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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추석이 돌아오면 꽃무릇이 절정이다. 꽃무릇을 보고 생각하고 쓴 글
▲ 산책길 만난 꽃무릇 매년 추석이 돌아오면 꽃무릇이 절정이다. 꽃무릇을 보고 생각하고 쓴 글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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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지나갔다. 비도 많이 내리지 않고 바람만 불고서. 어제는 하늘이 끄물끄물하고 바람이 불어 밖에 나가 산책하고 싶은 마음이 나지를 않아 집에만 머물렀다. 

오늘 아침 자고 일어나 창밖을 보니 햇볕이 쨍쨍하고 날이 좋았다. 아직도 한낮에는 햇볕이 뜨겁다. 날이 더워지는 낮이면 산책하기가 싫어진다.

남편은 아침 일찍부터 서두른다. 하루라도 산책을 가지 않으면 마음이 답답한가 보다. 산책은 우리가 날마다 꼭 해야 할 루틴이다. 나이 들어가면서 운동은 필수다. 

걷기라도 하지 않으면 다리가 굳어지는 느낌이다. 우리는 날마다 숙제처럼 걷기를 하면서 살고 있다. 나이가 들고 밖에 나가지 않는 남편은 친구처럼 매일 나하고 시간을 같이 보낸다.

꽃무릇이 한창
 
산책길 만난 만발한 꽃무릇
▲ 만발한 꽃무릇 산책길 만난 만발한 꽃무릇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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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는 화창하고 하늘은 푸르고 구름은 두둥실 그야말로 가을을 알리는 신호이다. 풀숲에서 울어대는 귀뚜라미는 더욱 가을이 왔음을 알려 준다. 가을의 문턱이다. 산책을 하려고 공원 안에 들어오니 약간 서늘한 기운의 공기도 상쾌하고 발걸음도 가볍다. 

며칠을 연이어 시니어에 나갔다. 명절 안에 작업량을 맞추기 위해서다. 한참을 걸어가니 꽃무릇이 활짝 피었다. 며칠 사이에 공원 산책길은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반긴다. 

계절의 시계추는 어김없이 자연의 모습을 바뀌어 놓는다. 지난주만 해도 꽃대만 나오고 꽃은 작은 봉오리만 올라왔는데 며칠 사이 꽃이 만발했다.

오랫동안 산책길을 걸어 다녀도 눈에 보이지 않고 흙 속에 숨어 있던 꽃 뿌리는 어느 사이 올라와 신기하게 활짝 꽃을 피워 낸다. 자연의 이치는 생각할수록 놀랍고 경이롭다.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일상은 우주의 흐름 속에 살고 있다. 우리 인간은 그 속에서 함께 흘러가는 아주 미약한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걷는 길가마다 꽃무릇이 한창이다. 매년 추석이 돌아올 무렵이면 꽃무릇은 꽃을 피워 세상을 빨갛게 물들인다. 우리가 산책하는 월명공원은 계절마다 각기 다른 꽃을 피워 내고 우리의 감성을 아름답게 물들인다. 

신비하고 오묘한 모습이다. 남편과 나는 매일 공원 산책을 하며 일 년 열두 달 자연의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사색을 하며 삶을 즐긴다.

꽃무릇은 꽃과 잎이 만날 수가 없다. 꽃대만 올라와 꽃을 피우고 한동안 화려함을 자랑하다가 어느 사이 꽃이 지고 나면 그다음에 잎이 올라온다. 참 신기하다. 

꽃과 잎이 만나지를 못해 더 애틋하고 가슴 저린 그리움을 불러온다. 어쩌면 임을 보고 싶은 애달픈 마음의 표현이 아닐까. 산책길은 온통 꽃무릇이 피어 있다. 걸어가는 발길마다 줄 서서 나란히 나란히.

꽃무릇에 대한 전설이 애달프다. "옛날 어떤 여인이 절에 기도하려 갔다가 그 절에 계신 스님을 연모하게 되었는데, 수행 중인 스님을 마음대로 뵐 수도 없고 사랑한다고 정할 수도 없는 마음에 차츰 병이 나기 시작했다. 하루하루가 가고 한 달이 가고 이윽고 여인은 상사병을 앓다가 죽게 된다. 죽은 후 그 무덤가에 핀 꽃이 바로 꽃무릇이다. 그 죽은 여인이 상사화"라고 말들을 한다.

꽃의 전설만큼이나 피우지 못한 아픈 사랑을 핏빛 붉은색으로 아픈 마음을 토해내나 보다. 매년 추석이 오면  꽃무릇이 어김없이 핀다. 일 년 동안 여러 곳에 흩어져 살았던 가족은 명절이 되면 모인다. 사람들은 고향과 가족에게서 따뜻한 기운을 받고 그 기운으로 힘든 세상 속에서 살아간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고창 선운사와 영광 불갑사가 있다. 그곳에 무리 지어 피어있는 꽃무릇은 가히 장관이다.  나는 올 추석 멀지 않은 곳에 여행하듯 꽃무릇도 구경을 하고 추억도 만들어 보고 싶다. 

'화무는 십일홍이요 날도 차면 기운다'는 말이 있다. 꽃무릇은 지금 한창 만발해 보기 좋지만 며칠 지나면 지고 만다. 말 그대로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말이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다. 때가 지나면 예쁜 모습도 다 사라지고 만다. 우리 부부도 적은 나이가 아니다. 자꾸만 멀어지는 삶의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고 싶다. 

시간이 맞는 딸 가족과 올 추석은 가까운 곳에 가서 꽃무릇을 보면서 코로나로 힘든 마음을  날려 보냈으면 좋겠다. 모두가 가족과 함께 따뜻한 기운을 받는 추석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브런치에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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