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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공단 내 한 방산업체에서 40년간 일하다 정년퇴직한 노동자가 '골수이형성증후군'으로 산업재해 승인을 받았다.
 창원공단 내 한 방산업체에서 40년간 일하다 정년퇴직한 노동자가 "골수이형성증후군"으로 산업재해 승인을 받았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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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체가 아닌 쇠(철)를 다루는 방산업체에서 일했던 노동자가 골수 질병을 앓다가 '업무상 질병' 판정을 받아 관심을 끈다.

17일 금속노조 법률원 경남사무소에 따르면, 창원공단 내 방산업체에서 정년퇴직했던 ㄱ(62)씨가 근로복지공단에 냈던 산업재해 신청에 대해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역학조사를 거쳐 '인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ㄱ씨는 고등학교 졸업 직후인 만 18세 때 창원의 한 방위산업체에 입사했고, 40년간 근무하다 정년퇴직했다. 그는 2018년 몸에 잦은 멍이 발생하고 지혈이 잘 되지 않아 정밀진단을 받아 '골수이형성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골수이형성증후군은 건강한 혈액세포를 충분히 만들지 못하는 혈액질한으로, 급수 골수성 백혈병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된 골수 질병이다.

ㄱ씨는 '자주포' 등을 만드는 방산업체에서 용접, 제관과 표면처리, 세척, 크롬도급, 도장, 차체해체 등 업무를 해왔다. 그는 표면처리에 약 8년간 근무했고 탱크에 질산이나 불산을 넣고, 탱크 안에다 알루미늄 부품과 차체·로드힐을 넣어 세척하는 작업을 했다.

그는 로드휠 세척작업 과정에서 크렉 방지용으로 발라놓은 유액을 세척하기 위해 '트리클로로에틸렌(TCE)'을 탱크에 부어놓고 고무장갑을 끼고 걸레로 수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부품을 도장하는 작업을 직접하였고, 당시 도료 원료를 신나에 섞어 스프레이건으로 분사하는 작업을 했다.

그는 "표면처리 작업은 1985년부터 1993년 사이에 주로 이루어졌고, 유해화학물질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보호장구나 보호시설이 거의 없이 작업이 이루어져 화학물질에 그대로 노출된 채 작업해 왔다"고 했다.

ㄱ씨측 최영주 노무사는 "세척작업에서 트리클로로에틸렌과 도장작업시 신나 사용을 하면서 벤젠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높고, 방진 마스크 등 적절한 보호구 착용이 되지 않아 노출 강도가 높았을 것"이라며 "질병은 업무 관련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ㄱ씨는 2018년 10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했다. 공단은 바로 승인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고, 2019년 2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역학조사를 의뢰했으며 2년 넘게 조사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역학조사평가위원회는 올해 6월 심의회의를 열어 '업무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8월 산재 승인했으며, 최근 '심의 결과서'가 통지되었다.

방산업체측은 "세척 과정에서 사용된 물질은 '트리클로로에틸렌'이 아니라 '트리클로로에텐'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역학조사평가위원회는 심의회의 결과서를 통해, ㄱ씨에 대해 "만 35세(1997년)에 재생불량성빈혈을 진단받은 이후 2008년 골수이형성증후군에 대한 감별진단을 받았으나 추적진단이 중단되어 2018년 골수이형성증후군을 최종적으로 확진되었다"고 했다.

ㄱ씨가 40년간 방산업체에서 근무한 사실을 인정한 위원회는 "골수이형성증후군과 관련하여 직업적 요인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것은 전리방사선과 벤젠이다"고 했다.

위원회는 "재관과 표면처리 도장 공정에서 벤젠 노출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도장작업 외에 세척공정에서 사용한 세척제가 확인되지 않으나, 석유계 화학물질이 포함된 세척제를 사용하였을 경우를 고려하면 구성성분과 불순물로 포함된 벤젠에 의해 상당한 수준의 벤젠노출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역학조사평가위원회는 "ㄱ씨 질병의 업무 관련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상당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해당 방산업체는 이 판정을 받아들였고, ㄱ씨는 산재로 인정되었다.

최영주 노무사는 "역학조사 결과 업무 과정에서 벤젠에 노출된 점이 인정되었고, 이에 업무와 질병 산에 상당 인과관계가 인정되어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역학조사에서는 1985년에서 1993년 사이 도장작업에서 신나를 사용하였는데 국내에서 2000년 이전 벤젠 규제가 제대로 되지 않아 도료, 접착제, 세척제 등에 벤젠이 포함되어 있음이 확인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최영주 노무사는 "지금까지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체에서는 백혈병이 산재로 인정된 사례가 있었지만, 철을 다루는 방산업체에서 인정된 사례는 드문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하지만 산재 승인까지 너무 오랜 기간이 걸렸다. ㄱ씨는 산재 신청한 지 2년 10개월만에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최 노무사는 "최근 들어 포스코 폐암, 학교 급식실 조리종사자나 폐암 산재신청에 대해 역학조사 없이도 산재 승인 결정을 하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근로복지공단이 2017년 9월 '노출 수준과 기간 등이 기준을 충족하고 기준 충족하지 않아도 업무와 질병 간의 상당 인과 관계가 인정되면 산재 인정한다'는 '추정의 원칙지침'이 도입되면서, 역학조사 없이 예전보다는 짧은 시일 안에 산재 승인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로복지공단의 '추정의 원칙'은 여전히 한계가 있어 완전히 같은 공정, 같은 질병에만 적용하다 보니 조금만 달라도 역학조사를 하고 있어 산재 노동자들이 고통을 겪게 된다"며 "추정의 원칙은 확대되어야 하고, 법률화 되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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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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