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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국민지원금을 신청해 25만 원을 받았다. 누구에겐 25만 원이 적은 돈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받은 25만 원은 '소소한 행복' 그 자체였다. 국민지원금을 받은 첫 주말 동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여유로운 하루를 보냈다. 또 하루는 직장인 친구랑 점심을 먹고 친구가 회사로 복귀하는 길에 커피와 케이크를 싸서 보냈다. 평소 같았으면 편의점에서 저렴한 컵라면을 골랐겠지만 먹어보지도 않은 비싼 컵라면을 골랐다.

내게 주어진 국민지원금 25만 원은 그렇게 나의 행복지수를 올렸다. 주변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니 나와 비슷했다. 평소에 먹던 아이스크림 대신 하겐O즈를 골랐다는 친구, 비싼 과일을 샀다는 지인 등 국민지원금은 코로나로 지친 시민들에게 일종의 활력소가 됐다.

그러나 한편에는 이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부가 제한한 소득 하위 88% 바깥의 시민들이다. 국민지원금이 지급이 시작된 지 일주일 만에 이의신청은 건수는 30만 건을 넘었단다.

이의를 제기하는 시민들이 늘자 추석 민심을 고려한 것인지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해 "가능한 한 지원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 88%였던 기준은 90%로 늘어났지만, 88%와 89%의 차이를 묻던 사람들은 이제 90%와 91%의 차이를 묻게 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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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의 기준은 뭘까

애당초 88%의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국민지원금 대상을 소득 하위 88%로 정하긴 했지만 그럼 상위 12%는 코로나로부터 경제적 타격을 입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물론 타격이 덜 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 역시 세금을 납부하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응당 국가의 보호를 받아야 마땅하다.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었다면 전 국민에게 지급한 후 슈퍼리치들에겐 팬데믹이 끝난 이후에 국민지원금만큼의 금액을 돌려받는 걸 제안해 사회적 합의를 이뤘다면 지금처럼 불만이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방역은 나 혼자 지킨다고 지켜지는 게 아니다'라고 정부가 떠들어놓고는 보상은 88%에게만 하니 88% 바깥의 사람들 입장에선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었을 것.

88%의 기준은 국회에서도 논란이 됐다. 지난 1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은 88% 기준을 놓고 홍남기 부총리를 쏘아붙였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행정안전부 자료를 토대로 실제 지급률은 전 국민 83.7%였다고 말했고, 전봉민 의원실에 따르면 건강보험 가입자 중에서는 80.7%만이 국민지원금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남기 부총리는 "가구 기준"이라고 답했지만, 기준점을 무엇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탓에 88%의 기준은 오리무중에 빠졌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7월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7월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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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대표는 왜 말이 없나

88% 기준을 정해 국민지원금 논란의 책임이 있는 홍남기 부총리는 대정부질문에 나와 답이라도 하지만 또 다른 책임이 있는 한 사람은 조용하다. 바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다.

국민지원금의 기준을 놓고 여야가 합의하던 7월로 잠시 돌아가 보자. 지난 7월 12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여의도에서 만찬 회동을 갖고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했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전 국민에게 지급한다는 것으로 합의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 국민의힘 내부에서 반발이 났고, 합의는 100분 만에 파기됐다. 이후 이준석 대표는 7월 16일 KBS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내부 반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종인 위원장이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동의하는 모양새를 취했을 때 지금까지 반발 안 하셨습니다. 이게 좀 신임 대표고 제가 나이가 좀 젊다 보니까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이준석 대표는 본인이 젊어서 당내 목소리 큰 의원들이 얕잡아 봐 이렇게 된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인데, 결코 그렇지 않다. 전 국민이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된 건 이준석 대표가 젊어서가 아니라 '무책임'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본인이 여당 대표와 합의를 했다면 당내 반발에 소신껏 싸우거나 책임을 다했어야 했는데 그냥 회피한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30만 건의 이의신청으로 나타난 것이다. 국민지원금 반발에 대한 모든 책임을 이 대표에게 전가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이의신청 건수가 30만 건을 넘었지만 아직까지도 이 대표는 말이 없다.

국민지원금 논란은 88%라는 알 수 없는 기준을 정한 정부와 '젊음'으로 회피한 무책임한 제1야당의 합작품 아닐까.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성윤씨는 미래당 서울시당 대표입니다. '정치권 세대교체'와 청년의 목소리가 의회에 좀 더 반영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2016년 12월 청년정당 미래당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았고, 2017년에는 만 23살의 나이로 1기 공동대표를 맡았습니다. 서른을 앞둔 지금은 미래당 서울시당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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