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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현장접수 첫날인 13일 오전 서울 성북구 길음1동 주민센터 3층에 마련된 접수창구를 방문한 시민이 선불카드를 받아가고 있다.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현장접수 첫날인 13일 오전 서울 성북구 길음1동 주민센터 3층에 마련된 접수창구를 방문한 시민이 선불카드를 받아가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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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과 함께 2021년 하반기가 점차 저물어가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끝이 보이질 않는 오늘이다. 최근 정부 당국에서 소득 하위 88% 국민을 대상으로 5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17일 오후 6시 기준 약 30만건에 달하는 이의 신청이 제기됐다. 앞으로도 이런 목소리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론에 화들짝 놀란 여당은 '90% 지급'을 꺼냈다가 다시 철회하는 등 우왕좌왕이다.

여론이 이런데도 기획재정부에서는 "나라 곳간이 비어가고 있다"라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완강히 거부했다. 보편지원, 선별지원 여부를 두고 논란이 큰 상황에서 정부가 선별지원을 고집하는 모습이다.

우리나라에선 지난 2020년 4인 가구 기준 최대 100만 원을 기준으로 1차 재난지원금을 보편지급했다. 이후 2차~4차로 이어진 재난지원금은 소상공인과 특수형태노동자, 프리랜서(비정규직)에 초점을 맞춰 지급됐다. 현재 진행 중인 5차 지원금 지급은 건강보험료 납입 금액을 기준으로 소득 하위 88% 국민에게 지급된다. 처음에는 보편지원으로 시작한 재난지원금이 선별지원으로 바뀐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에서는 어떤 지원책을 펴고 있을까?

미국에서는 지난해 연소득 7만 5천달러 이하 국민 96.3%에게 1인당 1200달러(약 146만 원)를 지급했다. 극소수 초고소득자를 제외한 국민 3억 2천만 명에게 지원이 돌아가 사실상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보편지원으로 평가된다. 더구나 재정 지원을 한국처럼 한 가구당이 아니라, 한 명당으로 결정하면서 지원금액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 밖에 일본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1인당 10만 엔(약 100만 원)을 지급했고, 이후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업무시간을 단축하는 가게들에 하루 최대 7.5만엔(약 78만 원)을 지원해주는 정책으로 전환했다. 부정 수급 논란이 일던 캐나다에서는 코로나19로 주당 수입이 50% 넘게 낮아진 국민을 대상으로, 매주 600달러를 최장 50주까지 지원한다.

IMF(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2020년 12월 말 기준 각 국가별 GDP(국내총생산) 대비 코로나19 대응 지출 비중은 다음과 같다. ▲1위 일본 : GDP 대비 44.0%, ▲2위 이탈리아 : GDP 대비 42.3%, ▲3위 독일 : GDP 대비 38.9%, ▲4위 영국 GDP 대비 32.4%, ▲5위 프랑스 : GDP 대비 23.5%, ▲6위 미국 : GDP 대비 19.2%, ▲7위 캐나다 : GDP 대비 18.7%, ▲8위 스페인 : GDP 대비 18.6%, ▲9위 호주 : GDP 대비 18.0%, ▲10위 한국 : GDP 대비 13.6% 순이다.

세계 각국이 재정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면, 한국에서는 재정 지원을 머뭇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대국민 재정 지원이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볼 때도 눈에 띄게 낮다는 점은 분명하다.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방역을 잘한 점, 그로 인해 전염 위험성이 낮은 상황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저런 측면을 모두 고려해도 한국 정부의 대국민 지원책은 인색한 수준이다.

성골, 진골, 6두품, 4두품... 때 아닌 재난지원금 계급표

"지원금 좋아서 공중제비 도는 XX들이 인터넷에선 XX 센 척하네."

위는 지난 9월 10일 한 의원의 가족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이다. 관련 보도가 나오고 파장이 거세지자 글을 지웠지만, 재난지원금 88% 지급을 둘러싼 사회 갈등은 끝없이 계속되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고소득자들에게는 25만 원 대신 자부심을 돌려드린다"라고 했다. 하지만 위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 자부심은커녕, 지원금을 받는 사람들을 향한 고소득자들의 혐오와 멸시가 커지는 듯하다. 88% 지급 결정으로 '받는 자'와 '받지 못하는 자'가 갈리면서 오히려 사회 갈등이 번져나가는 모습이다.

이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재난지원금 계급표'다. 88% 재난지원금 지원이 결정된 뒤 인터넷 공간에서는 재난지원금 계급표라고 불리는 홍보물이 공유되고 있다. 누리꾼들이 먼 옛날 신라의 계급제도인 골품제에 빗대 스스로를 성골, 진골, 6두품, 4두품, 평민, 노비로 구분하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공유되고 있는 재난지원금 계급표를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성골(상위 3%, 재산세 과세표준 기준 초과, 금융소득 기준 초과, 건강보험료 기준 초과), ▲진골(상위 7%, 금융소득 기준 초과, 건강보험료 기준 초과), ▲6두품~4두품(상위 12%, 건강보험료 기준 초과), ▲평민(상위 90%, 재난지원금 지급), ▲노비(상위 100%, 재난지원급 지급+10만원) 순이다.

이처럼 재난지원금 88% 지급은 정부의 의도와 달리 사회적 박탈감을 조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선별지원의 또 다른 문제는 반드시 사각지대가 생긴다는 점이다. 이번 5차 재난지원금에서는 당국이 재난지원금 지급 근거를 건강보험료로 삼으면서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각 회사마다 건강보험료 정산 방침이 다르거나, 출생 등으로 가구원 수가 바뀌었는데 이런 사정들이 잘 고려되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곳곳에서 이의 신청이 빗발치고 있다. 재난지원금에 88%라는 모호한 선을 그어서 발생하는 폐해다.

돌아보면 '전국민 지원'을 내걸며 4인 가구당 100만 원씩 보편지원했던 지난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때도 사각지대가 있었다. 정부에서 '주민등록상 세대주'를 남성으로 한정하면서 세대주로 등록되지 않은 이혼·별거·사별 여성의 23%는 지원금을 아예 받지 못한 것이다. 이런 사례들은 선별지원이 행정력 낭비와 사회 갈등을 부추긴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대국민 재정 지출 꼴찌에도 굳게 닫힌 '곳간'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등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평가는 2위였다. 2020년 당시 한국은 코로나19 감염자 수와 치사율과 대비해 GDP 손실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1년이 지나 2021년 들어 한국의 대응 평가는 10위로 뚝 떨어졌다. 1년 사이 민생에 빨간 신호등이 켜진 것이다. 이 기간이 정부가 재난지원금 보편지원을 선별지원으로 바꾼 시기와 겹치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이상하리만치 나라의 곳간을 굳게 걸어 잠그고 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지표가 있다. 2020년 기준 한국의 순 부채 비율은 18.0%로 OECD 상위 10개국 중 10위다. 대국민 지원 수준을 지금보다 크게 높일 여력이 충분히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지출 규모는 주요 국가 가운데 여전히 꼴찌다.

코로나19 방역대책에 실패했다고 비판받는 일본을 봐도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비중이 한국에 비해 훨씬 적다. 일단 정부에서 과감하게 지원을 하기 때문이다.

지난 9월 10일 <주간경향> 보도 <저기선 '억' 소리 여기선 곡소리? 각 도시 사장님들의 '다른' 안부?>에 따르면 일본 도쿄, 프랑스 파리, 미국 애틀랜타, 캐나다 토론토 등지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한국 교민은 1인당 1억~2억 원 가량의 지원금을 받았다고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어디에서나 힘들기는 마찬가지지만, 다른 나라의 상황은 한국과 비교하면 훨씬 낫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금융안정상황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4분기 기준 자영업자의 대출 증가율은 17.3%가 오른 반면, 매출 증가율은 4.6%에 그쳤다. 빚에 허덕이면서 사채까지 끌어 쓰다가 폐업과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리는 자영업자들의 사연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번진 고통은 한국에서 살아가는 대다수에게 짙게 드리워져 있다.

한국은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떨어지면 다시 중산층으로 올라올 수 없는 나라로도 꼽힌다. 전 세계 52개국을 비교한 결과 한국의 순위는 51위로 여지없이 꼴찌 수준이었다. 재난지원금 보편지원이라는 최소한의 사회안전망마저 없으면 우리 국민은 앞으로 더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될 것이다.

통계청에서 한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2020년 12월 기준 한국의 실업자 수는 113만 5천 명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IMF 사태 한복판에 있던 1999년 10월 당시 110만 8천 명 이후 20년 만에 가장 많은 숫자다.

당장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과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이 공존하는 나라다. 한국은 GDP 순위 10위로 지표상으로는 세계에서도 손에 꼽히는 선진국이다. 하지만 실제 현실은 힘들고 고달프기 짝이 없다.

코로나19 사태에 맞닥뜨린 전 세계의 경제방역 흐름은 대체로 서민,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직접지원'이다. 앞서 살펴봤듯 다른 나라들은 대체로 서민,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더 널리 더 두텁게 지원하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대국민 지출액, 지출 비중, 지출 비율 증가율, 직접지원은 모조리 최저 수준이다.

국제금융협회 발표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상승률은 전 세계 최고였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1710조 3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조 8000억 원이나 불어났다.

반면 다른 나라들은 같은 기간 가계부채율 상승폭보다 정부부채율 상승폭이 훨씬 컸다. 정부에서 국민을 위해 적극 돈을 풀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 정부는 가계부채 상승을 이유로 가계대출 억제를 검토하고 있다. 여기저기에서 곡소리가 들리는데 정부에서 서민에게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와중에 정부는 고소득층 감면액 비중을 올해 31.2%에서 내년에는 32.0%로 올릴 예정이다. 2년 연속이다. 정반대로 내년에는 감염병 특별재난지역 소재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감면액 4669억 원이 깎여나갈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는 박근혜 정권 당시 친대기업 정책과 별 다를 게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마치며


이번 5차 재난지원금 규모가 '단군 이래' 가장 막대한 금액인 34조 9천억 원에 이른다지만 정작 국민의 마음에는 잘 와닿지 않는 실상이다.

이제 결론을 말할 시간이다. 한국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재난지원금 100% 지급 여부에 유달리 관심과 논란이 쏠리는 이유는 왜일까? 재난지원금 이외에는 국민을 위한 이렇다 할 경제정책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마저 세계 여러 나라와 비교해 봐도 훨씬 뒤떨어지는 수준이다. 적은 지원금을 둘러싸고 서로가 아웅다웅하니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국민을 살리는 과감한 재정 확장 정책을 밀어붙여야 한다. 최우선으로 GDP 대비 재정 지출을 크게 끌어올려야 한다. 남성 세대주와 여성 세대주를 가리지 않는 진정한 전국민 재난지원금 100% 지원도 시작해야 한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현금 지원 확대, 손실보상제 도입, 기본소득 도입, 시한을 둔 소멸성 지역화폐 도입 등도 우리 국민이 다 함께 코로나19 사태를 이겨낼 수 있는 묘수가 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를 맞닥뜨리고 두 번째 추석을 맞았다. 이번에 받은 5차 재난지원금으로 묵직한 장바구니를 손에 쥔 사람들이 기뻐한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비록 고향은 찾지 못하지만 국가가 자신을 돕고 있음을 반기는 풍경이다.

하지만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하고 추석이 전혀 반갑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지금보다 더 넓고 더 두터운 지원이 있다면 훨씬 많은 국민의 얼굴에서 환한 웃음꽃이 피어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주권연구소'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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