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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윤의 근본 없는 이장 일기'는 귀농 3년차이자 함평군 대각리 오두마을의 최연소 이장으로,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유쾌한 반란'을 일으키고 있는 27살 한대윤 시민기자의 특별한 귀농 이야기입니다.[편집자말]
내가 이장으로 있는 오두마을엔 마을 주민 수보다 고양이가 더 많다. 처음 마을에 내려왔을 땐 오두마을 고양이들이 한 손으로 셀 수 있을 만큼이었지만 지금은 양 손가락, 양 발가락을 다 사용해도 셀 수 없을 만큼 고양이들이 많아졌다.

왜 이렇게 고양이들이 많아졌을까? 답은 간단하다. 귀농귀촌한 청장년층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늘어나니 얻어먹을 밥이 늘어나고, 자연스레 고양이들 숫자도 늘어난 것이다.

마을 주민들이 항상 고양이를 반기던 것은 아니었다. 주민들은 원래 고양이들을 유해 동물이라 생각했었다. 바로 쓰레기봉투를 죄다 뜯어놓는 주범이었기 때문이다. 마을 쓰레기장이 없어서 길가에 쓰레기를 내놓으니 봉투란 봉투를 다 뜯어놓아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었다.
 
 고양이들이 뜯어놓은 쓰레기가 도로가에 흩어져 있다.
▲ 오두마을 쓰레기장 설치 이전  고양이들이 뜯어놓은 쓰레기가 도로가에 흩어져 있다.
ⓒ 한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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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으쌰으쌰 마을 공용 쓰레기장을 짓고 나니 마을이 깨끗해졌을 뿐 아니라 고양이들도 더 이상 천덕꾸러기가 아니게 됐다. 쓰레기장을 짓기 전후로 고양이나 주민들은 어느 하나 달라진 게 없다. 동물과 사람의 관계가 바뀐 것을 보고 결국 환경에 따라 관계가 달라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와 오두마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법 

오두마을엔 대표적으로 3가지 타입의 고양이들이 있다. 사람들과 거리가 먼 타입의 '까망이', 사람들과 적당히 거리를 둔 '노랑이', 사람들의 손을 타는 게 익숙한 '나비'(개냥이)가 있다.

까망이는 온몸이 새카매서 밤에는 거의 볼 수 없는 고양이다. 뿐만 아니라 항상 숨어 있어서 먹이를 놔둬도 쉽게 볼 수 없다. 다만 분명히 마을 주변에서 어슬렁거리곤 한다. 아마 오두마을뿐만 아니라 옆 마을까지 자기 영역으로 삼고 있는 것 같다.

마을 안에서는 서열이 아주 낮은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고양이들과 영역 다툼도 거의 하지 않고 먹이 다툼도 하지 않는다. 어디서 뭘 먹고 다니는지는 모르지만 그런대로 건강하게 지내는 것 같아 보인다.

마을 주민들 내에서도 이런 생활 모습을 보이는 주민들이 있다. 원래 살고 있었던 토박이는 아니지만 분명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이에 해당한다. 마을 안에서 무슨 일이 있더라도 크게 갈등의 중심에 서지 않는다. 어떤 집은 오두마을 외에 다른 곳에 따로 집이 있기 때문에 마을을 고향이나 나의 진짜 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갈등에 참여하지 않고 협조도 어려운 편이다. 다만 먼저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거의 없고 주민 대다수가 동의하는 일들에는 찬성의 의사를 표하곤 한다. 갈등 없이 편안히 살고자 하는 마음으로 마을에 정착해서 사는 분들이라 생각한다.
 
오두마을 고양이 '노랑이'와 노랑이의 새끼가 필자의 집앞에서 쉬고 있다.
 오두마을 고양이 "노랑이"와 노랑이의 새끼가 필자의 집앞에서 쉬고 있다.
ⓒ 한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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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망이와는 다르게 마을 안에서 존재감을 내뿜는 노랑이도 있다. 노랑이는 이름처럼 온몸이 노란 털로 덮인 마을 토박이 암컷이다. 출산도 몇 번씩 한 터라 자기 새끼들도 많고 먹이 경쟁이나 영역 다툼도 자주 한다. 식구들이 많아서 싸움을 잘 하는 것인지 싸움을 잘해서 새끼들을 많이 거느리는지는 모르지만 고양이들 내에서 서열이 높다. 싸웠다 하면 쉽게 지지 않는다.

마을 곳곳에서 빠지지 않고 볼 수 있어 그만큼 넓은 영역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사람들과의 거리도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아서 먹이를 얻어먹을 기회도 많이 챙겨가는 편이다. 항상 새끼들과 같이 있다 보니 주민들이 더 신경 써서 챙겨주는 고양이들 중 하나이다. 서열이 높고 새끼가 워낙 많다는 것만 빼면 마을 고양이들 내에서 평범하게 볼 수 있는 고양이의 표본이다.

주민들 사이에서도 마을에 오랫동안 사셨던 토박이분들이 존재감을 많이 나타낸다. 마을에 땅도 많고 농사도 오랫동안 지으신 편이라 마을에 무슨 일이 있을 때 금방 알고 빠짐없이 참여하시기도 한다. 마을에서 크고 작은 역할을 맡아 온 분들이며 마을에서 살아온 경험이 온몸에 묻어 나온다. 그리고 예전부터 온 가족들이 마을에 살아왔기 때문에 1대, 2대 3대가 한 집에 사는 경우도 있다. 다른 토박이 주민분들과 같은 집안 관계이거나 가까운 친척, 사돈관계 등으로 맺어져 있기도 하다. 

이런 분들은 마을 일에 관심이 많은 편이고 그만큼 쌓아온 갈등관계도 많은 편이다. 그러면서도 대부분은 마을 주민으로서의 책임이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편이다. 무엇보다 마을에서 농사나 마을 사업과 같이 일을 할 때면 항상 이 분들의 의견을 물어서 진행한다. 토박이들의 의견은 꼭 필요하다는 것이 마을에 상식처럼 깔려 있다.

까망이와도 노랑이와도 다른, 나비라는 하얀 고양이가 있다. 이 고양이는 흰 바탕색 털에 검은색 얼룩 무늬가 섞여 있다. 무늬도 색깔도 평범하지만 시골에선 잘 볼 수 없는, 사람손 타는 것을 좋아하는 '개냥이'다. 이 고양이가 처음부터 개냥이는 아니었다. 한번 크게 다친 뒤로 개냥이로서 살기로 결심한 것 같다.
 
오두마을 개냥이 '나비'가 필자의 집 앞에서 기지개를 켜고 있다.
▲ 오두마을 개냥이 "나비" 오두마을 개냥이 "나비"가 필자의 집 앞에서 기지개를 켜고 있다.
ⓒ 한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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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 고양이 나비는 항상 얻어맞고 다닌다. 한번은 몸에 살점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다친 적이 있었다. 지금도 그 흉터가 남아 있을 만큼 큰 상처였다. 당시 그 모습을 본 주민들이 직접 상처약을 발라주기도 하고 먹이를 챙겨주기도 추운 날 지낼 곳을 마련해 주기도 했었다. 아마 그때부터 나비는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는 것이 살아남는 법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도 우리집 문 앞까지 찾아와 먹이를 달라고 뻔뻔하게 울어댄다. 그래도 옴 몸에 흉을 달고서 부대끼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약해지게 만든다. 나비는 마을의 3분의 1 정도 되는 영역에서만 있는데 마을 중앙은 노랑이를 비롯한 다른 고양이들의 주요 서식지인 대나무숲이 있어 그 경계를 넘지 못한다. 나비는 다소 좁은 영역에서 지내지만 이제는 노랑이를 제외하고는 영역 다툼도 먹이 다툼도 하지 않는다. 나비 새끼들 2마리가 집 주변에 얼씬거려도 서로 큰 다툼 없이 잘 지내는 편이다.

주민들 내에서도 열심히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며 상처도 많이 받고 덕도 많이 보는 사람들이 있다. 마을에 귀농귀촌한 사람들이다. 마을에 휴식을 위해 왔다는 주민들을 제외하면 귀농귀촌주민들은 다들 마을에서 열심히 '일'을 하려고 한다.

그게 농사일 수도 있고 마을 사업일 수도 있고 이웃 간에 화목하게 지내는 것일 수도 있다. 이 모두 마을의 변화와 활력을 만들어내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새로운 변화엔 항상 마찰이 생기는 법이다. 그래서 아니꼽게 보는 사람들,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농지가 없는데 농사를 지으려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해야 한다. 귀농인들은 농지가 있는 주민과 관계가 나빠지면 농지 임대를 할 수 없는 부담을 안고 산다. 물론, 사이좋은 이웃이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면 돈이 아니라 사람을 보고 농지를 임대해 주기도 한다.

주민들을 위한 마을 공익사업을 할 때에도 한 명이라도 크게 반대하면 일이 잘 진행되지 않는다. 반대로, 주민들이 합심만 하면 많은 것들을 해낼 수 있다. 한 가지 예시로 2020년, 나는 오두마을 이장을 맡으면서 마을 상수도 관리자 역할도 맡게 되었다. 마을 상수도란 마을 공용관정에 전기 모터를 달아 저렴한 전기료로 마을 상수를 사용할 수 있는 수도이다. 그러나 한 명이 상수도 요금을 안 낸다고 해버리면 다 같이 마을 상수도를 중단하거나 다른 사람이 돈을 대신 내야만 하는 난점이 생긴다.

공생하며, '살기 좋은 마을'이라고 소문나려면 

귀촌해 들어오고 역할을 맡은 사람은 항상 주민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동시에, 마을 주민들의 도움과 보살핌을 함께 받는 위치이기도 하다. 그래서 항상 먼저 끊임없이 다가가고 더 노력하려고 한다. 물론, 사람의 성향에 따라 좀 달라지기야 하겠지만 귀농귀촌인들은 대개 이런 위치에 놓여있다. 때론 마을 중심에 서기도 하고, 변방에 밀려나기도 한다.

고양이들의 삶도 제각각이고 마을 주민들의 삶도 저마다 다르다. 그럼에도 사람과 사람을 넘어 사람과 동물들도 함께 한 마을에서 살아가고 있다. 마을 이장으로서 누구를 배제하고 살아갈지 보다 어떤 관계로 살아갈 수 있을지를 더 고민한다. 그 답을 고양이와 사람 사이에서 찾아보려고 한다.

어떤 '환경'을 만드냐에 따라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달도 고양이 새끼 5마리가 태어났다. 고양이들 사이에서 살기 좋기로 소문난 오두마을, 이제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소문난 마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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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군 오두마을에서 시골살이를 시작한 마을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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