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극장가의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영화들은 꾸준히 제작·개봉되고 있다. 그리고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영화계에서 대중들에게 가장 많이 언급됐던 화제의 영화인은 단연 배우 윤여정이었다. 일부 젊은 대중들에게는 예능프로그램 <윤식당>에 출연하는 요리 잘 하는 사장님으로 더 잘 알려졌던 윤여정 배우는 작년 재미교포 정이삭 감독이 연출한 영화 <미나리>를 통해 전 세계 관객들을 감동시켰다.

작년 연말 LA 비평가협회상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위대한 여정'의 시작을 알린 윤여정 배우는 올해 미국과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미국 배우 조합상의 여우조연상을 휩쓸었다. 특히 <미나리>의 제작자이기도 한 브래드 피트가 직접 시상했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수상은 큰 화제가 됐는데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한 한국배우는 윤여정 배우가 역대 처음이었다.

<미나리>는 한국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미국 자본이 투자되고 미국 국적의 감독이 만들고 미국 국적의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미국 영화다. 실제로 <미나리>에 출연한 주요 배우들 중에서 한국 국적을 가진 배우는 단 두 명 뿐이었다. 눈부신 연기로 세계를 놀라게 했던 윤여정 배우, 그리고 22일 tvN에서 첫 방송되는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 <홈타운>에 출연하는 배우 한예리가 그 주인공이다. 

무용가 출신의 독립영화 스타, 배우로 물들다
 
 <청춘시대>시즌1에서 윤진명을 어둡게 표현했던 한예리는 시즌2에서 윤진명 캐릭터를 한층 밝게 표현했다.

<청춘시대>시즌1에서 윤진명을 어둡게 표현했던 한예리는 시즌2에서 윤진명 캐릭터를 한층 밝게 표현했다. ⓒ jtbc 화면 캡처

 
최근엔 진기주(회사원)나 표예진(스튜어디스)처럼 다른 직업을 가졌다가 연기자로 전향한 배우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한예리 역시 한예종 무용과 출신으로 연기와는 전혀 다른 무용가의 길을 걸으며 커리어를 시작했다. 한예리는 무용장면이 들어간 독립영화에서 무용지도를 도와주다가 독립영화에 출연하며 연기의 세계에 발을 들였고 2008년과 2010년 마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연기상을 수상하며 독립영화계에서 주목 받기 시작했다.

2010드라마 <로드넘버원>을 통해 상업매체에 출연하기 시작한 한예리는 2012년에 개봉한 탁구영화 <코리아>에서 북한 대표팀의 비밀병기 유순복을 연기했다. 2014년에는 봉준호 감독이 기획, 제작, 각본에 참여한 <해무>에서 홍매를 연기하며 청룡영화제와 대종상, 백상예술대상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2015년 윤계상과 함께 출연한 <극적인 하룻밤> 역시 영화의 흥행과 별개로 한예리의 연기는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한동안 영화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한예리는 2016년 SBS 창사 25주년 특별기획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 합류했다. 등장 당시만 해도 왕위계승을 피하려는 공양왕과 야반도주를 꿈꾸는 평범한 여인으로 나왔지만 알고 보니 윤랑의 정체는 곡산검법의 마지막 계승자인 척사광이었다. 한예리는 무용과 출신답게 유려한 검술을 선보였을뿐 아니라 엄청난 검술실력을 가졌음에도 살생을 싫어하는 척사광의 고뇌를 잘 표현했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시청자들은 한예리가 2016년과 2017년 두 시즌에 걸쳐 출연했던 jtbc 드라마 <청춘시대>를 기억할 것이다. 한예리는 시즌1에서 복잡한 가정사 때문에 온갖 아르바이트와 취업준비를 병행하는 대학 졸업반 학생 윤진명을 연기했다. 윤진명은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초반엔 하우스 메이트들과 쉽게 어울리지도 못했고 아르바이트하는 레스토랑의 매니저(민성욱 분)로부터 온갖 괴롭힘을 당하며 심한 고초를 겪었다.

하지만 시즌2에서 윤진명의 캐릭터는 한예리의 연기에 의해 크게 달라졌다. 졸업 후 연예기획사에 입사한 윤진명은 퇴근 후 벨 에포크에서 하우스 메이트들과 가볍게 맥주잔을 기울이며 수다를 떨 정도로 가까워졌다. 시즌1에서 썸을 탔던 레스토랑 주방 직원 재완(윤박 분)과 연애를 시작해 옥상에서 전화로 사랑을 속삭이기도 하고 회사로부터 해체 통보를 받은 아이돌그룹 아스가르드의 고별무대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미나리> 이후 선택한 한예리의 신작 
 
 한예리는 <미나리>에서 안정된 연기와 함께 엔딩송을 직접 부르기도 했다.

한예리는 <미나리>에서 안정된 연기와 함께 엔딩송을 직접 부르기도 했다. ⓒ 판씨네마(주)

 
한예리는 2018년 마동석이 주연을 맡은 팔씨름 영화 <챔피언>에서 마동석의 여동생 수진을 연기했다. 하지만 이보다 일주일 앞서 1100만 관객을 모은 <어벤져스:인피니티 워>가 개봉하는 바람에 <챔피언>은 전국 110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머물렀다. 같은 해 7월에 개봉한 김지운 감독의 <인랑> 역시 230억 원의 제작비로 전국 89만 관객을 모으는 데 그치며 한예리의 흥행작이 되지 못했다.

한예리의 미국 진출작이자 국내에서 지난 3월 개봉한 <미나리> 역시 코로나19의 여파로 전국 100만 관객을 가까스로 넘기며 썩 대단한 흥행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미나리>는 흥행성적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진 작품이었고 한예리의 커리어에도 대단히 의미가 큰 작품이 됐다. 한예리는 지난 4월 미국의 에코 레이크 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하면서 본격적인 해외활동 병행을 선언했다. 

작년 7월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를 끝내고 1년 정도 휴식기를 가졌던 한예리는 22일 첫 방송되는 tvN 드라마 <홈타운>을 통해 시청자들을 만난다. 1999년 경상남도 사주시(물론 가상의 도시다)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살인을 둘러싼 미스터리 스릴러 <홈타운>에서 한예리는 테러범의 가족을 바라보는 사회의 낙인을 견디며 살아가는 숙반점의 주방장 조정현 역을 맡았다.

이 밖에 <홈타운>에는 <이태원 클라쓰> <빈센조>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유재명이 사주역 테러사건으로 아내를 잃은 경남지방경찰청 기수대 강력반 1팀 경위 최형인을 연기한다. 영화 <낙원의 밤>으로 한창 주가가 오른 엄태구는 사주역 테러 사건의 진범으로 현재 무기수로 교도소에 수감중인 조정현의 오빠 조경호 역을 맡았다. 이 밖에 이레, 송영창, 조복래, 태인호 등이 <홈타운>을 빛낼 예정이다.

차분하고 신뢰감 있는 목소리의 소유자인 한예리는 드라마와 영화 외에도 EBS의 <다큐프라임>, KBS의 <다큐3일> 등 여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내레이션을 맡기도 했다. <미나리>에서는 엔딩곡 'Rain Song'을 직접 불렀을 정도로 노래실력도 뛰어나다. 대한민국 예술계에서 '무용가 겸 배우'라는 매우 독특한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한예리가 <홈타운>에서는 어떤 연기로 시청자들을 만족시킬지 주목된다.
 
 OCN에서 6부작으로 방영될 예정이었던 <홈타운>은 tvN으로 자리를 옮기며 12부작으로 확대 편성됐다.

OCN에서 6부작으로 방영될 예정이었던 <홈타운>은 tvN으로 자리를 옮기며 12부작으로 확대 편성됐다. ⓒ <홈타운>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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