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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 공식 출마한 4명의 후보를 소개하는 NHK 갈무리.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 공식 출마한 4명의 후보를 소개하는 NHK 갈무리.
ⓒ 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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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차기 총리가 될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가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자민당은 17일 총재 선거를 고시하며 후보들의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 선거에는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담당상,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총무상,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자민당 간사장 대행 등 모두 4명이 입후보했다. 

특히 이번 선거는 자민당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의원도 2명이나 입후보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고시에 따르면 4명의 후보는 오는 23~26일 주제별 온라인 토론회를 열고, 29일 총재 선거를 치른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집권당의 총재가 행정 수반인 총리를 맡게 되므로, 선거에서 승리한 인물은 10월 4일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일본의 총리로 공식 지명된다.

고노 다로 

현재 일본의 행정개혁담당상을 맡고 있는 3세 세습 정치가다. 일본은 대를 이은 세습 정치인이 흔하다. 부친은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 1993년 '고노 담화'의 고노 요헤이 당시 관방장관이다. 조부 고노 이치로도 자민당 중의원과 총무회장을 지낸 거물이었다. 

고노 다로 역시 외무상, 방위상 등을 지냈다. 소셜미디어로 대중과 활발히 소통하는 데다가 탈원전, 여성 일왕제 등을 주장하는 개혁 성향으로 젊은층에도 인기가 높다. 이 덕분에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 선호도 1위를 달리며 이번 선거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총리직에 도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부친이나 조부와 달리 그가 3대에 이은 숙원을 이룰 것인가도 일본 언론의 큰 관심사다. 

그러나 소신파답게 당론에 반하는 '튀는 발언'도 자주했던 탓에 아베 신조-아소 다로가 이끄는 자민당 전통 보수층의 지지 기반이 약하다. 아베 전 총리는 일찌감치 다른 후보를 지지 선언했으며, 고노가 속한 '아소파'의 아소 부총리조차도 고노를 공식적으로 지지하지 않고 의원들의 자율 투표에 맡기기로 했다. 

이 때문에 파벌보다는 자민당 내 젊은 의원 및 소장파 의원들의 지지에 기대를 걸고 있으며, 아베의 최대 정적인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승부수를 던지기도 했다. 이시바는 고노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번 선거에 불출마하고 그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다만 부친만큼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부채 의식이나 반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무상 시절이던 지난 2019년 7월 일제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과 관련해 당시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한 자리에서 남 대사의 말을 끊고 "무례하다"라고 말해 '외교 결례' 파문을 일으키면서 한국에게 점수가 팍 깎였다. 

기시다 후미오 

역시 부친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정계에 입문한 세습 정치인이자, 46명의 자민당 의원이 속한 자신의 파벌 '기시다파'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 열린 총재 선거에서도 출마했으나 스가 요시히데 총리에 밀려 2위에 머물렀고, 이번에 재도전에 나섰다.  

외무상, 방위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총리가 되기에 충분한 경력도 쌓았다. 하지만 자신의 색깔을 잘 드러내지 않고 당내 보수층에 편승하면서 고노에 비해 국민적 인기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약점이다. 그러나 고노보다는 당내 기반이 탄탄하기 때문에 복잡한 선거 구도를 잘 활용한다면 승산이 충분하다.

기시다는 2015년 외무상으로서 한일 위안부 합의문에 일본 측 대표로 직접 서명한 당사자다. 이 때문에 기시다가 일본의 총리가 될 경우 우리 정부의 위안부 합의 파기를 둘러싼 외교 공방에 다시 불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한국을 자극하는 과격한 발언이나 행동을 한 적은 없지만, 총재 선거에서 이기려면 아베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에 그 역시 한국에 강경한 외교 노선을 취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후보들의 공동 기자회견을 보도하는 NHK 갈무리.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후보들의 공동 기자회견을 보도하는 NHK 갈무리.
ⓒ 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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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 

4명의 후보 가운데 유일한 비세습 정치인이다. 여성 정치인지만, 웬만한 남성 정치인보다 훨씬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특히 자민당에서도 가장 오른쪽으로 치우친 극우 성향을 앞세워 제2차 아베 내각에서 여성 최초의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소속 파벌이 없는 데다가 국민적 인기도 빈약하지만, 아베가 공식적으로 지지를 선언한 덕분에 20명의 추천 의원을 확보해 입후보하게 됐다. 아베가 다카이치를 총재로 밀기보다는 고노-이시바 연합을 깨뜨리기 위한 카드로 내세웠다는 것이 현실적인 분석이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인지도를 높인다면 다카이치로서도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다. 

아베의 지지를 업은 후보답게 자위대의 선제공격권 보유를 위한 개헌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일본의 식민 지배와 위안부 관여를 인정한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를 부정하며 아베의 역사수정주의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아베 내각 시절 현직 각료로서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행했던 다카이치는 총리가 된 후에도 참배를 계속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일제의 한반도 노동자 강제 징용도 부정하고 있어 그가 총리가 된다면 한일 관계가 회복 불능의 상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노다 세이코

중의원 9선을 지낸 여성 중진이다. 총리를 지낸 아베(9선), 스가(8선)와 정치 경력이 비슷하거나 더 높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총재 선거에 출마하게 됐다. 여전히 여성 정치인에게는 벽이 높은 자민당의 보수적인 형세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물론 그가 1987년 총선에서 자민당 공천을 받아 최연소 의원으로 당선된 배경에는 대장성 관료를 거쳐 자민당 중의원, 국토교통상, 총무상 등을 지낸 거물 정치인이었던 할아버지의 영향력이 컸다. 

그러나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이 추진하던 우정 민영화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자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당시 자민당이 자신을 꺾기 위해 같은 여성 정치인을 전략 공천했으나, 당당히 승리하면서 독자적인 정치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4명의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아베의 정치 스캔들을 재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현실적인 당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만약 총리가 된다면 4명의 후보들 가운데 가장 한일 관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노다는 자민당의 대표적인 '친한파' 의원이다. 그의 할아버지는 의원 시절 일한한일의원연맹을 만든 창립 멤버이며, 손녀인 그 역시 이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일한여성친선협회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최근에도 "일본은 이웃 나라와의 충돌을 피하기 노력해야 한다"라며 "(일본이 벌인) 태평양 전쟁에서 많은 희생이 발생했으며, 일본의 부전의 맹세와 평화주의는 절대적으로 지켜나가야 한다"라며 과거사 반성과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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