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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님, 안녕하십니까?

대통령님의 임기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네요. 아마도 대통령님은 퇴임 후 양산의 고향집으로 돌아가 조용히 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취임 초기 어린 소년처럼 밝게 빛나던 해맑은 얼굴은 이제 사라져 보입니다. 대통령님의 얼굴은 실망과 노기(怒氣)의 어두운 그림자로 그늘져 있어 보입니다.

대통령님의 진심을 헤아려 그 뜻을 성실히 수행할 동료들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일부 공무원들은 사리사욕을 채우려 들었고 몇몇 정치인들은 알량한 권력에 연연하고 있습니다. 촛불 혁명이 시작되고 나서 우리는 장밋빛 환상에 취해 있었습니다. 박정희 군사독재의 잔재들은 깨끗하게 청산되고 우리나라는 빈부격차 없는 정의로운 법치국가가 될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빈부격차는 더 심해졌고 도시의 아파트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습니다. 촛불을 들었던 젊은이들조차 정부에 대한 지지에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보궐선거에서 참패하면서 정권 연장에 올인하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여도 야도 정권탈취보다 더 중요한 목표는 없는 듯합니다. 대통령님은 그런 분이 아니시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대통령님은 본인의 뜻과 신념을 구현하기 위해 '운명'처럼 대통령이 되셨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해 왔던 민주당 의원들은 권력을 두고 서로 투쟁하고 있습니다. 권력 재창출을 위해 자신들을 지원해 준 가난한 민중들을 배신하고 부자들의 감세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민주당은 서울시와 부산시의 보궐선거에 후보자를 내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실리를 위해 자신의 약속도 어기고 국민의 신의도 저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패'였습니다. 대통령님은 그런 민주당의 변절과 배신에 대해 따끔한 경고를 했어야 옳았을 겁니다. 권력을 잃는 것보다 믿음을 잃는 것이 더 두려운 일입니다.

대통령님, 이제 남은 임기 내에 하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 약속을 지키는 것입니다. 대통령님이 우리 국민 앞에서 공적으로 약속한 것들을 모두 다 지킬 수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우선 순위를 정해서 하실 수 있는 만큼 남은 임기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그 약속들을 실행해 주십시오.

재집권보다 약속의 이행이 더 중요합니다. '약속을 지키는 것이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이라는 신념을 정치인들은 공약(公約)을 선거 때만 임시 방편으로 써먹는 공약(空約)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대통령님도 이 상태에서 국민과의 약속을 이행하는 일에 집중하시지 않고 물러나신다면 같은 비난을 면하지 못하실 겁니다. 저는 무엇보다도 대통령님의 공약 중 제가 관심을 갖고 있는 세 가지 약속을 환기시켜드리려고 합니다.

첫째로 토지공개념에 입각한 종합부동산세의 과세입니다
 
서울 도심 빌딩과 주택, 아파트 단지.
 서울 도심 빌딩과 주택, 아파트 단지.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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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는 부동산의 가격 상승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거두자는 취지입니다. 이것은 정의로운 과세일 뿐 아니라 집값의 폭등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제재수단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불로소득을 누리는 소위 가진 자들의 강력한 저항이 이 공정한 과세를 막아선다는 것입니다.

작금의 현황을 보면 민주당은 결국 과세대상을 줄이고 줄여 종부세의 원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부동산 폭등의 고삐도 영영히 놓쳐 버릴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불로소득으로 인해 빈부격차가 가중되어 성실히 일해도 자기 살 집하나 장만하기 어려운 몹쓸 세상이 돼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가난한 이들은 도시의 임대주택이나 시골의 빈집에 들어가 살거나 탑 차 같은 짐 차를 개조한 캠핑 카를 타고 방랑하는 현대판 노마드들이 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대통령님, 불로소득을 원천 징수 할 수 있는 엄격한 부동산 과세를 시행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실행해 주시기 바랍니다.  만일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지금처럼 강남 3구의 부유한 주민들만 바라보며 부동산 실책을 거듭한다면 정권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도 잃어버릴 것입니다.

둘째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지켜주십시오

국가보안법은 일제가 우리 국민을 탄압하기 위해 만든 악법으로 처음 제정돼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을 거치며 수많은 무고한 시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준 악법의 전형입니다.

대통령님, 대통령님의 임기내에 반드시 오랫동안 우리나라의 억울한 희생자들의 피를 흘려온 이 괴물을 제거해 주십시오. 보수당과 반공주의자들이 격렬히 저항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악법으로 희생당한 무고한 시민들 만을 바라보십시오. 대통령님은 변호사이시지 않습니까? 국가보안법의 폐지는 고 노무현 대통령님의 간절한 염원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만일 국가 보안법을 폐지하시겠다고 선언하면 태극기 부대들을 앞세운 수구 보수세력들이 광화문 광장을 점거하고 우리 사회를 극도로 소란스럽게 할 것이 뻔하게 예상됩니다. 그뿐 아니라 정치적 조력자들이라고 공언해온 민주당의 당원들 가운데서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대통령님의 길을 막아 설 겁니다. 우리는 그 모든 세력들에 맞서 싸우도록 대통령님을 세워드린 겁니다. 힘겨운 싸움이겠지만 지금처럼 뒤로 물러나서는 안됩니다. 제발 용기를 내셔서 얼마 남지 않은 마지막 전장에서 이 '악마'를 처단해야 합니다.

셋째로 제주도 알뜨르 비행장을 평화공원으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지켜주십시오
 
일제가 중국 공격을 목적으로 1935∼1944년 대정읍 상모리 일대 185만㎡에 만든 군사시설이다. 현재 비행기 격납고 19개가 남아 있다.
▲ 알뜨르 비행장 일제가 중국 공격을 목적으로 1935∼1944년 대정읍 상모리 일대 185만㎡에 만든 군사시설이다. 현재 비행기 격납고 19개가 남아 있다.
ⓒ Minseok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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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뜨르 비행장은 일제가 제주도민의 땅을 헐값에 강제로 사들여 중일 전쟁을 위한 전초기지로 만든 것입니다. 30만 명의 시민을 잔인하게 학살했던 1937년 난징대학살도 제주 알뜨르 비행장을 활용한 일본의 도양작전의 결과입니다.

제주도가 평화의 섬이 되기를 희망하는 시민들은 매년 12월 13일에는 알뜨르 비행장에서 중일 전쟁 중 희생당한 난징시민들을 추모하는 의식을 치르며 다시는 제주도가 전쟁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를 빌고 있습니다. 이 알뜨르 비행장은 현재 국방부에 속해 있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이 이를 시민들에게 다시 반환하겠다고 공약 하였으나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그 이후 선거때마다 대선 후보자들은 똑 같은 약속을 반복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도 그중 한 사람입니다. 

대통령님은 알뜨르 비행장을 평화공원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아직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되레 지난 1984년 국방부가 그 부지의 일부를 사사로이 팔아 넘겼다는 사실이 지난 8월 KBS의 보도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대통령님도 다른 후보자들처럼 한표라도 더 얻기 위해 허언공약(虛言空約)을 하신 것입니까? 아니면 잊으신 것입니까?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님 이래 제주도는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 선포되었지만 평화센터는 허접한 관광시설로 전락했고 평화포럼은 이름만 번지르르한 퇴임 정치인들의 사교모임이 되어 버렸습니다. 평화의 섬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절대보존지역을 파괴하고 그 안에 거대한 해군기지를 건설하여 중국과 미국의 패권다툼으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동중국해에 새로운 화약고를 만들었습니다.
 
2019년 난징대학살 추모식 당시 추모글을 읽는 송강호.
 2019년 난징대학살 추모식 당시 추모글을 읽는 송강호.
ⓒ 비무장 평화의 섬 제주를 만드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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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제주도가 진정한 평화의 섬이 될 수 있도록 전쟁희생자들의 소리 없는 절규가 메아리치는 알뜨르 비행장을 시민들과 자라나는 세대들이 실제적으로 평화를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평화의 공원으로 만들어 주십시오. 군인들의 폭력으로 3만 명 이상의 도민들이 참혹하게 희생당한 제주도는 그 어느 곳 보다 평화에 대한 염원이 간절한 곳입니다. 부디 대통령님의 약속이 지켜져서 4.3 희생자들의 영령들에게 위로가 되고 자라나는 세대들에게는 희망을 불러 일으키는 평화의 공원이 탄생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후대에 대통령님이 어떻게 평가될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대통령님이 '약속을 지킨 대통령'으로 기억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정권을 잃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신뢰를 잃지는 마시기를 바랍니다. 잃어버린 정권은 다시 찾을 수 있지만 잃어버린 믿음을 다시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대통령님, 민주당을 보지 마시고 국민을 보십시오. 저는 아직도 대통령님을 믿습니다. 약속은 약속입니다. 꼭 그 약속들을 지켜주십시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평화를 빕니다.

2021.9.2
제주 교도소에서
송강호 올림

덧붙이는 글 | 2011년에는 해군과 경찰의 폭력에 만신창이가 되며 제주교도소에 처음으로 수감되었다. 이후에도 구럼비 바위가 발파되기 직전까지 매일 그곳에 올라 평화를 위한 기도를 올렸던 송강호 평화운동가는 네 번 수감됐는데 2020년 3월에 구럼비 바위 발파 8주년이 되는 날 이제는 펜스로 막혀버린 구럼비 바위에서 기도를 하게 해달라고 해군기지에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답을 듣지 못하자 펜스를 뚫고 기도를 하고 정문으로 나온 댓가로 현재 수감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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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운동가 송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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