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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워킹그룹의 시간제 돌봄 서비스인 ‘지속 가능한 가치 돌봄’.
 충남워킹그룹의 시간제 돌봄 서비스인 ‘지속 가능한 가치 돌봄’.
ⓒ 충남워킹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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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면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휴원이 반복되고 있다. 그럴 때마다 아이를 돌봐야 하는 부모들은 일터에 양해를 구하거나, 다른 가족들에게 아이를 맡겨야만 한다. 최근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설문조사에서는 워킹맘 중 절반 정도가 돌봄 공백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특히 답변자 중 20.9%는 돌봄 공백 상황에 대처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대에 더 심각해진 아이 돌봄의 어려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충남 당진의 충남워킹그룹은 이런 아이 돌봄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해 '마을 유휴공간을 활용한 시간제 돌봄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이곳에는 부모가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설은 찾기 어려운 데 반해 마을에는 비어있는 채로 방치된 유휴시설이 많았다.
 
충남워킹그룹의 시간제 돌봄 서비스인 ‘지속 가능한 가치 돌봄’.
 충남워킹그룹의 시간제 돌봄 서비스인 ‘지속 가능한 가치 돌봄’.
ⓒ 충남워킹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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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워킹그룹은 당진시 기지시리에 위치한 아파트의 유휴공간에 주목했다. 세워질 당시에는 '맘앤키즈카페'라는 콘셉트로 부모와 아이를 위한 쉼터로 활용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몇 년간은 버려지다시피 한 공간이었다. 거주지와 가깝기에 부모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공간이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 못했던 셈이다.

충남워킹그룹은 아파트의 입주자 대표회의를 통해 이곳에서 2021년 8월부터 10월까지 시간제 돌봄 서비스를 시도해 보기로 했다. 이름은 '지속 가능한 가치 돌봄'이다. 돌봄 교사 및 돌봄 아이를 모집하고, 추첨을 통해 이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가족을 선정했다. 총 19명의 아이가 서비스를 신청했고, 6~10명의 아이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또 선발된 네 명의 돌봄 교사는 하루에 다섯 시간씩 총 6일 동안 30시간의 교육을 이수해야 했다. 돌봄 교사에 대한 부모의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장치다.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과 충남워킹그룹, 입주자 대표들의 노력 끝에 돌봄 공간은 올해 8월 개소했다. 널찍한 공간을 청소하고,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CCTV를 설치하고, 밖에서 안이 다 들여다 보였던 창문에는 선팅을 하는 등 공간 꾸미기에 힘썼다. 개소 후에 선정된 아이들은 평일 오후 3시 30분부터 6시 30분까지 하루 3시간까지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자유롭게 놀고, 돌봄 교사의 지도 아래 간식 시간을 갖기도 했다.

돌봄 공백 해결부터 경력 중단 여성의 일자리 창출까지

이 돌봄서비스로 인해 육아에 지친 부모들은 하루 세 시간 동안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코로나 확산으로 교육 공간뿐 아니라 카페나 쉼터 같은 곳도 문을 닫아, 마음 놓고 아이와 갈 곳이 없었던 부모들 반응이 좋았다.

부수적인 효과도 있었다. 하나는 입주민들을 위해 만든 공간이 사용되지 못하고 계속 방치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당진 기시지리에 있는 아파트 유휴공간은 아이들 열 명이 뛰어놀아도 될 정도로 넓고 깨끗한 공간이다. 먼지만 쌓이던 유휴 공간이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되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다.

두 번째는 아이 돌봄 교사를 양성함으로써 육아로 인해 경력이 중단된 여성들의 일자리를 창출 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아이뿐 아니라 아이 돌봄 교사까지 일상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은 셈이다.

새로운 시도가 일상에 정착될 수 있도록
 
충남워킹그룹 회의 모습.
 충남워킹그룹 회의 모습.
ⓒ 충남워킹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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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유휴공간을 활용하기까지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충남워킹그룹 의제팀에서 처음 이 서비스를 시도할 때 아파트 입주자 대표와의 마찰이 있기도 했고, 돌봄 서비스 진행 과정에서도 다소의 어려움이 있었다. 또한 이 서비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다소 변화가 있기도 했다.

처음 이 의제를 꺼낸 충남워킹그룹의 박영규 대표는 마을 경로당을 활용해 어르신들이 아이를 돌볼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의제 실행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아이 돌봄에 대한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이 제기되었다. 결국 어르신의 아이 돌봄에서 경력중단 여성을 돌봄 교사로 육성해 아이를 돌보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이 의제를 실행하는 데는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 지역디자이너 백향선 선생님의 도움이 있었다.

물론 돌봄 공간도 다른 공간과 마찬가지로 코로나가 심각해질 때면 정부의 방역지침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얼마간 휴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황이 나아지면 다시 재오픈을 하고 돌봄 서비스를 재개함으로써 아이 돌봄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다.

마을 유휴공간을 활용한 시간제 돌봄 서비스는 올해 10월을 마지막으로 실험이 종료된다. 충남워킹그룹 의제팀은 이 실험이 10월 이후에도 지속가능하게 유지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아이들이 보다 재미있고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도록 실내 놀이터도 설치할 예정이다.

실내놀이터는 9월 25, 26일 공사 후 설치 완료될 예정이며 실험이 끝난 후에는 한국서부발전(주),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 충남워킹그룹 이름으로 아파트 입주민회에 기증할 계획이다.

이 서비스는 지역의 주민들이 스스로 지역 문제를 발굴하고 의제를 제시해, 정부와 지차제, 공공기관과 함께 그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충남 당진의 지속 가능한 가치 돌봄 시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근 지역까지 이런 시도가 확산될 수 있을 듯하다.
 
돌봄에서 만들기를 하는 어린이들.
 돌봄에서 만들기를 하는 어린이들.
ⓒ 충남워킹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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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서비스 모습
 돌봄 서비스 모습
ⓒ 충남워킹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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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충남워킹그룹,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 #지속 가능한 가치 돌봄, #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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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밥 벌어 먹고 사는 프리랜서 작가 딴짓매거진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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