성, 의견, 사랑, 열정, 인생 등 수많은 요소가 포함된 작품에 가격을 매기는 일은 쉽지 않다. 작품이든 서비스든 제품이든, 내가 만들어낸 무언가에 가격을 붙일 때 너무나도 간결해 마지않은 그 숫자가 마음속에 얼마나 깊이 파고드는지... 경험해본 분은 아시리라 생각한다.

타인이 나의 작업과 나 자신을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한 불안감 또한 투영되었다. 싼 가격으로는 내 작품이 충분히 좋아 보이지 않을 거라는 생각 때문에 내 자존심이 상처를 입을 것이며, 비싼 가격은 나를 거만한 예술가처럼 보이게 할 것이란 걱정에 괴로웠다. 이는 정말, 정말 어려운 과정이었다.

아직도 나는 누군가에게 당신의 작품을 얼마에 팔라고 조언을 줄 수 있는 처지는 아니지만, 한 가지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어찌 됐든 일단 얼마에 팔지 마음을 정하고 가격표를 붙이고 난 뒤에는, 그 고민이 눈 녹듯 사라지고 나의 결정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내가 자신감을 다지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둘째, 마치 포탄 하나가 날아와 벽에 부딪치는 수준의 강력한 감동이 꽤 오랜 기간 지속되었다. 내 작업에 대해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감정도 처음으로 갖게 되었다. 일단 누군가 나의 사진을 계속 보고싶어서 돈을 주고 구매한다는 사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받아온 수많은 '좋아요'나 멋지다는 댓글과 비교하기 힘든 기쁨이었다. 그런데 그보다 더 강렬한 감동을 구매자와의 만남에서 느낄 수 있었다.

따끈따끈한 액자 세 개를 전달하러 나간 자리에서 그녀와 나는 대화를 나누며 놀라운 친밀감을 형성했고, 지금까지도 연락을 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그녀의 가족과 만나 겸사겸사 예쁜 가족사진도 촬영해줄 예정이다! 이로써 작품에 쏟아부은 나의 모든 노력이 완성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녀와 나 사이의 매개가 된 나의 작업은 결국 그녀의 거실 벽에 자리 잡으며 그녀의 가족들과 또 한 번 연결되고 있다. 이러한 감정적인 교류가 생성되고 나서야, 나는 내 사진으로 하여금 다른 누군가의 공간에 머무르며 그들과 함께 숨쉬길 원하고 있었음을 마침내 깨달았다!

그리고 이는 지금 내가 이 자애롭고도 다정한 인류와 소통하기 위해, 나의 컴포트존(안전지대)에 머무르지 않고 홍보와 마케팅 등 복잡하며 생소하고 두렵기도 한 새로운 토양에 적응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이유다. 그렇게 사진 인생 10년 만에 최초로 만들어지고 있는 나의 사업가적 면모는 이제, 작업물에 꾸준히 투영해온 사랑을 퍼뜨릴 수 있는 기회에만 출현하는 모습으로 나와 공생하고 있다.  

작품 판매로 열리는 신세계
 
이번에 새롭게 만든 온라인 스토어에서도 첫 구매는 이뤄졌다. 2021년 일출을 가장 큰 사이즈로 구매한 그는 어디에 두면 좋을지 모르겠다며 고민중인 액자 위치를 사진으로 찍어서 리뷰를 남겼고, 나 또한 답변을 통해 장소를 추천해주었다.
 이번에 새롭게 만든 온라인 스토어에서도 첫 구매는 이뤄졌다. 2021년 일출을 가장 큰 사이즈로 구매한 그는 어디에 두면 좋을지 모르겠다며 고민중인 액자 위치를 사진으로 찍어서 리뷰를 남겼고, 나 또한 답변을 통해 장소를 추천해주었다.
ⓒ Ro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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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경험은 물론 제한적일 테지만, 이번 이야기를 통해 나와 비슷한 고민을 겪고 있는 기능공이든, 아티스트든 누군가에게 조심스럽게 조언을 건네보고 싶다. 작품이 가진 사업적인 부분을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얻어지는 수입은 그냥 돈이라고 하기엔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작품을 매개로 공유된 애정은 그 작업에 쏟아부은 모든 값어치를 할 것이라고 나는 감히 약속할 수 있다.

나는 이제야 비로소 내 작품을 내가 정한 가격과 함께 많은 이에게 제안해볼 용기를 얻었고, 온라인 공간에서는 무려 손수 스토어를 여는 등 나와 내가 사랑하는 내 작품을 세상에 선보이려는 첫걸음을 떼고 있다. 구매자와의 따뜻한 소통은 덤이다.

*번역 : 김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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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찾아 헤매는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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