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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년 만의 미투로 알려진 최말씨 사건의 재심청구를 부산고등법원이 기각했다. 1964년 성폭행 남성에 저항해 혀를 깨물었다가 되레 징역형을 선고받은 최 씨는 정당방위 인정을 요구하는 재심을 청구했다. 그러나 부산지방법원이 지난 2월 이를 기각한 데 이어 상급심인 부산고법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56년 만의 미투로 알려진 최말씨 사건의 재심청구를 부산고등법원이 기각했다. 1964년 성폭행 남성에 저항해 혀를 깨물었다가 되레 징역형을 선고받은 최 씨는 정당방위 인정을 요구하는 재심을 청구했다. 그러나 부산지방법원이 지난 2월 이를 기각한 데 이어 상급심인 부산고법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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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등법원이 과거 성폭력 사건의 정당방위 인정을 요구한 여성의 재심청구 기각에 대한 즉시항고를 기각했다.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 되레 징역형을 받은 최말자(75)씨 사건은 '법원 100년사', '형법학 교과서'에 소개될 정도로 정당방위를 다툰 대표적 판례였다.

그러나 하급심에 이어 상급심도 "재심이유가 없다"라며 최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의 이러한 결정에 최씨와 여성단체는 "사법부가 이 사건을 제대로 심리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라며 반발했다.

부산지법 이어 부산고법도 "재심청구 이유없다"

지난 2월 부산지방법원 형사5부(권기철 부장판사)는 "무죄로 볼 만한 명백한 증거가 없고, 사회문화적 환경이 달라졌다고 하여 사건을 뒤집을 수 없다"라며 재심을 청구한 최씨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씨와 변호인단은 이에 불복해 항고장을 제출했고, 형사소송법 420조 5호·7호와 422조에 근거해 재심의 필요성을 거듭 제기했다.

항고이유서에는 "사건 당시 최씨가 혀를 깨문 것은 성폭력에 방어하기 위한 정당방위였다"라는 주장이 담겼다. 또한 여러 기록 등을 볼 때 가해자의 상해 정도가 중하지 않다라며 중상해죄 성립의 문제를 짚었다. 아울러 사건 수사 과정에서 불법 구금과 허위진술 강요가 이루어졌고, 결혼 의사를 물어보는 등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벌어졌다는 점도 재심청구의 주요한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재심청구 기각 항고에 대한 상급심의 결정문은 하급심의 판단과 같았다. 부산고법 형사1부(박종훈 부장판사) 역시 "재심청구를 기각한 원심 결정은 정당하다"라고 봤다. 지난 6일 부산고법 재판부는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됐다고 평가하기 어렵고, 법률 해석과 적용 오류를 지적하는 원고 측의 주장도 재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재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관련기사] 2020년과 1964년 혀 절단 사건...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http://omn.kr/1upk7

항고 이후 반 년을 넘게 기다렸지만, 다시 기각 결정이 내려지자 여성단체는 발끈했다.

17일 한국여성의전화는 "사법부가 재심을 청구하는 성폭력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결정에 분노하며 유감을 표시한다"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사건의 핵심은 정당방위이고, 청구인이 수사기관·사법부의 잘못을 지적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바로 잡으려면 기각 결정문 반복이 아닌 재심청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최근 비슷한 성폭력 사건의 판결과 비교하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2020년 부산 황령산에서 한 여성이 성폭행범에 저항해 혀를 깨물어 절단했다. 이 과정에서 되레 가해남성이 여성을 중상해로 고소했지만, 수사기관과 법원은 여성의 행동을 정당방위로 판단했다. 가해 남성은 결국 징역 3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임순 부산여성의전화 사무국장은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사회문화적 상황이 달라 재심을 할 수 없다는 것은 피해여성에게 두 번 가해를 가하는 것과 같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미 정당방위로 인정한 황령산 판결 사례 등이 있다. 아직도 성폭력에 맞서다 가해자로 몰려 피해를 보고 있는 여성들이 많다. 이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사법부의 재심 결정이 나와야 한다"라고 얘기했다.

부산고법의 결정 이후 최씨는 여성단체, 변호인단과 상의를 거쳐 바로 대법원에 재항고장을 제출했다. 최씨는 한국여성의전화 등을 통해 왜 재심청구에 나섰는지 그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뒤바뀐 삶을 살았다. 이런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당방위 인정 판결로 사회가 변화할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우겠다"라고 말했다.
 
1964년 성폭행을 시도하려던 가해자의 혀를 깨물었다가 중상해죄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최말자(74) 씨가 6일 오후 56년 만에 부산지법으로 재심을 청구했다.
 1964년 성폭행을 시도하려던 가해자의 혀를 깨물었다가 중상해죄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최말자(74) 씨가 6일 오후 56년 만에 부산지법으로 재심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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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최말자, #한국여성의전화, #강제키스혀절단사건, #항고, #부산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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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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