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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성 환경운동가는 시멘트에 폐타이어와 폐플라스틱 등 쓰레기를 집어넣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업계가 유연탄 구매비용을 줄여 쓰레기를 통해 돈을 벌고 있다고 주장한다. 유연탄을 대체하는 폐기물은 연소할 때 각종 오염물질이 발생하고, 유연탄과 비교하여 연소 시의 탄소배출량에 큰 차이가 없으므로 탄소중립에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것들이 정말 기사에서 말한 대로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한 시멘트업계의 이기적인 행태일까? 

 1. 폐기물은 사라지지 않는다

인간이 의도를 가지고 채굴하는 천연자원인 유연탄과 달리, 폐타이어와 폐플라스틱 등은 인간이 자동차를 타고, 각종 일회용품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배출될 수밖에 없다.

환경부의 <전국 폐기물 발생량 및 처리현황>을 보면 폐타이어는 1년에 약 37만 톤 나오고, 폐플라스틱은 약 830만 톤이 나오고 있다. 이 폐기물들은 지금 어떻게 처리되고 있을까?
 
폐타이어 발생량과 이용방법별 재활용량
 폐타이어 발생량과 이용방법별 재활용량
ⓒ 대한타이어산업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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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폐타이어의 경우 시멘트 산업으로 약 40%가 가고 있고, 가공이용과 재생타이어 제조(물질재활용) 등으로 약 21%가 가고 있다. 만약 시멘트 산업에서 더이상 폐타이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이는 어디로 가야할까?

1년에 635톤 만들던 밧줄을 갑자기 10만톤 만들지는 못할 것이다. 수요가 없기 때문이다. 고형연료제품으로 사용하는 것은 시멘트와 마찬가지로 태운다는 점에서 시멘트와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며, 고온의 시멘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온이기 때문에 오히려 오염물질이 덜 분해될 확률이 높다.

그렇다고 매립하기에는 오염물질이 전혀 분해되지 않은 채로 토양에 고정되어 썩을 때까지 오염물질을 뱉어낼 것이니 시멘트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20만 톤 규모의 의성 쓰레기산. 폐플라스틱은 매년 800만 톤 넘게 발생하고 있다.
 20만 톤 규모의 의성 쓰레기산. 폐플라스틱은 매년 800만 톤 넘게 발생하고 있다.
ⓒ 의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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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플라스틱 역시 반복적으로 수거거부 사태 등이 벌어지는 것에서 보듯 물질재활용이 쉽지 않다. 특히 폐플라스틱의 경우 엄청난 발생량(코로나19를 감안하면 더 증가했을 것이다)을 감안할 때 매립조차 대안이 될 수 없다. 연간 830만 톤의 플라스틱 발생량 중 소각으로 재활용되는 약 40%인 330만 톤의 플라스틱이 매년 매립된다면 우리 국토가 어떤 쓰레기장으로 변할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2019년 국제적 망신을 샀던 의성 쓰레기산 규모의 매립장 16개가 매년 필요할텐데, 이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 참고: 발생량은 2019년 기준, 소각비율은 2015년 기준

결론적으로, 시멘트 소성로에 폐기물을 집어넣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 폐기물이 마법처럼 어딘가로 사라지지 않는다. 어디선가에는 재활용이나 소각, 매립을 해야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부하는 시멘트 소성로에 넣는 것과 비교해서 결코 작지 않다.

2. 탄소중립, 전과정을 생각해야 한다

한편, 유연탄과 폐플라스틱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1.4%에서 5% 정도 저감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연소시 배출만 고려한 것이고, 실제로 유연탄과 플라스틱의 전 과정을 고려하면 온실가스 발생의 차이는 더 커질 것이다.

 
유연탄(천연원료)와 폐플라스틱의 전과정
 유연탄(천연원료)와 폐플라스틱의 전과정
ⓒ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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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인간의 의지로 채굴하는 유연탄의 경우 광산 개발과 채굴, 운송 과정 등에서 모두 온실가스가 추가로 발생하지만, 폐플라스틱의 경우 이미 플라스틱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계산되었으므로 다른 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가 없다.

연소 과정(위 표의 노란색 부분)만 보면 차이가 별로 없지만, 연소의 전 과정을 고려하면 훨씬 더 큰 차이가 발생할 것이다. 한편, 열병합발전 연소와 매립, 물질재활용의 경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제각각의 문제를 떠안고 있다.

기후위기라는 비상 상황 아래에서 환경운동가들은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으로 탄소저감에 동참해줄 것을 절박하게 호소하고 있다. 시민 한 사람이 자동차를 덜 타거나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는 것은 최병성 환경운동가가 언급한 "겨우 1.29%"가 아니라 0.000000129%의 온실가스도 줄일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 행동이 무의미한 것일까? 기후위기는 티끌모아 태산을 만들어야 하는 비상상황이다. 0.000000129%의 저감도 의미 있다.

3. 수집선별 개선이 필요하다

시멘트 소성로에서 환경 기준을 초과하는 오염물질이 발생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이다. 폐플라스틱의 에너지 효율이 낮은 것도 문제가 크다. 하지만 이는 폐플라스틱의 수집 과정에서 이물질이 제대로 걸러지지 못한 탓이 크다. 가령, 최근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오염물질 발생을 줄이기 위해 투명 페트병을 분리배출하고, 라벨 없는 생수병이 나오고 있다.

자원순환사회를 위해서는 수집선별 개선이나 기술개발 등을 통해 재생원료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히 "재생원료는 에너지 효율이 낮고 오염물질도 많이 발생하니 천연자원을 사용하자"라는 것은 우리의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다.

최병성 환경운동가가 지적한 석회석 광산의 파괴 또한 천연자원의 과도한 채굴로 생겨난 결과다. 석회석 광산 뿐만 아니라 유연탄 광산 또한 어딘가에서 이렇게 파헤쳐지고 있을 것이다. 재생원료의 이용을 환경운동가가 장려하는 이유다.
 
천연자원의 채굴로 환경훼손이 심각하다. 천연자원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재생원료의 이용이 필수적이다.
 천연자원의 채굴로 환경훼손이 심각하다. 천연자원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재생원료의 이용이 필수적이다.
ⓒ 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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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원천 감축으로 해결하자

그렇다면 어떻게 탄소중립에 조금 더 실질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우선 플라스틱이나 폐타이어 자체의 발생량을 줄여버릴 수 있다. 가령, 일회용품의 사용이 꼭 필요하지 않은 경우 제공을 금지시킬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시행이 잠시 보류되었지만 카페 내부에서의 일회용컵 사용 금지, 장례식장에서 일회용품 사용 금지 등의 조치는 그 시작에 불과하다. 다양한 제도를 동원해서 플라스틱 생산량 자체를 통제해서 폐플라스틱 발생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시멘트 자체의 생산량 또한 줄일 수 있다. 가령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건물이 철근콘크리트 구조이다. 하지만 여러 국가에서는 목조 주택이 매우 흔하게 적용되고 있다. 목조주택은 철근콘크리트 구조에 비해 건설의 전과정에 있어 온실가스 배출량이 50%에 불과하며, 탄소저장 효과까지 고려했을 때는 25%에 불과하다고 한다. 물론 아파트를 목조로 짓기는 힘들겠지만, 관공서 등 공공건축물이나 단독주택 등은 목조주택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을 것이고, 이는 시멘트 생산 자체의 감축을 가져와서 탄소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목조주택은 철근콘크리트 건물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훨씬 낮다.
 목조주택은 철근콘크리트 건물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훨씬 낮다.
ⓒ pxfuel free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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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시멘트 소성로가 아니더라도 폐플라스틱은 어딘가에서 환경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에, 시멘트 소성로에서 연료로 활용하는 것는 "최선"이 애초부터 존재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의 "차악"이라고 할 수 있다.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생산 감축"이라는 최선을 찾아가야 한다. 이미 발생한 쓰레기를 가지고 싸우기에는 우리는 시간이 없다.

태그:#시멘트, #자원순환,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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